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스크랩] ‘젊은 날의 노트3’

향기로운 재스민 2012. 2. 3. 03:39

 

 

 

‘젊은 날의 노트3’

   -사창리에서-

                          정웅  

 

그 해 겨울

   

-accelerando 서둘러서, 점점 빠르게

해 짧은 날, 눈 덮인 산허리를 돌아, 또 눈길

골짜기로 내려서면, 사창리(史倉里)는 어둑하니

별을 쏟듯, 함박눈은 걸음걸음마다 휘돌았다.

 

-malinconico 우울하게

전방부대 면회소라고는 불 핀 흔적도 없는

드럼통 난로, 그 옆에는 야전 식탁이 덩그러니

철 의자 몇 개와 그녀를 마주보며 지쳐있다.

 

-inquieto 불안하게, 안정감 없이

진실은 불편할까? 정작, 마주 앉은 눈길은 낯설을까?

선남자선여인(善男子善女人)이 선문선답(禪問禪答)이라니,

화들짝 딴지다. 파르르, 막차를 타야 한다고.

 

-angoscioso 고뇌에 차서

흘린 듯, 그녀가 놓고 간

잿빛앙고라벙어리장갑, 얼마나 미운지

어디가 미운지 어떻게 미운지 몰라

시린 마음, 차마 손을 넣지 못하고는

언제나 가슴 한구석, 벙어리 되어

어둑한 풍경을 그리며 산다.

 

돌아보지 마!

(20120126)

 

 

***

벙어리장갑은 늘 따뜻하고 슬프다.

앙고라 털의 감촉은 참 유난하다.

벙어리냉가슴은 어떻게 앓을까?

 

출처 : 검 도 심 경
글쓴이 : 정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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