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사는 이야기 < 태워버린 청국장 >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0. 1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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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워버린 청국장

 

                                                                           산돌배 / 조성구

 


요즘 서울역및 공원등엔 예전보다 훨씬 많은 노숙자들이 몰려든단다.

이제 날씨가 덥고 후질근해서인가.

어쨋거나 집 떠난이들에겐 구수한 청국장이나 얼큰한 콩나물국이 제격일텐데.
해서, 년 전에 청국장에 얽힌 우리집 얘기를 쓴게 있어 간단히 올려본다.


엊그제 늦은시각, 집에 오르기전 일층 문을여니 계단에서 냄새가 난다.
지난 주일 틀림없이 욕조의 따듯한 물 버리기 아까워, 곳곳이 물청소를 했더랬는데 웬 냄새가?

계단을 오를수록 그 냄새의 진원지가 우리집임을 알기에 충분하리만큼 냄새가 짙어져온다.


드디어 집 문을 여는순간 그 냄새는 여지없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아 - 이 냄새, 내게는 익숙한 냄새다.

청국장이 냄비에 조려지고 타버린 냄새 -

 

" 왜 오늘 또 엄니가 냄비 태우셨나?" 

" 엄니 아니면 누가 그러겄시유 -"
" 당신과 애들은 뭣하고 있었길래- " 

" 잠깐, 시장 다녀 온 새 그랬지유 "

 

모두 제 볼 일 보러 나간 텅 빈집은, 노인에겐 감옥이다.

이것들 모두 언제 온다고 노인께 고하지도 않았겠지만, 하루도 아니고 매일 식구들 기다리다 지쳐, 오늘도 묵주를 꺼내들고 몇 시간이고 기도 받치셨으리라.

 

그러다 비몽사몽간 불현듯 아들 생각이 났나보다.

내 사랑하는 아들 -
그렇지 우리아들 좋아하는 청국장 맛있게 끓여 놓아야지,
모든 양념 갖추어선 청국장을 깨스렌지에 앉혀 놓고는, 그만 깜박 주무신 거다.

 

구십잡순 노인들 청각과 더불어 후각도 점점 미미해 진다.
보청기 꼽질않으면 귀에서 자꾸 귀뚜라미 소리난다 하신지가 꽤 오래되었다.
하물며 렌지위의 청국장 끓는 소리가 들릴리 만무하고, 아예 그런걸 올려 놨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셨을 거다.

 

다려지다 못해 다 타버려 숫검정이 되고 냄비는 벌겋게 닳아 올랐다.
그래도 모든걸 까맣게 잊은 노인 - 다행히 돌아온 아내 질겁하여 발견하고는 수습을 했겠지.

 

내, 안보인다해서 귀 어두운 노인에게 핍박은 안했을려는지.

아내의 착한 천성을 잘 알면서도 괜히 미더운 맘 생긴다.

 

"그러니 노인 혼자두고 집 오래 비질 말라혔잖여 -! "

공연히 열불나 아내에게 버럭 소리 지른다.

 

노인방을 들어가 본다.

노인이라고 눈치마져 없어졌을까나? 눈을 마추지 못하시고 딴전을 피신다.


그러지 않아도 될 아들 며느리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괜실히 속이 쓰려온다.
이 아들위해 끓인 청국장이 노인을 어렵게 만들다니 -

마루의 수많은 화초가 시들어도 ,

장롱이며 옷가지하며 가재들에게서 그 쾌한 청국장 냄새가 배어도 집 식구들은 그 냄새에 이력이났는지  아무렇지도 않게됐다.

왜? 벌써 이런일이 몇 번이고 반복 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제서야 마악 들어오는 아들 딸래미 하는 말,

" 할무니이 - 또 청국장 끓이셨어? 청국장 어딨어 - 우리도 좀 줘 할무니이"
" 몰러어 - 청국장 끓였는디 어디다 뒀는지 나두 몰러어-"

"...............................................................!"

 

엄니 -
내 그 맘 다 아니 이젠 청국장, 끓이지 마셔유 - 엄니 -!
 

 

                                                     <이 글은 인천교구 카톨릭주보에 채택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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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류문예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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