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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머니의 봄 ?

향기로운 재스민 2012. 3. 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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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봄   산돌배 조성구 그해 봄은 외꿩소리 고아처럼 울었다 달챙이가 된 호미 끝 겨울을 지켜낸 묵은 밭고랑에는 봄 노을 가라앉도록 풀썩거리던 황토 흙 구름비 없는 가뭄이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생이 꽃 피기 전 쪼그려 앉아 조바심을 캐던 어머니 어깨를 타고 넘어온 바람이 서쪽 산 노을을 저어와 자꾸 비벼댔다 자싯물에 손마디를 헹구고 아궁이 도닥거려 아욱국이 끓는 저녁 뒤란 옹기 굴뚝 등뼈를 타고 녹아내린 숯검정 녹물이 당신 속 가슴 봄색이었다 간단치 않은 세상 모서리 섬돌에 걸쳐 놓은 한 켤레 고무신 하루를 달래고 눈꺼플을 잡아당기면 돌아눕자 썰물이 드는 노심(勞心)은 오래전 친정 엄니 여밀던 문소리가 들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그믐처럼 캄캄한 찬마루를 지날 때마다 이슬진 친모의 정은 신문지 발라 휑 뚫린 창호 사이 의문이망(倚門而望) 하시 들고 났으리 청다리 가는 좁은 밭길 쇠비듬이 땅바닥에 붙어 통곡을 끝낼 즈음 꽃눈 녹은 골짜기 실개천 물소리 들리고 어머니의 밤 샘 쇳소리도 그쳤다 눈지문 닳은 쪽 창에 드는 여명 그제서야 죽어서도 초록인 들녘이 보이고 뼈에 붙은 살, 모두 발라 마른 참나무 비켜 꽃불 먼저 틔우는 뒷산 낮 꿩소리 고아처럼 울었다 그해 어머니의 봄은 ... 2012.3.12

 

                                                    


출처 : 산돌배의 글 마을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메모 : 장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