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계절

숲의 홈페이지....박지우 (스토리 문학)에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2. 5. 05:06

 

 

 

숲의 홈페이지....박지우

 

 

뭐든지 팔고 사는 자본주의 도시는 

쉼표도 없이 비와 바람으로 버무려지고

나무벤치에 앉았던 늙은 낙타들은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잘망은 가끔 홀로 저녁을 먹는 것

영혼조차도 팔아버리는 도시는

타인에게 아픔을 장식하기도 하지요.

 

세상에서 비는 그냥 날씨로 읽히지만

숲에서는 나무들의 피로 읽히지요.

 

저기 걸어 다니는 나무들 좀 보세요 

내 안에는 길이 없는데

도시를 떠도는 나무들이 자꾸만 젖은 손을 내밀어요

 

나는 PC방에서

초록채반에 쌓인 나무들의 이야기를 클릭해요

이 비가 그치면 숲은,

커다란 그늘을 벗기 위해 제 몸을 버릴 거예요

 

가을을 떨이한 계절은

곧 신상품을 만들어 내놓겠지요

사람들은 또 다른 계절을 구매하기 위해 클릭을 하고

숲은 저 혼자 긴 어둠을 건너요

 

 

 

*** <숲의 홈페이지>는 잃어버린 자연과 메마른 도시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물질에 길들여진 도시의 雨期는 귀찮은 존재이다

      숲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PC 방에서 숲을 만난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도시는 사막과 같은 곳,

      쉼표가 없다. 사막을 횡단하고 인생의 끝자락에 선

      노인들은 이제 낙타가 되어 공원벤치로 내 몰렸다

      비바람이 부는 날은 그나마 쉴 공간도 사라진다.

      비가 오는 도시는 회색빛콘크리트 숲이 된다....***

 

   < 마 경 덕 >시집 <신발 論>  (문학의 전당, 2005)

                      해설 편 중에서....

           

 

 

*  숲은 비를 피로 읽지만 ....은  이 글에서 가장 눈에 띄게

   노년을 살아내야하는 힘 없는 사람들의 애환이랄까 그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작특집으로 제일 먼저 읽게 되고 마음에 들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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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12. 0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