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원을 꽃 대신으로
향기로운 재스민
횡단보도 건너기 전 담옆에 그늘 찾아
새색시 처럼 고운 아줌마 앉아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쳐다보며
펼쳐놓은 바지에 눈길 주길 땀 흘리며 기다린다
공장에서 반응 보려고 가져왔다는
베이지 검정 주황색의 바지들이 펼쳐져있다
잠간 양산을 접고는 구경이라도 할까
오천원 일만원 이만원으로 골판지 조각 위에 크게 써있다
오천원은 안 맞을 것 같고 일만원 짜리 바지를 집어들고는
장농 밑바닥에서 찾은 하얀 줄 쳐진 새돈 만원을 내놓는다
'어머 이 돈을 지니면 행운이 온다는데' 하며 엄마에게 드린단다
나는 얼결에 행운을 준 사람 같아 웃으며 '그래요' 하며 좋아한다
오늘 난 남은 새돈 두장 중에 만원 한장을 영어 선생님께 드린다
모처럼 스승의 날 따로 주문한 점심 반찬이 별로인지
아쉬워 하시는 모습이 송구스러워서....
옆에 앉은 학생에게 오래 된 새돈 한장을 보여주며
다시 행운이 온다는 그 말을 전하며
찜찜한 기분을 풀어드리고 싶어서이다
오늘은 '행운이 온다'는 그녀의 말을
오래 오래 기억하고 싶은 날이다
스승의 날에
2013. 05. 17 향기로운 재스민
#308 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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