저 높푸른 하늘/ 박정만
저 높푸른 하늘이 있었는지 나는 몰라
그것은 나에게 군말만 있었기 때문,
이제 철 지난 눈으로 저 하늘의 푸른 땅을 보나니
버리라 하면 다 버릴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다려보자.
왜 생의 한나절은 내게 없으며
걸어가는 길섶에는 좋은 꽃도 없는지.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아, 이제 알겠어.
나는 언제나 되돌아오는 나그네가 되고 싶었지.
바람과 달과 구름은 끝이 없는데
난 그저 오금 박힌 걸음으로 걸어온 거야.
저 높푸른 하늘을 좀 봐,
세상의 물그림자가 수틀처럼 걸려 있어.
미리내는 한 별을 이 땅에 주고
별은 다시 또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지.
아무렴 저 꼭두서니 빛을 보라니까.
저녁 산의 이마 위에
높푸른 하늘의 맑은 빛이 마냥 걸려서
내 꿈과 저승길로 걸어오는 걸.
걸어와서 슬픔의 한 빛깔로 물드는 것을
그래도 아직은 이것이 아닌 것 같아.
- 시집『혼자 있는 봄날』(나남,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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