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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천상의 목소리 ...

향기로운 재스민 2012. 1. 26. 09:52



천상의 목소리...

 

산돌배 조성구

 

해 질 무렵 그리움을 고하여 닳아진 시간 고녘하여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지문 몇 개 눌러 뇌의 촉수가 반사하듯 떨림의 주파수가 왼쪽 고막을 비집고 들어섰다 아직도 유효한 목소리, 나를 잊지 안았느냐고 목간지서 아무도 모르게 부르고 싶던 소리 진저리치도록 고요하던 내섬을 비집고 온 것은 자작나무 우는 겨울바람 소리였다 투박하고 유려하지 않은 세월 모퉁이 밤종일 횡간을 수놓아 눈 내리던 섣달 그믐날 간이 싱거워 설겅의 꽃소금 더듬던 손길, 반질반질 윤기 흐르던 어머니의 적쇠 위에는 애호박이 썰려 전(煎)이 되고 실고추 얹은 황조기가 동쪽으로 누웠다 생솔가지에 불을 지피고 매캐한 연기 쿨룩거리던 사랑채 아궁이 앞, 등그럭 한 덩이 잡아당겨 담뱃불 붙이던 아버지가 빈 수저 뒤, 사진 속에서 웃고 ... 이따금 해에 두 세 번 닦아 놓은 어머니 눈(目)때 타던 은수저, 제기(祭器)로 또, 그 꾀죄죄한 서러움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자작나무 사이 몰두가 한 곳으로 몰리는 시간 진저리치도록 고요하던 내 섬을 비집고 온 것은 나목이 우는 겨울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그리움의 눈금 이쯤에서 놓아 주지도 못할 천상에서 들려 온 어머니 목소리 내게 주고 남은 술 있거들랑 어여들, 음복(飮福)하라고 ... 2012.1.23




출처 : 산돌배의 글 마을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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