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방식/윤성택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분명하다
달리는 기차에 뛰어든
시간은 더 이상 가지 않는다
으깨어진 핏덩이와 뼈가 허공에 박혀 정지된,
플랫폼을 유령처럼 돌아본다
돌아가고 싶다, 목구멍에서
터널 같은 빛이 터져나온다
뢴트겐 차창을 달고 기차는
역에서 거꾸로 멀어져간다
기적 소리를 비벼 끈 꽁초가
손가락 사이 불빛으로 켜질 때
살아 눈뜬 것이 죽음보다 외롭다
한밤중 삼킨 수면제가 한 움큼
손바닥에 뱉어지고 물과 파편이 숫구쳐
책상 위 유리컵으로 뭉쳐진다
어깨를 입은 외투는 캄캄한 밤길을 지나
저녁 어스름까지 데려다준다
수면제를 건네받은 약사가 수상한
처방을 뒷걸음으로 떼어온다 영안실
흰천에 덮인 당신이 거실로 옮겨지고
비닐에서 피 묻은 칼을 꺼낸 감식반은
출입금지 태이프를 마저 철거한다
비끗한 발목으로 창을 넘는
손이 떨린다 당신의 가슴에서 칼을 뽑자
턱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올라 눈에 스민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창백한 얼굴,
당신에게 어떻게 용서될 수 있나
기차의 굉음이 레일에서 급히 멈춰 섰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허공을 찢는 호각 소리를 듣는다
* 다시 한번 더 읽어보려고 좋은 시의 몇 가지 유형에서.....
이런 우울한 시도 ....
2013.03. 14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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