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계절

비와 바람.....낙범 落法 중에서 (권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0. 15. 05:00

 

 

 

비와 바람........낙법 중에서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지 않았다

내 지난날의 눅눅한 사랑이

가을비 차창에 달라붙었다

언제 바람만 불고 비는 오지 않는 날

그대 다시 부르기로 하고

새로 갈아 끼운 윈도브러시로

쓱싹 지난 사랑을 지운다

그래도 비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 또한 아주 가려하진 않는다

 

오늘은 바람만 불어 스산한 거리

주 끝낸 떠돌이 악사의 보폭으로

가로수 몇 개 가로질러 걷는다

 

바람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은총이지 않고

시린 옆구리 관통하며 쌩 지나간다

나뭇잎 희롱하던 바람도 전위를 끝내고

사랑의 온도와 밝기로 노을이 편집될 무렵

다시 부른 옛사랑은

바람보다 더 앞서 달아나고 멀리 가버려

그대 떠난 몽상의 그림자만 길게 남았다

 

 

 

***   다시 부른 옛사랑은

       바람보다 더 앞서 달아나고 멀리 가버려.....***

 

 

<달아나다 그자리에 서 있을 수도 있는데.... 잘 모르겠다 >

 

 

2011. 10. 1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