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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산보.....권순진 ( '낙법' 중에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1. 5.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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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게 심어진 배추밭......

 

 

 

'낙법' 중에서   비 그친 오후의 산보

 

 

단추 달린 겉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우린 조금 온순해지려나

패인 주름 경계 헐거워지고

틈새엔 물방울 기름 반짝이려나

 

빵집 앞 지나며 잔바람의 등에 업혀온

밀 향기는 전보다 더 구수하고

아스팔트 틈바구니 비집고나온 키 작은 민들레 역시

조약돌의 윤기처럼 즐거운 수작이다

 

안경가게에는 수천 개 독자적 창들의

차별 없는 정반사로 눈부시며

올려다본 유백색 하늘은 천국에서 드리운 커튼인 듯

착시로 하롱댄다

 

성당의 마리아상은 그냥 지나친다 해도

유치원 아이들의 노란 행렬 풀피리 같은 재잘거림은

누구에겐들 기쁜 언약 아니랴

어제 우울했던 세간의 뉴스에 짓눌려

힘겹게 하루를 통과하였지만

오늘 덜 사나워진 짐승으로 다시 길을 걸어간다

 

비 그치고 햇빛 길게 늘어선 거리에선

마르고 가난한 마음일지라도 웃자, 웃자

꽃잎 무너진 바오밥나무 아래

사자의 하품처럼 웃자, 웃자

 

 

 

 

 

***  그는 비 그친 뒤 편한 옷을 입고 빵집, 안경가게

      성당을 지나 어제 우울했던 세간의 힘든 짓눌린

      뉴스를 잊고

      비 그치고 난 뒤 길게 늘어진 햇빛을 즐기면서

      오늘은 가난한 마음일지라도 웃자, 웃자고 한다.  ***

 

     

     *어쩜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웃을 일이 많아질른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세상 뉴스를 기다리며....*

 

 

 

      2011.  11.  0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