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지는 시간
산돌배 조성구
칠흑을 지나는 이 밤
하늘엔 속절한 은어로 별 울고
시름을 저당한 계절 내음이 야릇하네요
창 밖에는 가로수가 서 있어요
땅 끄트미리 작은 혈관으로부터
저 높이 전이되어 올라온 수액 마른 가지
물고 빨아도 없을 쭉정이 젖마냥
친모의 정(情)을 바람이 만지작거려요
살며, 엄지손톱에 낀 까만 고뇌
바짝 걱정이 다가오던 날
때깔 없이 생각을 모집한 밤에도
맹목적 소유의 욕망은 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며 추상같이 꽃을 피워냈지만
지키지 못한 그것을 지금은 낙엽이라 하지요
그런데 이는 그리움은 또 무엇인가요
나는 누구여야 할 까닭에
별것은 귀뚜리도 잠재우고
그대는 그 편에서 나는 이편에서
단단한 침묵을 깨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요
엄동에 뺨 내어줄 계략도 없는데
그대가 아직은 있고 내가 있어 그러겠지요
짭자롬한 그리움의 배후에는
그 몹쓸 진연만 덩그런히 남았을 뿐
사구(沙丘)의 항구도, 잎 떨군 과원도
모두 사라지고 나면
눈시울 적실 미풍에
토대도 없는 웃저고리 팔을 꿰매고
나는 또 누군가를 수소문하여
받지 않을 연서 쓰고 있을거예요
바짝 누운 가을은
이미 안녕을 고하고 있지만 ...
20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