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스크랩] 겨울낙서

향기로운 재스민 2012. 2. 11. 04:17

 

 

 

 

 

 

 

 

 

 

 

 

 

 

 

 

 

 

 

 

 

 

 

 


겨울밤의 낙서                           산돌배 조성구

 

 

봄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잔추위가 있나보다.

엄동이 몇 번 고꾸라져도

한 낮 쌀쌀한 바람 속, 코 끝에선 어느새 봄바람이 와 있다. 

먼 발치에서부터 유채꽃 이야기 들리는 걸 보면

어김없이 오고가는 계절 속에 안절부절 할 사이없이 

거스를수 없는 시간의 역린이란 없구나.

 

한 며칠 겨울을 앓는다.

감기 몸살도 아니고 그냥 맥이 탁 풀린 그런 무엇이다.

생각이 널브러져 잠자리를 휘젓고 나면

마음은 겨울 밤하늘 별처럼 멀게 나락의 끝을 헤메고 있으니.

 

나를 스쳐간 사람들의 필름이 이어지고 끊기고

쉬원찮게 하는 말, 산 날보다 훨신 짧아진 그 거리를 생각하고는

때로는 한기가 느껴지기도..

반승반속(半僧半俗)한 삶도 아닌데 여한에 대한 회한의 자리는 크다.

속절이란 말을 이럴때 써야지 싶다.

 

얄밉도록 예감이 맞아떨어진 세간의 소식을 보면 더 그렇다.

무고지인이 눈 펄 속을 걸어가듯 .. 지금 길없는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용양호시(龍驤虎視)하던 세력가들이 낙엽처럼 몰락하는 모습을 보면

겨울고독의 상심이 예있다.

 

범 가죽을 남기지는 못할지라도

무엇인가 삶의 영표 하나는 찍어주고 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옥죈다.

 

독을 품던 말들도

성자필쇠(盛者必衰)의 모습을 보면 이제까지 괜한 입부리였지 싶다.

전철안에서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불이라는 눈 광기어린 남정네,

차라리 자기 도취에 스스로를 찾고 있다면 그게 외려 행복 아닐까

 

살며 살아오며

그리운 사람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는 것과

이치를 얄밉게 따지지않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잃지 않고 살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

 

잠든사이

바람이 한 곳에 모이는 후미진 곳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이끌린 사람들의 흔적이 엄동을 젖히고

살겠노라 밤새 뿌려 놓은 전단지들을 무심코 바라보면 슬프다.

 

쉽게 살고 어렵게 살고 이땅 어디선가 함께 뒹굴고

명품을 사겠다는 줄이 이어진 어느 동네의 사람들과

미끄러운 눈길 고물덩이 줍는 노인의 저녁 노을은 마냥 함께 붉다.

 

영원한,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란 어디있을까

 

늘 마음에 자리잡는 말

사랄은 영원하지 않아도 연민은 영원하다 할 수 뿐이....

 

잠재된 의식 속,

이녘한 나이에 내일을 꿈꾼다는 것은 무리일까.

도처에 매달린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과

적어도 이 하늘 아래 나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 꿈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

 

 

         겨울사과 밭으로 별꽃은 떨어지고

          봄 들꽃 피던자리 향기 내리던 날,

          바람은 흔들리는가

          늘 푸른 마음을 가지고

          내 마음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

          소요와 무소유의 가름없이

          언제나 그자리에 꿈꾸는 하루는 또 가고

          들꽃처럼 피어난

          작은 열차길 곁으로 검은 파도 일렁이는가

          어느 찻집 제이 피디피를 돌리던 시절

          삶의 여정에 정이 맞닿은 사람들 ...

          오늘, 그 오동터 이른아침 모이 쪼던 닭

          사랑 나그네 지나던 산그늘 푸른 소나무는 서 있을까

          강가 수선화, 향기런 자스민 피었던 숲의 내음 

          옛터 돌모스 향 그립다.  

 

          2012.2.11

 

 

 

 

출처 : 산돌배의 글 마을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메모 : 음악과 함께....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