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허기진 지하철 / 심철수

향기로운 재스민 2012. 9. 22. 07:24

 

 

 

허기진 지하철 / 심철수

 

 

몇 날을 굶었을까

허기진 돼지 한 마리가

눈에 노란 열불 켜고

무섭게 덤벼든다

무서워 한 발 물러섰던 순대속들이

고픈 돼지 창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고픈 돼지는 먹성이 좋아

홈에서 기다리던 순대 속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고팠던 순대가 차고차고 채워지면

돼지는 역마다 들려

소화 안 된 순대 속을 토하고는

주섬주섬 또 먹는다

신림역에서 토해낸 순대속들이

순대타운을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순대 속들도 비워있는 자기네의 순대를

채워야 살 것 같으니까

 

 

   _ 『허기진 지하철』  전문

'도시의 간이역'시집 중에서

 

* 지하철을 순대로 생각....

 

2012. 9. 22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