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랑.....고정희
그 한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번의 이슥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
*** 겨울의 가장 깊은 매력은 그 차가움으로 뜨겁게 사랑을 촉진시킨다는
데 있지 않을까.
문정희 시인도 '겨울사랑'에서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고 했다. 고양된 격정은 고정희
시인의 '겨울사랑'과 다를 바 없다.
역사는 여자와 더불어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겨울밤은
사랑의 역사가 무르익기 딱 좋은 계절이 맞나보다. 고슴도치의 겨울나기
방식으로 연인은 가급적 밀착, 밀착 또 밀착이다. 가시 돋지 않은
이 겨울은 연인 사이의 거리를 물리적으로 좁혀준다.
사랑이 뜨거워지면 이별의 미학이 완성되는 계절 또한 겨울이다.
누구에겐들 이 겨울 그런 사랑과 아린 추억의 필름 한 컷 없겠는가.
고정희 시인도 못 잊을 사랑 하나 품고서 몇 번의 겨울을 버티며
온 생을 떠받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이슥한 진실'의 더운 사랑
하나는 가졌나 보다. 지상에 없는 그녀는 지금'치자꽃 향기
푸르게 범람하는' 어느 별에서 이 겨울과 입맞춤할지. ***
(권순진 시인의 시 해설) 에서...
권 순 진 ....
*** <맛있게 읽는 시 1>
시집 <落法> (문학공원, 2011)
<스토리 문학> 부 주간
대구일보 시 칼럼 <권순진의 맛있게 읽는 시> 주 5회 연재 중
2011. 12. 05 향기로운 쟈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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