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스크랩] 설상(雪上) 그곳에

향기로운 재스민 2013. 2. 13. 15:32

 

 

 

 

 


 

 

 

 


설상(雪上) 그곳에   /    산돌배  조성구

 

 

바람 소리 외 어떤 울음이 없어

고요가 깨어질 거란 예감이 들던 날

활공을 끝낸 접동 겨울을 착지시키고

 

오기에 허리 꺾인 갈대숲 관목

요량껏 엄동을 세우던 구룡 늪에는

산고(産苦)에 절박한 생모의 산발 머릿결

듬성한 해탈이 겨울빛을 날렸다

 

엄동을 먹은 나목이

입춘이라 고래 소리를 질러도

미동 없던 설상,  봄쟁기에 놀랐는가

 

둥지에 남았던 깃털이

설상의 중심으로 하냥 저어간 곳에서

한 때는 갈맷빛 머리를 헹구고

바람을 삭혀 녹슨 닻 곁으로

어느 노(老)사공이 두고 간 청빈(淸貧)

춘치자명(春雉自鳴) 간곡한 당부, 

생모의 호곡은 자꾸 들리는데 ...

  

넌즈시 저녁을 깨워

오뉘 접동이 다시 활공하기 전

둥지에 남긴 깃털 또아리 너풀너풀

향수 울먹이는 창공 아래엔

빙선(氷線) 모두 감춘 설기슭으로

겨울 노을 저리도 깊은가 

 

2013.2.10


출처 : 시인의 파라다이스
글쓴이 : 산돌배 원글보기
메모 : 너무 오래간만에 시인님의 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