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스크랩] 낙엽지는 시간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5. 04:25
49. 흔적과 빈자리


 

 

 

 

낙엽지는 시간

산돌배 조성구

칠흑을 지나는 이 밤 하늘엔 속절한 은어로 별 울고 시름을 저당한 계절 내음이 야릇하네요 창 밖에는 가로수가 서 있어요 땅 끄트미리 작은 혈관으로부터 저 높이 전이되어 올라온 수액 마른 가지 물고 빨아도 없을 쭉정이 젖마냥 친모의 정(情)을 바람이 만지작거려요 살며, 엄지손톱에 낀 까만 고뇌 바짝 걱정이 다가오던 날 때깔 없이 생각을 모집한 밤에도 맹목적 소유의 욕망은 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며 추상같이 꽃을 피워냈지만 지키지 못한 그것을 지금은 낙엽이라 하지요 그런데 이는 그리움은 또 무엇인가요 나는 누구여야 할 까닭에 별것은 귀뚜리도 잠재우고 그대는 그 편에서 나는 이편에서 단단한 침묵을 깨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요 엄동에 뺨 내어줄 계략도 없는데 그대가 아직은 있고 내가 있어 그러겠지요 짭자롬한 그리움의 배후에는 그 몹쓸 진연만 덩그런히 남았을 뿐 사구(沙丘)의 항구도, 잎 떨군 과원도 모두 사라지고 나면 눈시울 적실 미풍에 토대도 없는 웃저고리 팔을 꿰매고 나는 또 누군가를 수소문하여 받지 않을 연서 쓰고 있을거예요 바짝 누운 가을은 이미 안녕을 고하고 있지만 ... 2011.11.4




출처 : 산돌배의 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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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음악에 다른 음악과 함께 혼선이 되는군요. 같은 blog. 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