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나호열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0. 23. 07:10

     * 더불어 살기  Paulus

 

어머니를 걸어 은행나무에 닿다

나호열

 

 

구 백 걸음 걸어 멈추는 곳

은행나무 줄 지어 푸른 잎 틔워내고

한여름 폭포처럼 매미 울음 쏟아내고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방울들과

쓸어도 쓸어도 살아온 날보다 더 많은

편지를 가슴에서 뜯어내더니

한 차례 눈 내리고 고요해진 뼈를 드러낸

은행나무 길 구 백 걸음

오가는 사람 띄엄한 밤길을 걸어

오늘은 찹쌀 떡 두 개 주머니에 넣고

저 혼자 껌벅거리는 신호등 앞에 선다

 

배워도 모자라는 공부 때문에

지은 죄가 많아

때로는 무량하게 기대고 싶어

구 백 걸음 걸어 가 닿는 곳

 

떡 하나는 내가 먹고

너 배고프지 하며 먹다 만 떡 내밀 때

그예 목이 메어 냉수 한 사발 들이켜고 마는

 

나에게는 학교이며 

고해소이며 절간인 나의 어머니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5. 10월 가을 제 7회

 

 

 

 

2015. 10. 23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