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무채를 썰다가.....김 순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2. 7. 5. 12:54

 

 

 

 

 

 

 

 

 

무채를 썰다가....김순진

 

 

아주버니, 채 좀 썰어주세요

김장한 날,  무나물같이 부드러운 제수씨 말씀에

고분고분 조선무를 채썬다

여름내 쏟아지던 빛의 기억이 무채색으로  가지런히 눕는다

쓱쓱 싹둑싹둑

밭도랑을 깎던 낫의 음성이 흥건히 물을 먹은 채 몯어나온다

둔덕을 일으키던 경운기의 발자국무늬가 무수히 쏟아진다

152 cm 에 42kg  그 작은 체구의 새어머니

이장 보시던 아버지 손님에 전마누라 자식 사남매

데리고 온 아들 하나, 그 많은 식구의

김장을 해내시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챼 설고 남은 오가리를 입에 싹둑 깨무니

놋숟가락으로 무를 긁어 잡숫던 생모의 맛이 느껴진다 

전마누라의 명복까지 기도하며 견뎌내신

새어머니의 그달달하고 시원한 음성이 들린다

 

 

 

*** 새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에다 생모의 기억을 같이 느끼시며

무채의 남은 오가리를 입에 무신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한국 스토리문인협회 발행인님    김순진

'그녀에게 가는 길'에서....

 

 

2012. 7. 05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