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홈페이지....박지우
뭐든지 팔고 사는 자본주의 도시는
쉼표도 없이 비와 바람으로 버무려지고
나무벤치에 앉았던 늙은 낙타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잘망은 가끔 홀로 저녁을 먹는 것
영혼조차도 팔아버리는 도시는
타인에게 아픔을 장식하기도 하지요.
세상에서 비는 그냥 날씨로 읽히지만
숲에서는 나무들의 피로 읽히지요.
저기 걸어 다니는 나무들 좀 보세요
내 안에는 길이 없는데
도시를 떠도는 나무들이 자꾸만 젖은 손을 내밀어요
나는 PC방에서
초록채반에 쌓인 나무들의 이야기를 클릭해요
이 비가 그치면 숲은,
커다란 그늘을 벗기 위해 제 몸을 버릴 거예요
가을을 떨이한 계절은
곧 신상품을 만들어 내놓겠지요
사람들은 또 다른 계절을 구매하기 위해 클릭을 하고
숲은 저 혼자 긴 어둠을 건너요
*** <숲의 홈페이지>는 잃어버린 자연과 메마른 도시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물질에 길들여진 도시의 雨期는 귀찮은 존재이다
숲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PC 방에서 숲을 만난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도시는 사막과 같은 곳,
쉼표가 없다. 사막을 횡단하고 인생의 끝자락에 선
노인들은 이제 낙타가 되어 공원벤치로 내 몰렸다
비바람이 부는 날은 그나마 쉴 공간도 사라진다.
비가 오는 도시는 회색빛콘크리트 숲이 된다....***
< 마 경 덕 >시집 <신발 論> (문학의 전당, 2005)
해설 편 중에서....
* 숲은 비를 피로 읽지만 ....은 이 글에서 가장 눈에 띄게
노년을 살아내야하는 힘 없는 사람들의 애환이랄까 그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작특집으로 제일 먼저 읽게 되고 마음에 들어 올려봅니다.
2011. 12. 05 향기로운 쟈스민
'기다리는 계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찻 눈 오는 날/ 곽재구 (0) | 2011.12.05 |
---|---|
겨울사랑/ 고정희 (0) | 2011.12.05 |
재미있게 읽은 시 ..덕이 (권순진) (0) | 2011.12.04 |
가을의 기도....김현승 & 나의 기도(향기로운 쟈스민) (0) | 2011.11.28 |
사랑.... 박형진 (0) | 2011.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