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스크랩] 별국 / 공광규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 4. 06:55

 

 

 

별국/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 시집『소주병』(실천문학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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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초반부는 시인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가난 가운데 애틋한 어머니의 사랑을 일상어로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시적 상상력으로 멀덕국물 속에 달과 별을 띄우고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 같은 눈물을 쏟게 하여 애잔한 슬픔 안에서도 맑고 아름다운 서정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자식에게 넉넉히 해주지 못하는 어머니의 안타까워하는 심정과 그 어머니의 정성에 배가 부른 자식의 갸륵한 마음이 잘 녹아있다.

 

 그냥 재바르게 읽어도 막히거나 이해 못할 대목이 없지 싶은데, 한 중학생이 이 시를 읽고 질문을 한다. “국물 속에 있는 별들을 건졌다는 건 뭔 소리예요? 별은 국속에 들어있는 고기를 말하나요? 그리고 왜 갑자기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사리가 쏟아져요? 별빛사리는 도대체 뭐지요?” 공부를 아주 못하는 아이도 아니고 학교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는 읽어보고 이해도 한다는 녀석인데 이 정도 수준의 은유와 상징을 모르다니...

 

 언어의 아름다운 숨결을 이해하지 못하는 책임이 어쩌면 이 시대에 있고 우리 모두의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지난 세밑 친구들의 행패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중학생의 죽음이 떠올랐다. 가족 곁을 떠나 이 사회와 작별하기로 작정한 어린 친구의 죽음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연일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인터넷에서는 가해 학생의 ‘신상털기’도 자행되었다.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가해 학생들은 구속되었다. 한쪽에선 죽은 학생도 문제가 있으며 그 부모에게도 책임이 크다는 식의 이야기도 나온다. 학교는 패닉상태라고 한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 시점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겨를은 아닌 것 같다. 잘못이라면 황금만능 출세지향 입시위주교육의 삶으로 빠뜨려간 우리 모두에게 있고 총체적인 책임을 물어야할 사안이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우리는 본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의 눈에서 떨어지는 ‘별빛 사리’의 의미를 알고 깨닫는 한 말이다. 가해 학생이나 피해학생 그 부모나 살아있는 우리 모두 그 어머니의 젖을 빨았다.

 

 

권순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메모 : 멀더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