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기진 지하철 / 심철수
몇 날을 굶었을까
허기진 돼지 한 마리가
눈에 노란 열불 켜고
무섭게 덤벼든다
무서워 한 발 물러섰던 순대속들이
고픈 돼지 창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배고픈 돼지는 먹성이 좋아
홈에서 기다리던 순대 속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고팠던 순대가 차고차고 채워지면
돼지는 역마다 들려
소화 안 된 순대 속을 토하고는
주섬주섬 또 먹는다
신림역에서 토해낸 순대속들이
순대타운을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순대 속들도 비워있는 자기네의 순대를
채워야 살 것 같으니까
_ 『허기진 지하철』 전문
'도시의 간이역'시집 중에서
* 지하철을 순대로 생각....
2012. 9. 22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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