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있게 심어진 배추밭......
'낙법' 중에서 비 그친 오후의 산보
단추 달린 겉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우린 조금 온순해지려나
패인 주름 경계 헐거워지고
틈새엔 물방울 기름 반짝이려나
빵집 앞 지나며 잔바람의 등에 업혀온
밀 향기는 전보다 더 구수하고
아스팔트 틈바구니 비집고나온 키 작은 민들레 역시
조약돌의 윤기처럼 즐거운 수작이다
안경가게에는 수천 개 독자적 창들의
차별 없는 정반사로 눈부시며
올려다본 유백색 하늘은 천국에서 드리운 커튼인 듯
착시로 하롱댄다
성당의 마리아상은 그냥 지나친다 해도
유치원 아이들의 노란 행렬 풀피리 같은 재잘거림은
누구에겐들 기쁜 언약 아니랴
어제 우울했던 세간의 뉴스에 짓눌려
힘겹게 하루를 통과하였지만
오늘 덜 사나워진 짐승으로 다시 길을 걸어간다
비 그치고 햇빛 길게 늘어선 거리에선
마르고 가난한 마음일지라도 웃자, 웃자
꽃잎 무너진 바오밥나무 아래
사자의 하품처럼 웃자, 웃자
*** 그는 비 그친 뒤 편한 옷을 입고 빵집, 안경가게
성당을 지나 어제 우울했던 세간의 힘든 짓눌린
뉴스를 잊고
비 그치고 난 뒤 길게 늘어진 햇빛을 즐기면서
오늘은 가난한 마음일지라도 웃자, 웃자고 한다. ***
*어쩜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웃을 일이 많아질른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세상 뉴스를 기다리며....*
2011. 11. 05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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