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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황금찬

향기로운 재스민 2017. 4. 10. 10:45



보릿고개

황금찬


보릿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아버지의 눈물, 와할머니의 흐느낌,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몽블랑은 유럽,

와스카란은 아메리카의 것,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굶으며 넘었다.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코리아의 보릿고개,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 '보릿고개' 등 남긴 동해안 詩人, 저 하늘의 별이 되다 后白 후백 황금찬 시인이 8일 별세 99세

'현장' '오월나무' 나비와 분수' '오후의 한강' '호수와 시인'등 시집 39권과

'행복과 불행 사이'등 수필집 25권 ....

   "시는 기도이며,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 한다"

    (황금찬 시인)


2017.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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