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를 썰다가....김순진
아주버니, 채 좀 썰어주세요
김장한 날, 무나물같이 부드러운 제수씨 말씀에
고분고분 조선무를 채썬다
여름내 쏟아지던 빛의 기억이 무채색으로 가지런히 눕는다
쓱쓱 싹둑싹둑
밭도랑을 깎던 낫의 음성이 흥건히 물을 먹은 채 몯어나온다
둔덕을 일으키던 경운기의 발자국무늬가 무수히 쏟아진다
152 cm 에 42kg 그 작은 체구의 새어머니
이장 보시던 아버지 손님에 전마누라 자식 사남매
데리고 온 아들 하나, 그 많은 식구의
김장을 해내시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챼 설고 남은 오가리를 입에 싹둑 깨무니
놋숟가락으로 무를 긁어 잡숫던 생모의 맛이 느껴진다
전마누라의 명복까지 기도하며 견뎌내신
새어머니의 그달달하고 시원한 음성이 들린다
*** 새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에다 생모의 기억을 같이 느끼시며
무채의 남은 오가리를 입에 무신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한국 스토리문인협회 발행인님 김순진
'그녀에게 가는 길'에서....
2012. 7. 05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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