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계절

뒷길.....천양희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0. 22. 08:17

 

 

 

뒷길.....천양희  (너무 많은 입) 중에서

 

 

뒷길은 뒤에 가기로 하고 앞길을 먼저 따라갔습니다

샛길을 끼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길은 몇갈래 가다가 멈춘 길도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먼저 지평선 하날 당겨 먼 세계를 적었습니다

직선과 직진이 다르지 않았으나 나아가는 것만이 가장 빠른 길은

아니었습니다

 

나아가려면 우선 물러서라는 말이 진進과 퇴退의 처세법임을

그때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곧은 것은 쉽게 부러지나 굽은 것은 휘어진다고 말들 하지만

구부러지면 온전하다는 저  곡선의 유연함 저 내밀함....

놀라운 것은 감추면서 드러내는 그것이었습니다

길 없어도 세상은 새 길을 만들고 사람들은 바쁘게 나를 앞질러

갔습니다

옛 길이 언제 새 길을 내려놓았겠습니까

가파른 길 내 길처럼 걸어갈 때 나도 그럤을 것입니다

멀리 가야 많이 본다는....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

길의 모든 것은 걷고 싶지 않아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들판 너머 길 하나 산 너머 길 바라다봅니다

길의 끝은 멀고 그리고 가파릅니다

고갯길은 힘든 그 어떤 것도 넘겨주질 않습니다

나는 몇번이나 그 길을 넘었습니다

고갯길을 벗어나도 벗지 못하는 업도 있습니다

눈부신 햇살도

모든 어둠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누구든 다시 쓰고 싶은 생이 있겠습니까

가다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오래 기다린 뒷길일 것입니다

 

 

 

***  <천 개의 지헤를 가진 여자> 에서 찾다

 

     지난 과거를 성찰하고, 주변과의 놓친 관계를 휘어지는

     유연함으로, 내밀함으로 채우세요.....

 

<단추를 채우면서>  소월시문학상

<물에게 길을 묻다>  현대문학상

<너무 많은 입>   공초문학상

<새는 너를 눈뜨게하고> 박두진문학상 

 

시집<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산문집 <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그래도 사랑이다>

 

 

 

* 정현종과 결혼,  1973 년 남편과 이혼  *

1994 년 후 <마음의 수수 밭> 이후 주목받기 시작

부산 출,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2011. 10. 22    향기로운 쟈스민 오늘의 시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