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계절

겨울사랑/ 고정희

향기로운 재스민 2011. 12. 5. 06:19

 

 

겨울사랑.....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

 

 

 

*** 겨울의 가장 깊은 매력은 그 차가움으로 뜨겁게 사랑을 촉진시킨다는

데 있지 않을까.

   문정희 시인도 '겨울사랑'에서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고 했다. 고양된 격정은 고정희

시인의 '겨울사랑'과 다를 바 없다.

 

역사는 여자와 더불어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겨울밤은

사랑의 역사가 무르익기 딱 좋은 계절이 맞나보다. 고슴도치의 겨울나기

방식으로 연인은 가급적 밀착, 밀착 또 밀착이다. 가시 돋지 않은

이 겨울은 연인 사이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좁혀준다.

 

    사랑이 뜨거워지면 이별의 미학이 완성되는 계절 또한 겨울이다.

누구에겐들 이 겨울 그런 사랑과 아린 추억의 필름 한 컷 없겠는가.

고정희 시인도 못 잊을 사랑 하나 품고서 몇 번의 겨울을 버티며

온 생을 떠받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이슥한 진실'의 더운 사랑

하나는 가졌나 보다. 지상에 없는 그녀는 지금'치자꽃 향기

푸르게 범람하는' 어느 별에서 이 겨울과 입맞춤할지.   ***

 

     (권순진 시인의 시 해설) 에서...

 

 

    권  순 진   ....

*** <맛있게 읽는 시 1>

      시집 <落法> (문학공원, 2011)

      <스토리 문학> 부 주간 

      대구일보 시 칼럼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주 5회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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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05   향기로운 쟈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