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송진환
허옇게 풀려나는 시간의 실타래 보며
되감을 수 없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아쉬어 떠나지 못해 거울 앞을 서성인다
어디 그 뿐이랴 깊어진 강줄기 보라
깎인 자리마다 설움도 따라 깊어
출렁인 그 흔적들이 주름으로 남았다
보고 다시 보며 거슬러 올라가면
환히 밝아오는 한 시대가 보인다
애틋한 마음 한 구석 거기 잠시 앉혀본다
( 대구 시조 문학상 수상작)
***되감을 수 없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아쉬어 떠나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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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거울.......향기로운 쟈스민
이 세상에서 가장 날 좋아한다는 그 사람 H
왜 나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으면
이제 둘밖에 없잖아 말하면서
멋적은듯 빙그레 웃는다
그는 날 간호사 같이 돌보는 사람이라서일까
아니면 내가 없으면 살아가는 모든 일이 불편할거란
생각 때문일까
어느 날 머리를 짧게 자른 날
나는 묻는다
"나 오늘 머리 좀 자르고 왔는데 어때? 그러면
오드리 헵번 같다" 고
'어느 때는 마리린 몬로 같다' 고 하는 H 는
아직도 잃어버린 말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얼마나 옛날에 좋아하는 여 배우였으면
그 두사람만 기억할까
나의 거울아!
어느 땐 지나간 일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사는 모습이 오히려 본인에겐 행복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살 수 있다면
누구를 특히 미워할것도 ,
누구에게 서운할 일도 없고,
특별히 기뻐할 일도,
슬퍼 할 일도 적을테니
누군가는 그런 그에게
오히려 그래서 행복하단다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일이
도리에 잘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더 화를 냈을테니까
그런 H 를 나는 오늘도 조용히
넓은 마음으로 소소한 일들도
서운함을 갖지말아야지 ...
이 만큼만 기억이 회복되어
사는 것만도 다행인데 싶어
그러면서 .......
그러면서.......
나는 살아간다
나는 살아낸다
거울아!
2011. 11. 30 향기로운 쟈스민( 거울을 읽고 대화하는 마음으로)
#5 은방울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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