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스크랩] 김영갑 갤러리에 핀 구절초

향기로운 재스민 2012. 3. 28. 17:02

 

 

어제 오후에는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나오신 선생님들이랑
오름 나들이 갔습니다.

 

통오름에서 쑥부쟁이랑 자주쓴풀, 미역취, 꽃향유, 패랭이꽃, 물매화, 섬잔대 등을 보면서
오름을 한 바퀴 돌다가 억새밭에서 볼레(보리수나무 열매)도 따먹었습니다.

 

오는 길에 옛 삼달초등학교 터에 자리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들렀습니다.
제주의 풍광에 반해 사진을 찍으며 이 섬에 머무르던 그는
루게릭 병으로 작년 5월 29일에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갤러리 앞마당에 그의 예술혼처럼 이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났습니다.
한라산 영실에서 말라 못 만났던 꽃을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 구절초(九節草)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넓은잎구절초, 구일초(九日草), 선모초(仙母草), 고뽕[苦蓬]이라고도 한다. 땅속뿌리가 옆으로 뻗으면서 새싹이 나오며 키는 50㎝ 정도이다. 뿌리에서 나오는 잎과 줄기 밑에 달리는 잎은 날개 깃처럼 2번 갈라지는데 줄기 가운데 달리는 잎은 깊게, 줄기 위에 달리는 잎은 얕게 갈라진다.

 

 꽃은 하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이며 9~10월에 지름이 8㎝에 달하는 두상(頭狀)꽃차례를 이루어 피는데, 이 꽃차례는 줄기 끝에 하나씩 달린다. 식물 전체에서 좋은 향기가 나서 뜰에 심어도 좋으며 해가 잘 비치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란다. 꽃이 달린 식물 전체를 캐서 그늘에서 말린 구절초는 한방과 민간에서 부인냉증, 위장병, 치풍 등을 치료하는 데 쓰고 있다. (신현철 글)
 

 

 

♧ 구절초 - 박상희

 

강물이 세월 따라 흐른다.
산이 강을 안고 흐른다.
강물이 하늘은 안고 흐른다.

 

강 언덕배기
가슴이 탈수록 안으로 파고들어
거울처럼 제 몸 비춰가며
세월의 강바람에도
언덕배기 산기슭에 붙어
바들바들 하더니
한 생을 살기 위해 얻어낸
온 우주의 모든 것을
스스로 다 받아 살아 왔구나.

 

가슴 조이던 시간은 가고
참아온 인내의 향기로
너 거기 있음을 알아
이제야 생각하니
너보다 긴 날을 살고도
한 호흡 향기 없는 내가 부끄러워
강물에 일렁이는 너를 본다.
물에 잠긴 세월을 흔들어 본다.


 

 

♧ 구절초 엽서 - 이정자

 

먼 산 가까워지고 산구절초 피었습니다
지상의 꽃 피우던 나무는 제 열매를 맺는데
맺을 것 없는 사랑은 속절없습니다
가을 햇살은 단풍을 물들이고 단풍은 사람을 물들이는데
무엇 하나 붉게 물들여보지도 못한 생이 저물어 갑니다
쓸쓸하고 또 쓸쓸하여
찻물을 올려놓고 먼 산 바라기를 합니다
그대도 잘 있느냐고,
이 가을 잘 견디고 있느냐고
구절초 꽃잎에 부치지 못할 마음의 엽서 다시 씁니다

 

 

 

♧ 구절초 - 김영천 
 
물 흐르는
소리와도 같이
노래 소리와도
같이

 

마음 깊은 곳을 향해
첨벙 첨벙
건너오던 바람도

 

지레
멈추었을라

 

햇살은 사알짝
미역을 감고
물새 때 일제히
날아 오른다

 

그 물길을 따라
천 년도 내내 흔들리던
향기

 

톡,
톡,

 

제 아픔을
하얗게
피어 낸다

 

 

 

♧ 구절초 꽃 - 김순진

 

바람이 머물고 산새 알 낳던
화전민 살던 산자락 빈 집터에
누가 쓸쓸함 말하리
한껏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꽃
찬이슬에 피어난 노오란 고갱이 연보랏빛 꽃잎
섧디 설은 이 강토 삼팔선 언저리
낙엽은 이산의 아픔을 가리고
당겨올 동토(冬土)를 불쌍히 여겨
가을 막바지에 갈대 울음 진혼곡 삼아
전장에서 죽은 자들의 혼백만큼이나 처절하여
꽃상여보다 아름다운 오천만 년 공들인 꽃
우리네 강산마다 그 이름 이쁘도다
자유의 땅에 구절초 꽃
설음과 사연을 풀어내니
구구 절절이 구절초 꽃

 

 

 

♬ Mika Agematsu - Jours En France (하얀 연인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메모 : 구절초 대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