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후조/김남조

향기로운 재스민 2018. 9. 2. 07:15

후조 - 김남조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만난 우리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갓 추수를 해들인

허허한 밭이랑에

노을을 등진 긴 그림자 모양

외로이 당신을 생각해온 이 한 철

 

삶의 백가지

간난을 견딘다 해도

못내 이것만은 두려워했음이라

눈멀듯 보고지운 마음

신의 보태심 없는 한개 그리움의 벌이여

이 타는듯한 가책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우리

다같이 늙어서 정복한

어느 훗날에

그 전날

잠시 창문에서 울던

어여쁘디 어여쁜 후조 라고나 할까.

 

옛날에

그 옛날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더니라.

 

애끊는

한 마음이 있었더니라.

이렇게

죄없는 얘기거리라도 될까.

 

우리들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Autumn Rain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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