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명사-이름씨)
두 글자
다솜 : 사랑.
타니 : 귀걸이.
새녘 : 동쪽. 동편.
미르 : 용.
나래 : 논, 밭을 골라 반반하게 고르는 데 쓰는 농구.
칼잠 :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어깨를 모로 세워 끼워 자는 잠.
안날 : 바로 전 날
채꾼 : 소를 모는 아이
보꾹 : 지붕의 안 쪽. 처마 안 쪽
소댕 : 솥뚜껑
덧물 : 얼음 위에 괸 물
새밭 : 억새가 무성한 밭
서덜 : 냇가, 강가의 돌이 많은 곳
알섬 :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
두멍 : 물을 길어 담아 두고 쓰는 큰 가마나 독
영각 : 암소를 찾는 황소의 긴 울음소리
선샘 : 빗물이 되솟아나는 샘
배래 :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위. 난바다
노굿 : 콩이나 팥의 꽃
사춤 : 갈라지거나 벌어진 틈. 벽이나 담의 갈라진 틈을 진흙으로 메우는 일
물마 : 비가 많이 와서 땅 위에 넘치는 물
괴꼴 : 타작할 때 나도는 벼알이 섞인 짚북데기
워낭 : 마소의 턱 아래에 늘어뜨린 쇠고리 또는 마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단 방울
벌불 : 등잔불이나 촛불 등의 심지 옆으로 번져 댕기는 불
목새 : 물결에 밀리어 한 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
사름 : 모 뿌리가 정착된 것. 모를 옮겨 심은 지 4-5일 뒤에 파랗게 된 상태
섯등 :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 때 바닷물을 거르기 위하여 땅바닥을 대고 가장자리를 넓고 길 게 둘러막은 장치
봄동 : 봄에 나오는 어린 배추
동바 : 지게에 짐을 얹고 눌러 동여매는 데 쓰는 줄.
우금 : 시냇물이 급히 흐르는 가파르고 좁은 산골짜기
알천 : ① 재물 가운데 가장 값나가는 물건
②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
운김 : 여러 사람이 한창 함께 일할 때 우러나는 힘
해미 : 바다 위에 낀 아주 짙은 안개
고섶 : 물건을 넣어두는 그릇 같은 데의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
말림 : 산에 있는 나무나 풀을 베지 못하게 말리어 가꿈
오래 : 한 동네 몇 집이 한 골목으로 또는 한 이웃으로 되어있는 구역
동배 : 사냥에서 몰이꾼과 목을 지키는 사람이 그 구실을 맡는 일
받자 : 남이 괴롭게 굴거나 부탁하는 것을 너그럽게 받아주는 일
여탐 : 무슨 일이 있을 때 웃어른의 뜻을 살피는 일
살피 : 물건과 물건과의 사이를 구별 지은 표
보늬 : 밤 따위의 속에 있는 얇은 껍질
너겁 : ① 갇힌 물 위에 떠서 몰려 있는 티끌이나 지푸라기, 잎사귀 따위.
② 물가에 흙이 패어 드러난 풀이나 나무의
뿌리
거섶 : ① 물이 둑에 바로 스쳐서 개개지 못하게 둑의 가에 말뚝을 박고 가로 결은 나뭇가지
② 비빔밥에 섞는 나물
너설 :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삐죽 내밀어 있는 곳
벌물 : 논이나 그릇에 물을 넣을 때에 한데로 나가는 물
들마 : 가게 문을 닫을 무렵
띠배 : 풍어제 등에서 바다에 띄워 보내는 띠풀로 엮어 만든 모형 배
조새 : 굴조개를 따는 쇠로 만든 제구
놀금 : 팔지 않으면 그만둘 셈으로 아주 적게 부른 값
수멍 : 논에 물을 대거나 빼기위해 방축 따위에 뚫어놓는 물구멍
켯속 : 일의 갈피
노해 : 바닷가에 퍼진 들판
너테 : 얼음 위에 더끔더끔 덧얼어 붙은 얼음
구죽 : 바닷가에 쌓인 굴 껍질
길섶 : 길 가장자리
허당 : 땅바닥이 움푹 패어 빠지기 쉬운 땅
소솜 : 소나기가 한번 지나가는 동안
세 글자
돋을볕 :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
땅보탬 : 사람이 죽은 뒤에 땅에 묻힘을 일컫는 말.
갈무리 : ① 물건 따위를 잘 정리하거나 간수함.
② 일을 처리하여 마무리함.
입씻이 : 다른 말을 못하도록 또는 비밀이 새지 않도록 주는 돈이나 물건.
볼가심 : 아주 적은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
손씻이 : 남의 수고에 대하여 주는 작은 물건.
술적심 : 국, 찌개와 같은 국물이 있는 음식.
생인손 : 손가락 끝에 나는 종기
나들목 : 나가고 들고 하는 길목.
다님길 : 사람이 다니는 길.
파골집 : 돼지의 창자 속에 피를 섞어서 삶아 만든 음식. 순대
바깥말 : 바깥 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
열구름 : 지나가는 구름
감또개 :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샘받이 : 논에 샘물을 끌어 대는 곳 또는 샘물이 나는 논
여우별 : 궂은 날에 잠깐 나왔다가 숨는 별
숲정이 : 마을 근처에 있는 수풀
석얼음 : 물 위에 떠 있는 얼음. 또는 유리창에 붙은 얼음
해감내 : 물 찌끼의 냄새
지며리 : 차분하고 꾸준히
섞사귐 : 지위나 처지가 다른 사람끼리 사귀는 일
산꼬대 : 밤중에 산 위에 바람이 불어 몹시 추워지는 일
오래뜰 : 대문 앞의 뜰
내미손 : 물건 흥정하러 온, 만만하고 어리숙하게 생긴 사람
알음장 : 눈치로 넌지시 알려 줌
바람꽃 : 큰 바람이 일 때 먼저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
산돌림 :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오는 소나기
도르리 : 음식을 돌아가며 제각기 내는 일
얼거리 : 일의 골자만을 추려 잡은 전체의 윤곽
마중물 : 펌프에서 물이 안 나올 때에 물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위로부터 붓는 물
재넘이 : 산으로부터 내리 부는 바람
헛삶이 : 모내기를 위한 것이 아니고 그저 논을 갈아서 써레질하여 두는 일
흙다리 : 흙을 덮어 만든 다리
보자기 : 바닷물 속에 들어가 해물을 채취하는 사람
들때밑 : 권세 있는 집안의 고약한 하인
부사리 : 대가리로 잘 받는 버릇이 있는 황소
붉덩물 : 붉은 황토가 섞여 탁하게 흐르는 큰 물
세뚜리 : 한 상에 세 사람이 식사하는 일
쇠구들 : 불을 때도 안 더운 방
비게질 : 마소가 나무, 돌 등에 몸을 비비는 짓
도둑눈 : 밤사이에 사람 모르게 내린 눈
넘나물 : 원추리의 잎과 꽃으로 무쳐 먹는 나물
넉걷이 : 오이, 호박 밭의 덩굴을 걷어치우는 일
콩멍석 : 물것에 물려 살가죽이 부르터 두틀두틀한 것을 이름
집들이 : 새 집에 든 사람이 자축과 집 구경을 겸해서 친지를 초대하는 일
집알이 : 남이 이사했을 때에 집 구경 겸 인사로 찾아보는 일
보람줄 : 책 따위의 표식을 하도록 박아 넣은 줄
비마중 : 비를 나가 맞이하는 일
산꼬대 : 밤중에 산 위에 바람이 불어 몹시 추워지는 일
방울꽃 : 물방울을 예쁘게 이르는 말
엉그름 : 차진 흙을 갠 바닥이 말라 터지며 넓게 벌어진 금
졸가리 : 잎이 다 떨어진 가지
송아리 : 열매나 꽃 등이 잘게 한데 모이어 달린 덩어리
도사리 : ① 풋과실이 절로 떨어진 것
② 못자리에 난 잡풀
먼지잼 : 비가 겨우 먼지나 일지 않도록 조금 옴
숫눈길 : 새벽에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장맞이 : 길목을 지켜 서 있다가 사람을 만나려는 짓
석얼음 : ① 물위에 떠 있는 얼음
② 수정 속에 보이는 줄
③ 유리창에 붙은 얼음
늦김치 : 봄철까지 오래 먹을 수 있도록 젓갈을 넣지 않고 담근 김치
네 글자
비켜덩이 : 김 맬 때에 흙덩이를 옆으로 빼는 일 또는 그 흙덩이
보리누름 :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무렵
곧은불림 : 지은 죄를 사실대로 말함.
배동바지 : 벼가 알을 밸 무렵
자드락길 : 나지막한 산기슭에 경사지게 있는 좁은 길
가리사니 :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
외주물집 : 마당이 없고 안이 길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보잘 것 없는 집
다모토리 : 큰 잔으로 소주를 마시는 일 또는 그런 집
막새바람 : 가을에 부는 선선한 바람.
살사리꽃 : 코스모스
솔수펑이 : 소나무 숲이 있는 곳
누렁우물 : 물이 궂어서 못 먹는 우물
솔수펑이 : 솔숲이 있는 곳
한뎃부엌 : 방고래와 상관없는 한데에 따로 솥을 걸고 쓰는 부엌
보릿가을 : 보리가 익어 거두어들이게 될 만한 계절
자의누리 : 중심세계
마늘각시 : 마늘 같이 하얗고 반반하게 생긴 각시
가시버시 : 부부(夫婦)의 낮은 말.
퍼석얼음 : 깨지거나 부서지기 쉬운 얼음
사그랑이 : 다 삭아서 못쓰게 된 물건
나무말미 : 오랜 장마가 잠깐 동안 개어 풋나무를 말릴 만한 겨를
지새는달 : 먼동이 튼 뒤 서쪽 하늘에 보이는 하얀 달
쇠지랑물 : 외양간 뒤에 고인 검붉은 쇠오줌
이징가미 : 질그릇의 깨진 조각
안다미로 : 그릇에 넘치도록 많게
눈바래기 : 눈으로 배웅한다는 뜻으로 떠나는 이를 멀리까지 바라보는 일
지저깨비 : 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 생기는 잔 조각
다섯 글자
개밥바라기 : 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거지주머니 : 여물지 못한 과실의 껍데기
배추고갱이 : 배추의 연한 속
배추꼬랑이 : 배추의 뿌리
가르친사위 : 독창성이 없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어리석은 사람
벙어리매미 : 매미의 암컷
비거스렁이 : 비가 온 뒤에 추워지는 일
별에 대한 우리말
샛별 -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금성.
개밥바라기, 어둠별 - 저녁 무렵 서쪽하늘 보이는 금성.
꼬리별, 살별 - 혜성
별똥별 - 유성
별똥돌 - 지구에 떨어진 운석
별무리 - 무더기로 보이는 많은 별들
붙박이별 - 항성
닻별 - 카시오페아 별
여우별 - 궂은날에 잠깐 떴다가 숨는 별
잔별 - 작은별
짚신할아버지(짚신할아비) - 견우성
짚신할머니(짚신할미) - 직녀성
좀생이 - 플레이아데스
말굽별 -왕관자리
미리내 - 은하수
살차다 - 혜성의 꼬리 빛이 세차다
비에 대한 우리말
안개비 - 안개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은 비.
이슬비 - 는개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보슬비 - 알갱이가 보슬보슬 끊어지며 내리는 비.
부슬비 - 보슬비보다 조금 굵게 내리는 비.
가루비 - 가루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잔비 -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
실비 - 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
가랑비 - 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보다는 좀 굵다.
싸락비 - 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
날비 - 놋날(돗자리를 칠 때 날실로 쓰는 노끈)처럼 가늘게 비끼며 내리는 비.
발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
작달비 -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
장대비 - 장대처럼 굵은 빗줄기로 세차게 쏟아지는 비.
주룩비 - 주룩주룩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
달구비 - 달구(땅을 다지는 데 쓰이는 쇳덩이나 둥근 나무토막)로 짓누르듯 거세게 내리는 비.
채찍비 - 굵고 세차게 내리치는 비.
여우비 - 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
소나기 - 갑자기 세차게 내리다가 곧 그치는 비.
먼지잼 - 먼지나 잠재울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진 후에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 내는 비.
바람비 - 바람이 불면서 내리는 비.
도둑비 - 예기치 않게 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
누리비 - 우박.
궂은비 - 오래 오래 오는 비.
보름치 - 음력 보름 무렵에 내리는 비나 눈.
그믐치 - 음력 그믐께에 내리는 비나 눈.
찬비 - 차가운 비.
밤비 - 밤에 내리는 비.
억수 - 물을 퍼붓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웃비 - 비가 다 그치지는 않고, 한창 내리다가 잠시 그친 비.
해비 - 한쪽에서 해가 비치면서 내리는 비.
꿀비 -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
단비 - 꼭 필요할 때에 알맞게 내리는 비.
목비 -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
못비 - 모를 다 낼만큼 흡족하게 오는 비.
약비 - 요긴한 때에 내리는 비.
복비 - 복된 비.
모다깃비 - 뭇매를 치듯이 세차게 내리는 비.
우레비 - 우레가 치면서 내리는 비.
마른비 -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되어 버리는 비.
오란비 - 장마의 옛말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내리다가 개고, 또 내리다가 개곤 하는 장마.
비꽃 - 비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시작될 때 몇 방울 떨어지는 비.
일비 - 봄비. 봄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비가와도 일을 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
잠비 - 여름비. 여름에는 바쁜 일이 없어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다는 뜻으로 쓰는 말.
떡비 - 가을비. 가을걷이가 끝나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쉴 수 있다는 뜻으로 쓰는 말.
술비 - 겨울비. 농한기라 술을 마시면서 놀기 좋다는 뜻으로 쓰는 말
시어사전
ㄱ
가납사니 : 1. 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사람 2.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가년스럽다 : 몹시 궁상스러워
보인다.
가린스럽다 : 눈에 거슬리게 인색하다.
가멸다 : 재산이 많다.
가뭇없다 : 1.(눈에 띄지 아니하여)찾을 길이
막막하다. 2.흔적이 조금도 없다.
가뭇하다 : 약간 검은 빛이 있다. "가무스름하다"의 준말
가이없다 : 끝이 없다.
가실볕 : 가을볕
가을부채 : 철이 지나 쓸모없이 된 물건
가잘비다 : 비교하다
가치노을 : 풍랑이 일 때
솟아오르는 하얀 물거품
간새 : 동남풍
갈래판 : 일이 여러 가지로 일어나는 자리
갈마들다 : 서로 번갈아들다.
갈바람 : "서풍"을 뱃사람들이 일컫는 말
갈치잠 :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끼어 잠
감때사납다 : 매우 사납다.
감칠맛 : 음식이 입에 당기는 맛
갓 : 이제, 막, 겨우
갓길 :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등의 양쪽 가장자리.
갓밝이 : 날이 막 밝을 무렵. 여명(黎明)
갓짓하다 : 모양새가 잘 생기다
개랑 : 매우 좁고 얕은 개울
개발리다
: 흙 따위가 여기저기 묻게 되다
개진개진 : 눈에 끈끈한 물기가 있는 모양
갸웃하다 : 조금 기울다.
거들비치다 : 입에
올리어 말하다
거울지다 : 비춰져서 보이다
거풀막 : 여러 겹으로 된 껍질이나 껍데기의 겉쪽을 싸고 있는 얇은 막
거풋하다
: 품새가 매우 거뿐하다
건들바람 : 초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
걸림새 : 걸리는 것. 또는 장애가 되는 모양이나 상태
걸탐스레 : 보기에 게걸들린 듯 탐욕스럽게
검비검비 : 어떤 행동을 쉽게 대강대강 하는 모양
검은돈 : 정당하지 않은
경로로 유통되는 돈
겉볼안 : 겉만 보면 속까지도 가히 짐작하여 알 수 있음.
겨름 :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짬.
겨를철 : 농한기
겻불 : 겨를 태우는 불
곁두리 : 농부나 일꾼이 끼니 외에 참참이 먹는 음식
고리떨음 : 잔치 뒤에 수고한 사람끼리 남아서 한 잔 먹는 일
고운매 : 아름다운 맵시나 모양. 또는 아름다운 여인
고주리미주리 : 아주 잘고 소소한 데까지 죄다 드러내는 모양. 고주알미주알
고즈너기 : 고스란히. "슬그머니"의 뜻도 됨.
표준말은 "고즈넉이"
곤때 : 살짝 묻은 때. 곱게 묻은 때
곧은목성질 : 융통성 없이 외곬으로만 나아가는 성질
골방지기
: 방구석에 처박혀 꼼짝하지 않는 사람
골차다 : 옹골차다
곰돌다 : 자꾸 계속하여 돌다
곰살궂다 : 성질이 부드럽고
다정하다. 싹싹하다.
곱새기다 : 거듭 생각하다.
괴덕스럽다 : 실없고 수선스러워 미덥지 못하다.
괴딴지 : 괴이하게
엉뚱한 성질이나 행동.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
구꿈맞다 : 말이나 짓이 도무지 가당하지 아니하게 생뚱맞다
구누름 : 자조적으로
욕을 해대며 중얼거리는 짓
구부렁거리다 : 등이나 허리를 휘우듬히 자꾸 구부리다
구순하다 : 사이가 좋다.
군드러지다 :
(술에 취하거나 몹시 지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자다.
굴피집 : 굴참나무의 굵은 껍질로 지붕을 얹은 집
굼깊다 : 골이 깊다
굽다듬다 : 한 쪽으로 휘어지도록 다듬다
귀고프다 : 실컷 듣고 싶다
귀맛 : 소리나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맛
귀살쩍다 : 일이나 물건이 마구 뒤얽히어 정신이 뒤숭숭하다.
귀치레 : 듣는 치레, 듣는 재미
근근하다 : 살림이 겨우
견디어 낼 정도로 어렵다
근심가마리 : 근심거리가 되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
글따구니 : 글의 짜임새
글지 : 작가
기뿌주다 : 나누어 주다
깃걸개 : 옷걸이
까막뒤짐 : 도적질할 때, 주인 몰래 뒤지는 것
까미 : "얼굴이나
털빛이 까만 사람이나 동물"을 일컫는 말
까움 : "고까움"의 준말
까치밥 : 까치의 먹이로 높은 가지에 몇 개 남겨 놓은 감
깝쳐대다 : 재촉하다
깡순이 : 깡다구가 있는 여자
깨금발 : 뒤꿈치를 들어올린 발
꺼벙이 : 허우대만 크고 엉성해
보이는 사람
껄떡쇠 : "먹을 것을 몹시 탐하는 사람"을 낮게 일컫는 말
꼬꼬지 : 아주 오랜 옛날
꽃무덤 :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
꾀살이 : 일을 잘 꾸미거나 해결하는, 묘한 생각이나 수단
꾀음질 : 교묘한 말로 남을 꾀는 짓
꾀지다 : 아주 꾀바르다
귀썰미 : 한 번 듣고도 그대로 할 수 있는 재주.
꿍겨박다 : 구겨박다
끌밋하다 :
훤칠하고 시원스럽게 잘 생기다.
끼끗하다 : 생기가 있고 깨끗하다.
ㄴ
나들목 : 나가고 들고 하는
길목
나래 : 논, 밭을 골라 반반하게 하는 데 쓰는 농기구.
나릿나릿 : 긴장한 태도가 없이 느린 모양. "느릿느릿"의 작은 말
나부랑거리다 : 객쩍고 쓸데없이 입을 자꾸 놀리어 말하다
나부룩하다 : 늘
나우 : 좀 많게, 약간 낫게
나이갓수
: 생물이 살아 있는 연한. 수명
나절로 : 나 스스로. 나의 힘으로
난밖사람 : 다른 고장 사람
난질가다 : 연싸움에
도전하다
날구장창 : 날마다 계속해서
날나발 : "함부로 지껄이는 허튼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날작정 달작정 : 어느
날을 작정하는 것. 어느 달을 작정하는 것
낡삭다 : 오래되어 낡고 삭다
낭끝 : 벼랑 끝
낭판 : 계획한 일이 어그러지는
형편
낮달 : 낮에 보이는 달
냄새를 내다 : 싫증을 내다
냥냥거리다 : 양냥거리다. 짜증스럽게 자꾸 보채다
너덜길
: 돌이 많이 깔린 비탈길
너스래기 : 너슬너슬 붙어 있는 거스러미나 털 따위. "너스레미"라고도 함
너울춤 : 흥에 겨워 팔을
내저으며 너울너울 추는 춤
너절로 : 네가 스스로
넋자리 : 죽은 사람의 넋이 와서 임할 자리
넌출지다 : 넌출이
늘어지듯, 유들유들하다
넘지다 : 주제 넘게 건방지다
넘진소리 : 주제 넘게 건방진 소리
네둘레 : 앞뒤 좌우의 둘레
노랑북새 : 부산한 법석
노림수 :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리는 수
높게더기 : 고원의 평평한 땅
눈갈기 :
말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눈맛 : 눈으로 보아 느끼는 맛
눈빨리 : 재빠르게 얼른
눈정 : 보고 느끼는 정분
뉘누리 : 소용돌이
늘품 :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질 또는 가능성
늙판 : 늙어 버린 판
늦깎이 : 1. 사리를
남보다 늦게 깨달은 사람 2. 나이가 들어서 중이 된 사람
늦사리 : 철늦게 거두어 들이는 농작물
ㄷ
다따가
: 중도에 별안간. 갑자기
다떠위다 : 한곳에 모여 떠들고 들이덤비다.
다리품 : 길을 걷는 데 드는 수고로움
다솜 :
"애틋한 사랑"의 옛말
닦달 : 몰아대서 닦아 세움
단댓바람 : 단번에 곧장
담싹 : 재빨리 움켜쥐거나 탐스럽게 안는 모양
달보드레하다 : 연하고 달콤하다.
대종소리 : 표준말
댑바람 : 북풍. 북쪽에서 부는 큰 바람
덜미꾼 :
꼭두각시놀음을 업으로 하는 사람
덧살 : (사물의 요체가 아닌) 군더더기
더넘스럽다 : 정도 이상으로 크다.
데데거리다 :
말을 좀 더듬거리다. 또는 퉁명스럽게 말하다
도깨비살림 : 재물이 있다가도 어느결에 갑자기 없어지는 따위의 불안정한 살림살이
도리소반 : 둥글고 조그마한 상
돌돌붓 : 볼펜
돌바기 : 한 돌이 된 어린아이
돌주먹 : 돌처럼 단단한 주먹
되숭대숭 : 말과 짓이 함부로 하다
된정나다 : 염증이 나다
된판 : 일이 되어 가는 형편
될끼 : 될 수 있는
가능성
됨새 : 일이 되어가는 모양새
두발걸이 : 두 쪽에 모두 관계를 가지는 일
둔전거리다 : 어리둥절하여 이쪽저쪽을
휘둘러보다
뒤딸리다 : 뒤에 따르게 하다
뒤발 : 무엇을 뒤집어 쓰거나 바르는 일
뒵들이 : 뒤에서 거들어 도와주는 일,
또는 그런 사람
뒷고생 : 늘그막하게 하는 고생
드살 : 사람을 휘어잡아 다루는 일. 또는 그런 성질
드잡이판 : 드잡이로
싸움이 벌어진 판
드팀없다 : 틈이 생기거나 틀리는 일이 없다. 또는 흔들림이 없다
들모임 : 들놀이
들뭇하다 : 분량이나
수효가 어떤 범위 안에 가득 차 있다
들어쌔다 : 널려서 아주 흔하다
딴통같이 : 전혀 엉뚱하게
땅불쑥하니 : 특별히
뚝기 : 굳게 버티어 내는 기운
뜨게부부 :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우연히 만나서 어울려 사는 남녀
뜬김에 : 직접 보지
않고 머리에 남아 있는 기억만으로. 또는 이왕 하던 참에
띠앗 :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ㅁ
마구리 :
물건의 양쪽 머리의 면
마녘 : 남쪽. 남쪽편
마뜩하다 : 제법 마음에 들다.
마디가다 : 써서 없어지는 동안이 길다
마무새 : 일의 끝단속을 짓는 솜씨나 모양새
마안하다 : 끝이 없이 아득하게 멀다
마음밭 : 마음을 쓰는 본바탕
마음씨갈 : 마음을 쓰는 태도나 바탕
막고비 : 막바지 고비
막새바람 : 가을에 부는 신선한 바람
막서리 : 남의
집에서 막일을 해주며 살아가는 사람
말맵시 : 말의 맵시. 곧 말하는 모양이나 태도
말비침 : 상대방이 알아챌 수 있도록 넌지시
말로 하는 암시
말치없이 : 말썽 없이
맘보자기 : 마음을 쓰는 바탕
맛깔손 : 맛깔을 내는 손. 즉 좋은 요리솜씨
맞손질 : 서로 맞서 때리는 일. 즉 마주 싸우는 짓
맨마루 : 일의 진행에서 가장 고비가 되는 곳
맺음새 : 일 따위를
마무르는 모양새
머물스럽다 : 어리석다. 또는 지나치게 머뭇거리는 데가 있다
머흘다 : 험하다
먹꾼 : 이야기를 듣는
사람. 듣는 이
먹매 : 음식을 먹는 정도나 태도
멈칫체 : 잠깐 멈추는 체. 또는 짐짓 멈추는 듯함
멋따기꾼 : 실속
없이 멋이나 부리는 사람
멋스리다 : 말 또는 행동을 꾸미어 하다
멘내 : 매운 냄새
멱치기 : 목숨을 건 승부
모기작모기작 : 우물쭈물하면서 굼뜨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모꼬지판 : 놀이. 잔치. 그 밖의 다른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
모도리 : 빈틈없이 아주 야무진 사람
모둠밥 : 여러 사람이 내것 네것 없이 같이 먹기 위하여 많이 담은 밥
모로미 :
모름지기
모습사리 : 모습의 됨됨이
목구지 : 목소리를 높이어 연해 부름
몰곳몰곳하다 : 여럿이 군데군데 모여 있다
못난둥이 : "못난이"를 얕잡아 이르는 말
무더리 :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물가늠 : 물의 분량이 적당한가를 살펴보는
일
물밑싸움 :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남모르게 주고 받는 대화
민얼굴 : 꾸미지 않은 얼굴
밀막다 : 핑계를 대고
거절하다.
밑손 : 일하는 사람의 밑에서 돕는 일
ㅂ
바닥나기 : 토박이
바른고장이로 : 곧이곧대로
바름바름 : 얼마씩 바라진 틈으로 조심스레 살피거나 더듬는 모양
바리 : 1.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 2.마소에 잔뜩 실은 짐을
세는 말
바워내다 : 능히 피하다
반지빠르다 : 1.교만스러워 얄밉다. 2.어중간하여 쓰기에 알맞지 않다.
발대중 :
발걸음으로 거리를 대중하여 짐작하는 일
발서슴하다 : 쉼없이 두루 돌아다니다
발품새 : 걸음걸이의 모양새
방안풍수 : 일이
실상은 잘 모르면서 이론만으로 잘 아는 체 하는 사람
방치레 : 방을 꾸미는 일
배곧 : 배움곳. "강습소, 학교, 학원" 따위에
해당하는 말
배식배식 : 입을 벌리어 소리 없이 가볍게 자꾸 웃는 모양
배알티 : 반항하는 마음
배움아들 : 가르침을 받은
사람
배채 :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꾀
백따 : 하얀 빛깔의 말
버금차다 : 능히 버금갈 만하다
버시 : 지아비.
남편. "가시버시"는 부부의 옛말
버엉하다 : 정신이 없이 멍하다
벋놀다 : 따로 벗어나서 행동하다
벗내다 : 일정한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게 하다
변통머리 : "이리저리 잘 융통하는 일"을 낮잡아 일컫는 말
보매 : 겉으로 보기에
보송해지다
: 물기가 없이 보드라와지다
보풀떨이 : 앙칼스러운 짓
볼꿑 : 구경하는 사람들. 구경꾼
볼땀스럽다 : 보기에 탐스럽고
시원시원하다
부르감다 : 눈을 힘주어 굳게 감다
부릅떠발다 : 눈을 부릅뜨며 흘기다
불서럽다 : 몹시 서럽다
불일다
: 어떤 형세가 불이 타는 것처럼 세차게 일어나다
불퉁이 : 퉁명스럽게 심술을 내는 짓
비나리 :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
비롯 : 시작. 어떠한 일이 있게 하는 사단
비아냥 : 얄미운 태도로 빈정거림
빚주머니 : 많은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태
빠꼼이 : 영리한 사람. 인색한 사람.
빠듯하다 : 겨우 정도에 차다.
뻔질 : 어떤 행동이 매우 자주 일어나는 모양
쁘다귀 : 물건의 삐쭉 내민 부분
ㅅ
사늑하다 : 아늑한 느낌이 있다
사람살이 : 사람이 살아 가는 일
사람새 : 사람의 됨됨이
사살낱 : 잔소리
사알사알 : 조용히
사위스럽다 : 어쩐지 불길하고 꺼림칙하다.
살갑다 : 1.겉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이 너르다. 2.상냥하고 부드럽다.
살갗숨 : 살갗으로 쉬는 숨
살그래 : 남몰래
살며시
살난스럽다 : 마음이 어지럽고 어수선하다
살뚱맞다 : 당돌하고 생뚱맞다
살세게 : 매우 세게
살속 : 세상을
살아 가는 맛
살신 : "겉모습"을 낮추어 이르는 말
살터 : 넓고 큰 자연. 대자연
상클하다 : 보기에 시원스럽다.
상없다 : 보통의 이치에서 벗어나다.
새김꺼리 : 새기어 둘 만한 일
새내기 : "신입생", 또는 "신출내기"의 뜻으로
새로 살려 쓰는 말
새녘 : 동쪽
새롱거리다 : 1.경망스럽게 지껄이며 계속 까불다. 2.전과 다르게 느껴지거나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새새이 : 사이사이에
새수나다 : 갑자기 좋은 수가 생기다. 또는, 뜻밖의 재실이 생기다
새차비로 :
새삼스럽게 또 다시
생다지 : 공연한 억지
생파같이 : 뜻하지 아니하게 갑자기
서두리 : 일을 거들어 주는 사람
서름히 : 남과 가깝지 못하여 서먹서먹하게
석죽다 : 기운이나 기세가 여지없이 꺾이다
섞어작으로 : 이렇게 저렇게 마구
섞어서
선불 : 설맞은 총알
설풋하다 : 기억 따위가 좀 흐린 듯하다
소리돌림 :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소리를 하는 것
소소리바람 : 1.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멷드는 듯한 차고 매운 바람 2.회오리 바람
소수나다 : 그 땅에서 거둔 농산물의 양이
늘다.
속멋 : 겉치장이 아닌,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멋
속새로 : 속으로
손뜨다 : 물건이 잘 팔리지 아니하다
시러베 : 실없는 사람
시붉다 : 아주 붉다
심드렁하다 : 1.(병이)낫지도 더하지도 아니하여 오래 끌다. 2.마음에
탐탁하지 아니하여 관심이 거의 없다
ㅇ
아갈대다 : 이러니 저러니 아가리를 놀리다
아근바근 : 짜임새
따위가 약간 바라져 있는 모양
아기똥하다 : 1.남달리 교만한 태도가 있다. 2.좀 틈이 나 있다.
아락바락 : 성이 나서 기를
쓰며 다투는 모양
아삼삼하다 :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에 끌리게 묘하고 그럴 듯한 데가 있다
아슴아슴하다 :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고 희미하다
아퀴 : 일의 갈피를 잡아 마무르는 끝매듭
아칠하다 :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거나 낮다
안개죽 : 어떤 죽인지 분간할 수 없음
안차다 : 겁이 없고 깜찍하다.
앉음매 : 앉은 모양이나 태도
알기내기 :
알아맞히기를 하는 내기
알샅 : 알몸의 사타구니
알숭달숭 : 여러 가지 빛깔이나 모양이 뒤섞여 있는 모양
알싸하다 :
소리가 아렴풋하다
앞잡이 : 본보기
애근히 : 애를 쓰며 어렵게
애마르다 : 소중히 여겨 어루만지다
애살맞다 :
궁색하고 안타까운 데가 있다
애젖하다 : 안타깝게 애틋하다
앵돌아서다 : 마음이 토라져서 싹 돌아서다
야소꾼 :
"기독교인"을 이르는 말
야실거리다 : 은근히 비웃는 태도로 말을 살살 늘어 놓다
얄캉하다 : 탄력있는 물건이 보드랍고 약하다
어둑발 : 어둑어둑한 기운
어련무던하다 : 성질이 까다롭지 않고 무던하다
어레짐작 : 겉가량으로 헤아려 짐작함
어리번쩍 : 물건 따위가 어른거리다가 갑자기 선명해지는 모양
옴씹다 : 자꾸 되씹다
옷마름 : 옷감을 치수에 맞추어 마르는
일.또는 그렇게 마른 천
옷물림 : 옷을 차례로 물려 가며 입는 것
왜골뼈 : 허우대가 크고 언행이 막돼먹은. 고집이 센 사람
외곬수 : 융통성이 없이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치는 성질. 또는 그런 사람
왼새ㄲㅣ를 꼬다 : 비비 꼬아서 말하거나 비아냥거리다
욕받이 : 항상 욕을 먹는 사람
우세질 : 남의 비웃음을 받는 일
울음빛 : 금방 울 듯한 형상. 또는 울음의 기색
윗방아기 : 이미 양도가 다한 늙은이가 회춘을 위해 동침하는 젊은 여자
육날미투리 : 신날을 여섯 가닥으로 하여 삼는 미투리
을씨년스럽다 : 1.보기에 쓸쓸하다. 2.보기에 군색한 듯하다.
음전하다 : 말이나 행동이 우아하고 점잖다.
의뭉떨다 :
몹시 의뭉한 짓을 하다
의뭉꾸러기 : "의뭉한 사람"을 홀하게 일컫는 말
이름값 : 이름에 알맞는 행동이나 노릇. 또는 주위의
평판 때문에 치루는 대가
이바지 : 1.도움이 되게 함. 2.음식 같은 것을 정성들여 보내줌.
이슥하다 : 밤이 매우 깊다.
이앙 : 이음새
이즈막하다 : 밤이 제법 이슥하다
이지가지 : 여러가지
이퉁 : 고집
익살주머니 :
익살스러운 마음보
인간노리개 : 부잣집 아이의 노리개 노릇을 하는 가난한 집 아이
일같잖다 : 힘이 들지 아니하며 예사롭다
일구덕 : 일 구덩이. 즉, "온갖 일더미에 빠져 있는 것"을 비유하는 말
일본새 : 일하는 모양새
입고프다 : 자유롭고
숨김없이 말을 하고 싶다
입바람 : 입술을 둥글게 모아 뿜어내는 기운
입바르다 : 바른말을 거침없이 하다.
잉걸불 :
1.활짝 피어 이글이글한 숯불 2.다 타지 아니한 장작불
ㅈ
자리매김 : 다른 것과 구별되는 위치를 굳힘.
또는 어떤 자리나 됨됨이를 정하여줌
지며리 : 한자리에서 차분하고 꾸준히.
자못 : 생각보다 매우, 꽤
자물치다 :
까무러치다
자발없다 : 방정맞아 참을성이 없다.
자볼기 : 자막대로 때리는 볼기. "(어떤 잘못으로)아내에게 나무람을 듣겠다"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
자지간나희 : 노련하게 노는 계집
자크르하다 : 딱 알맞게 좋다
작것 : "잡상스러워서 점잖지 못한
사람"을 욕으로 일컫는 말
작살비 : 작살처럼 매우 굵고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
잔짝지 : 자갈
잔치잡이 : 주례
잘숙 : 길이가 좀 짧은 듯한 모양
잘폭하다 : 부드럽게 질다
잡조이하다 : 드러나지 않게 하다
잣대 : 사물을
가름하는 기준. "자",또는 "자막대기"를 뜻하는 말이 번지어 쓰임
장은대다 : 계획 세우기를 자주하다
장터어름 : 장이 서는
넓은 터.
재없이 : 근거는 없지만 틀림없이
재여리 : 중매쟁이
재주비김 : 재주를 서로 견주어 보는 일
재피방 :
조그마한 방
잴대 : 사물의 표준, 또는 수준
저뭇해지다 :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다
저분저분이 : 성질이 부드럽고
찬찬하게
젖누님 : 남의 자식에게 자기의 젖을 먹여 길러 주는 여자
제겨내다 : 일 따위를 해내다
제말량 : 제멋대로
행동하는 짓
조곤조곤 : 자세하고도 차근차근한 모양
조금치 : 조그마한 정도나 분량
조랑복 : 복을 받아도 오래 누리지
못하는 짧은 동안의 복
조마맣다 : 꽤 조그마하다
조상받이 :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것
조숙조숙 : 기운없이
꾸벅꾸벅 조는 모양
조조간질래비 : 조조처럼 간교해 보이는 사람
조폭하다 : 성질이나 짓이 거칠고 사납다.
좀사내 :
성질이 좀스럽고 꾀죄죄한 사내
좀살궂다 : 보기에 매우 좀스럽다.
종애곯리다 : 남을 놀리어 약을 올리다.
종요롭다 :
없어서는 안 될 만큼 긴요하다.
종작없다 : 말이나 태도가 똑똑하지 못하여 종잡을 수가 없다.
죄죄거리다 : 빠르게 자꾸
지껄이다.
주변하다 : 일을 두름성 좋게 잘 처리해 내다.
주비 : "떼, 무리, 부분"을 뜻하는 말
주춤새 : 주춤한
자세
줄대 : 끊이지 않고 잇달아 계속
줄욕 : 잇달아 해대는 욕
지나마르나 : (땅이 질거나 마르거나에서) 변함없이 항상
지망없다 : 뜻하여 바라는 것이 없다.
지며리 : 차분하고 꾸준히.
지청구 : 까닭없이 남을 탓함.
진동걸음 :
매우 빠르게 서둘러 걸음
질겁 : 뜻밖의 일로 몹시 놀람
짐짓 : 일부러, 고의로
짜배기 : 현실로 있는 일. 사실
짠돌이 : 구두쇠처럼 인색한 사람
짯짯이 : 빈틈없이 세밀하게
쨍볕 : 쨍쨍 내리쬐는 햇볕
쭉정이 : 껍질만 있고
알맹이가 들지 아니한 곡식, 과일 등의 열매
ㅊ
차비없이 : 미리 갖추어 차리는 준비 없이
찬돈 :
밑천
참나 : 본래 모습의 나
참없다 : 그치거나 멈춤이 없다
참을줄 : 잘 참고 견디어 내는 힘
참잠 : 진짜 잠
처박질 : 함부로 처박는 일
처질거리 : 다른 것보다 못한 물건
천천무리 : 천덕꾸러기
청질꾼 : 힘 있는 사람의
세력을 빌어 일을 청탁하는 사람
초근하다 : 매우 촉촉하다
초록이 : 전적으로 추호의 의심없이
초짜드막 : 잠깐 동안
촐랑개 : "남을 붙좇으며 잔신부름하는 사람"의 비유
추레하다 : 겉모양이 깨끗하지 못하고 생기가 없다.
추슬러메다 :
물건을 치켜 올려 어깨에 메다.
춥춥스럽다 : 매우 추접스럽다.
충충하다 : 맑거나 산뜻하지 못하도 흐리다.
츱츱하다 :
다랍고 염치가 없다.
치떨리다 : 분하고 화가 나서 몹시 떨린다.
치빼다 : 냅다 달아나다.
치어나다 : 똑똑하고
뛰어나다.
치임개질 : 벌여놓았던 물건들을 거두어 치우는 일
칠칠하다 : 1.잘 자라서 길다. 2.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다.
3.일의 솜씨가 능란하고 빠르다.
ㅋ
카랑하다 :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높고 맑다
칼벼락 : 몹시 호된
벼락
칼잠 :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어깨를 모로 세워 끼워 자는 잠
칼탕치다 : 형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바수어서 못 쓰게 만들다
켜 : 포개어진 물건의 낱낱의 층
켯속 : 일의 갈피
코골이 : 잠잘 때 코를 몹시 고는 사람
콩닥거리다 : 공연히
들썽거리며 설레어서 가슴이 자꾸 뛰다
쾌분잡하다 : 꽤 북적거리며 어수선하다
크렁하다 : 눈물이 눈가에 넘칠 듯이 그득하다
큰물 : 사람이 많아 모인 곳. 또는 큰 판이 벌어지는 곳
ㅌ
타관바치 : 타향 사람
탁난치다
: 몸부림을 치다
탈거지 : 걱정스러운 일
탈붙다 : 무슨 일에 사고나 변고가 생기다
탓잡다 : 핑계나 구실로 삼다
터삼다 : 기초로 하다. 또는 빌미로 잡다
터울지다 : 두 사물 사이에 차이가 지다. 또는, 먼저 낳은 아이와 그 다음 낳은 아이
사이에 차이가 있고 동안이 뜨다
통구이 : 돼지나 닭 따위를 가르지 않고 통째로 불에 굽는 일. 또는 그렇게 구운 것
통밤 : 온
밤 내내
통잠 : 한 번도 깨지 않고 내리 자는 잠
퇴물리기 : 쓰다가 물려받은 물건
투미하다 : 어리석고 둔하다.
툭툭하다 : 1.피륙이 단단한 올로 고르고 배게 짜여 두껍다. 2.국물이 바특하여 묽지 아니하다.
트임새 : 옷을 만들 때 앞이나
뒤를 터놓는 것. 또는 트인 모양새
트집스럽다 : 공연히 흠을 잡아 말썽을 부리거나 불평을 하는 태도가 있다.
틀수하다 : 성질이
너그럽고 깊다.
틈새시장 : 상품 공급이 많은 데서, 수요자가 요구하는 특정 종류의 상품이 비어 있는 시장
티격나다 : 서로 뜻이
맞지 아니하여 사이가 벌어지다.
티다르다 : 눈에 띄게 다르다
ㅍ
파릇하다 : 빛깔이 좀 파란
듯하다.
파임내다 : 의논하여 결정한 일에 대하여 뒤에서 다른 소리를 하여 일을 그르치게 하다.
팍내 : 부부
판맛 :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재미
팔초하다 : 얼굴이 좁고 아래턱이 뾰족하다.
펑덩하다 : 펑퍼지게 여유 있다
편윷 : 편을 갈라
하는 윷놀이
푸데기 : 한데 수북이 쌓인 더미
푸서리 : 잡초가 무성한 거친 땅
푸지다 : 매우 많아서 넉넉하다.
푼더분하다 : 1.(생긴 모양이)두툼하고 탐스럽다. 2.여유가 있고 넉넉하다.
푼푼하다 : 1.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2.사람됨이 옹졸하지 아니하고 너그럽고 활달하다.
품바 :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
품앗이 :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풋내나다 : ("곡식 따위가 덜 익다"의 뜻바탕에서) 어설프다
풋내음 : 새로 나온 푸성귀나
풋나물 따위에서 나는 풀 냄새
풋뜸 : 풋내기. 경험이 없어서 서투름
풍덩하다 : 옷의 크기가 매우 넉넉하다
피그시 :
슬그머니 웃음을 드러내는 모양
피사리 : 농작물 가운데에 섞여서 자란 피를 뽑아내는 일
ㅎ
하늬바람
: 농촌이나 어촌에서 "북서풍", "서풍"을 이르는 말
한둔 : 한데에서 밤을 지냄.[=노숙(路宿)]
하리 : 남을 헐뜯어
위사람에게 일러바치는 일
하룻머리 : 하루를 시작할 무렵
한마루 : 남보다 훨씬 뛰어남
한매 : 우선 먼저
한무내하다 : 아무 상관없다
한살매 : 평생
한솔 : 아내와 남편. 부부
한지잠 : 한데에서 자는 잠
한품
: 아주 적은 분량
할대 : 지켜야 할 근본의 법칙. 원칙
할림새 : "간사한 것"의 비유
함초롬하다 : 가지런하고 곱다.
함치르르하다 : 깨끗하고 윤이 번들번들 나다.
함함하다 :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함죽하다 : 이가 빠지어 입술이나
입이 오무라져 있다.
해가림 : 햇빛을 가리는 일. 또는, 세력있는 사람 주위에서 총기를 어지럽히는 사람
해거름녘 : 해가 거의
넘어갈 무럽
해까닥 : 갑자기 얼어 빠지거나 정신이 나간 모양
해뜩 : 밤을 고스란히 꼬빡 새우는 모양
해뜰참 : 해가
듣을 무렵
해질물 : 해질녘
해포달포 : 일년 또는 한 달 조금 넘는 동안
해포이웃 : 오랜 동안 가까이 지내는 이웃
핸들핸들 : 몸이 이리저리 가볍게 흔들리는 모양
행투 : 행동이나 몸가짐의 본새나 버릇
허겁떨이 : 겁을 먹고 경망스럽게
부산을 떠는 일
허깨비 걸음 : 정신없이 아무렇게나 걷는 걸음
허땜쟁이 : 허풍쟁이. 거짓말쟁이
허벙저벙 : 조급한
마음으로 정신없이 허둥지둥하는 모양
허수로이 : 허수롭게
허양 : 겨우. 또는 그럭저럭
허튼걸음 : 쓸데 없는 발걸음
헌해 : 남을 좋지 않게 이야기 함. 험담
헛소동 : 공연히 일으키는 헛된 소동
헤갈하다 :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허둥지둥
헤매다
혜너르다 : 도량이 넓다. 또는 융통성이 있다
호동가란히 : 마음에 두지 않고 아주 조용히
혼불 : 도깨비 불.
또는 "영혼"을 비유
홀딱하다 : 여지없이 반하다
홀로서기 : 혼자 힘으로 갈망하여 나아가는 일
황그리다 : 다급하게
허둥거리다
황새목 : 무엇을 애타게 기다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을 황새목에 비유함
후룩하다 : 부피가 줄어들어 허전한 느낌이
있다
훌걸이 : 싸잡아 걸어서
훌림목 : 애교 띤 목소리
훌쭉 : 속이 비어 안으로 들어간 모양
흐들지다 :
흐드러지다
흔전만전 : 아주 흔하고 넉넉한 모양
흔줄 : 사십줄 나이
희죽거리다 : 비웃거나 비꼬는 태도로 슬며시 자꾸
웃다
희아리 : 약간 상하고 말라서 희끗희끗하게 얼룩진 마른 고추
흰오리 : 하얗게 센 머리카락
힘겨루기 : 서로 버티어
힘이나 승부를 겨루거나, 세력을 다투는 일
힘담주다 : 힘있게 말하거나 강조하다
가슴 적시는 시들에서 채록한 시어모음(1~68)
詩語 모음1
김 용 호
yong ho kim 엮음
우리가 시를 읽는 것은
바로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인류는
온통 열망에 휩싸여 있다
의학 법률 금용 이런 건 모두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걸까 ?
그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詩語 모음2
* 진실의 골격은 사실 허위인지 모른다.
나의 목숨건 사랑도 사실은 허위인지 모른다.
물을 찾아서 16/김윤희
* 한 항아리의 익은 술 한 권의 노래 책만 있다면
그 위에 먹고 살 빵만 있다면 그대와 함께 비록
흙담집에 산다 해도 마음은 왕의 영화보다 더욱 즐거우리라
오마르 카이얌 / 루바이야트
* 못 박힌 사람은 못 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시계 풀의 편지4/김승희
* 나도 열리고 싶다. 사랑의 아름다운 세상 들기 위하여
나의 방을 여는 것처럼 나를 열 열쇠는 어디에 있나
열쇄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백미혜
* 있어서는 안될 절망도 잃어서는 안될 희망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 김용호
* 피어서는 안될 꽃이 피는 것은 눈물이요. 그대 의해
피워지는 꽃이라면 갈증이오.
사랑굿 19/김초혜
* 희망의 가장 은밀한 가시 뼈에 찔려 한 사나흘 피 흘리고 나면
달에겐 듯 별에겐 듯 조용한 기별이 오고
종생부/김명리
* 별에서 보면 사람도 빛날 것인데 사랑하면 별이 될 것인데
어딘가에 그윽이 그윽이 숨어 있을 새벽 별 같이 빛나는
사랑 죽어도 좋을 사랑 하나 있겠지요.
겨울노래/신달자
詩語 모음3
*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 온 날 살아 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드세 운 밤
겨울 나무/이해인
* 사랑아 불타고 불타 버린 후에는 무엇이 되느냐
소금/유안진
* 나날이 나는 죽어도 그대는 백 번이고 태어나라
사랑굿147/김초혜
* 차라리 내가 반쯤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차라리
내가 온 채로 죽어야 그대를 보는가
꿈 / 유안진
* 기대와 아쉬움이 어우러진 기쁨도 슬픔도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 김용호
* 우리가 눈물 흘리는 동안만이라도 주는 우리를 용서하소서
이 시대의 아벨 / 고정희
* 사람아 너는 알지 서먹해진 제 영혼과 만나려고 기름 채워 등 닦는
마음을 알지 죽는 일처럼 삶이 말을 마치는 시간
모일2 / 김남조
* 제 25가 아무리 이세상의 이치를 안들 죽어서 저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리요 살아서 이내 몸을 모르는 우리
몸 떠난 내일에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루바이아트 / 카이얌
* 인생이란 확고함 없이 먼지처럼 여기저기 날린다
바람 따라 흩어지고 굴러다니니 영원의 존재가 아님을 알겠다.
잡시 / 도연명
詩語 모음4
*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도토리 만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 신나는 다람쥐
당신의 숲 속에서 / 이해인
* 어디까지 방황하며 멀리 갈 셈인가? 보아라 좋은 것은 여기 가까이 있다.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워라 행복은 늘 당신 곁에 있다.
경고 전문 / 괴테
*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가까이 들려 옵니다.
빛나는 새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오래도록 어두어야 한다고,
아직도 잠시 빛이 있을 동안에 나는
끔찍이 이 세월을 아껴 써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이해인
*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
세 발짝도 못 걸었네
우수개 삼아 전문 / 이시카와 다꾸보꾸
* 산다는 것은 어느 순간의 경계선이지 영원은 아니다.
삶 / 김용호
* 결국 안식은 흙 속에 있는 것을 모든 서운한 것들일랑 낱낱이
사랑하고 돌아가야지 이 몸서리쳐지는 외로움도 사랑해야지
낙엽 / 추영수
*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어려우니 잠깐의 시간도 가볍게 알지 말아라
연못가의 봄 풀처럼 부푼 꿈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가을
소리를 내도다
우성 / 주희
* 그대여 진정 맹물 맛을 아시거든
사랑은 깊을수록 슬퍼지는 병인 줄 아시거든
실어증 / 유안진
詩語 모음5
* 몇 만리 땅보다 더 캄캄한 당신의 정신의 정신 안에 닿아
적의의 차 / 강계순
*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낼 지라도 내 심중의 한마디 전했어야 했다.
노을 / 신달자
* 내 유정한 시절 다 가는 밤에 억만 줄기의 비가 내린다.
비 / 김남조
* 당신이 제 맘대로 부는 산들바람처럼 내 마음을 흔들면
나는 갈대처럼 흔들리겠습니다
우정을 위하여 / 김용호
* 나 이제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이별이란 두 글자
쓸쓸한 아픔으로 남아 부질없는 자존심 사랑을 잃었구나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 오세철
* 고통을 분담 할 수 있는 생의 동업자로 생각하고 한정되어 흐르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한동안만이라도 머물고 싶다
한동안만이라도 / 김용호
* 지금도 그와 만든 소중한 섬 하나가 어느 바다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새들의 낙원이 되어 있겠지
섬 / 오세철
* 흐르는 물도 먼지 이끼로 오염되는데 인간이야 오죽하랴
복잡한 세상살이 이제 좋은 빛깔 다 바래지고 남은 건 근심걱정
서러워도 / 오세철
* 어디 엔가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매 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져 었다면 이제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서기 1 / 서정윤
* 그후로 영근 아픔마다 별이 된 것을 아픈 상처마다 반짝이는
별이 된 것을 네 눈빛과 설레임이 푸른 별이 된 것을
별4 / 김소엽
詩語 모음6
* 길은 어디에도 있고 그러나 어느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
길 / 강은교
* 사람아 이제야 거렁뱅이 영혼을 포식케 하는
그대 사랑의 단비 내린다.
단비 / 신달자
* 삶이란 어자피 기대와 아쉬움과 기쁨과 슬픔과 절망과 희망이란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삶 / 김용호
* 한 생애 걷는 것밖에는 믿을 것이 없었던 고독한 피의 내림
그것은 잠 들 수 없는 자의 눈물 이였다.
보이지 않는 제 얼굴을 찾아 들쥐처럼 헤매던 광야의 밤
캄캄한 젊음의 갱도는 늘 비어 있었고
단명의 겨울5 / 홍윤숙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보이는 이 없이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정념의 기 / 김남조
* 아직도 사랑이라고 말 할 수 없어요
좀더 험난하게 좀더 높은 곳으로
우리가 도달 할 때까지 외롭게 걸어가는 마음이여
큰 물살로 흐를 때까지 / 김윤희
* 저마다 다른 곳의 바람에 살갗이 터 숨쉬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당신은 내 영혼에 열린 내 눈이 바라보는 최초의 새벽
사랑합니다 / 김남조
* 그대가 진정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다만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줘요.
그녀의 얼굴의 웃음과 부드러운 말씨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날 사랑한다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요.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e브라우닝
詩語 모음7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꽃/신달자
* 살아감은 가장 슬픈 전설 사랑은 더욱 외로운 수수께끼
사랑 할 때에는 / 이정란
* 너도 나처럼 너의 마음의 상자가 비었을 때는 상상의 공간
어디쯤 에 날고 있을 사살의 새를 기다리겠지?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가장 진실 된 나무 하나 자라고 있는 섬에 나는 돌아와 있다.
섬 / 신달자
* 웃으며 참으면 꽃이 된단다. 웃으며 부서지면 꽃이 된단다.
해당화 / 추영수
*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 / 안도현
* 조바심도 말며 이쪽에 있어야 저쪽이 보이듯 멀어 있으면
종내 못 잊는 우리가 되자.
사랑굿 36 / 김초혜
* 형극의 모래 먼지 눈멀게 할지라도 추운 몸 뜨겁게 달구어 화안
웃음 담고 그렇게 옵니다.
사랑은 장난이 아니기 위하여 / 김영재
* 지금 내 마음은 불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잡지 못하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불길/김용택
*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홀로 서기1 / 서정윤
詩語 모음8
* 빈방을 지키는 자물쇠의 아픔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 구순희
* 하나만 사랑하고 모두 버리셔요.
편지 / 문정희
* 저마다 가슴 안에 감추어 둔 뜨거운 속말을 스스로 녹은
인어를 흘리며 사람들은 깊은 잠들었다.
눈 오지 않는 나라 / 노향림
* 나는 오늘 너에게 사랑을 무 통장으로 입금 시켰다.
온라인으로 전산 처리되는 나의 사랑은 몇 자리 숫자로
너의 통장에 찍힐 것이다.
온라인 / 이복희
* 저마다 다른 곳을 향하여 머리를 두고 누워 있는 우리
원무 / 황인숙
*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 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 일뿐입니다.
멀리 있기에 / 유안진
*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움이란 공간을 나는 사랑의 새를 이 기말
동안만은 자유를 주는 우리가 되자
만날 수 없기에 / 김용호
*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비의 사랑 / 문정희
詩語 모음9
* 바람이 분다 메뚜기 방아깨비 얼려 노니는 들녘 저녁 노을 화려한데
흰머리 흔들어 저 멀리 사라져 간 기억도 없는 바람이 있었어라.
가을바람 / 오세철
*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며
삽살개는 달을 지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 노천명
* 오직 한 여인 앞에 산처럼 남고 싶다.
눈물 연가 / 나혁채
* 살아가는 과정이 단 한 장뿐인 답안지를 채워야 하는
시험의 과정임을 알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 선미숙
* 차라리 천년 뒤 이 가을 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보고 싶다.
파초 / 이육사
* 목숨걸면 무엇이나 아름답듯이 목숨 받친 네 사랑 앞에서
무슨 논리인들 살아 남으랴
서울사랑 / 고정희
* 웬일인지 모르지만 한적한 뜰을 보면 나는 들어가 서성이고 싶어라
도둑일기 / 황인숙
* 그대 마음 안자락에 내 사랑 한 갈피 심어 놓고 새 아침 열리는
나팔을 불어요.
나팔꽃 / 추영수
* 뼈 속을 지르는 겨울 바람 타고 깊은 어둠을 헤치며
얼음보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린다
겨울 비 / 허종일
詩語 모음10
* 그대가 어디서 뭘 하든 그대의 잘못을 떠맡고
나의 짜임새 있는 삶으로 그대에게 관용을 베풀고 그대의
육체적인 노고와 정신적인 노고를 떠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실행 할 수 있는 말들을 편지로 쓰고 싶습니다.
편지 / 김용호
*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 쓰러진다.
꽃과 언어 / 문덕수
* 갈꽃 향기 선율로 피어 있다가 보내지 않아도 또 그렇게
따라 간다. 들풀로 풀꽃으로
가을 / 허종일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에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오거라
사랑을 위한 향두가 / 고정희
* 지금 떠나야 지체 말고 떠나야 우리는 만난다.
만나서 또 하나의 출발을 한다.
또 하나의 출발 / 신동춘
*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 도종환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을 훔뿍 적셔도 좋으련
청포도 / 이육사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게 약속 없이
가고 또 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지나가는 타관의 거리였다.
타관의 햇살 / 홍윤숙
詩語 모음11
*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님께서 부르시면......
임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 그대 한 생애를 두고 몸 씻으면 씻겨질까, 씻겨지지 않을
그것들이 다순 가슴 맞이할 수 없는 그것들이......
가을 사람에게 / 이성부
* 나는 무작정 사랑 할 것이다. 죽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지라도
사랑이란 말의 위대함과 사랑이란 말의 처절함을 속속들이
깨닫지 못했기에 나는 한사코 생을 사랑 할 것이다.
사랑의 탐구 / 이승화
* 오늘도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달래며 단 한마디의 양식을
줍기 위해 책을 펼친다.
서점에서 / 선미숙
* 희망의 산파는 절망이다.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기 위하여
우리 한번 더 기다림 속에 파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바 / 김승희
* 참으로 좋은 가을이다 고즈넉한 이 가을 향기를 이고 살고 싶다.
이 가을에 / 김영아
* 살 깊이 출렁이는 파도 아래 푸르게 흐르는 눈물
혼자 죽고 혼자 죽은 몇 번의 죽음도 얼지 않았다.
겨울 노래 / 신달자
* 공사장에서 별이 별 사람들이 그날 분의 아저씨의
근력을 활용하기 위해 낙서 같은 명령들을 해 대지만
그게 아저씨의 삶 전부가 아님을
기억하며 불평 불만 없이 그 명령을 이행한답니다.
공사장 나가는 아저씨 / 김용호
詩語 모음12
* 나는 노래를 들으려고 이곳을 찾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잔이 비면 다시 마주 앉는 고독
겨울 나그네 / 황금찬
* 오늘의 사랑은 대체로 흐림 소나기 한차례 천둥 번개 예상됨
특히 실연의 지역엔 집중 호우 예상 곳곳에 우박 내리겠음
우리의 일기 예보 / 천양희
* 하루에 이틀씩 불면에 놓여 꿈 없이 가는 세월 나는
침대 위에 놓여 언제이고 돌아 올 절망을 안게 됩니다.
불면증 / 김성우
* 또 깎입니다. 짧아지는 내 키만큼 오그라드는 명줄 뼈 속 깊은
곳에선 머 언 숲 속의 푸르던 전설이 꿈틀거립니다.
연필 / 최영희
* 너만 이라든지 우리들 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 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공존의 이유 / 조병화
* 어둠의 그늘 아래 서면 나라는 존재는 어둠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이 밤의 거리의 가로등처럼 뚜럿한 색깔도 없이 말이다.
그늘 / 송명현
* 수줍은 몸짓으로 작은 기다림으로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봄에 쓰는 편지 / 이영미
* 어떤 한 사람을 만나도 이젠 웃을 수 있습니다. 차갑기만 했던
그대의 마음을
잊는다는 것도 그대의 행복을 위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너를 그리워했던 날을 생각하며 / 박선애
* 나는 안다. 내 문 앞에 그가 늘 기대어 있는 것을
로망스 / 황인숙
詩語 모음13
* 스쳐 가는 바람 속에 잊는 것을 할 수 있대도 내가 소생 할 데는
잃어진 당신이다.
눈 / 김초혜
* 활짝 피기도 전에 꺾어진 한 송이 장미가 길바닥에 팽개쳐 있는데
장미꽃 / 안문주
*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보면 우리는 영원토록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고백 / 최철식
* 바람 앞에 서서 표독스럽게 상처를 맡기고 싶다.
벚꽃 / 이희관
* 이미 건너간 사람은 건너지 못한 이의 슬픔쯤 이내 잊어버리겠지
다리 / 이해인
* 다이야 몬드에 새겨진 조각처럼 내 기억 속에 뚜렷하고
여염 하게 새겨진 사람아
연심 / 김용호
* 예상 못한 석별을 미리 유념하지 않고 나중에 있을 기쁨을
기대 했던 우리는 누굴 위해 헤어져야 합니까?
석별 / 김용호
* 무성한 잡초만 수북히 덮인 동근 무덤 위엔
생각 없는 산새 소리만 요란합니다.
며느리밥풀 꽃 얘기 / 나해록
*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후회가 없노라.
사랑이란 / 박성관
* 안개 속에는 기다리는 남녀와 기다림을 그친 남녀들이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 / 강은교
詩語 모음14
* 해 맑은 눈동자가 창이라면 그대 속 깊은 곳 살필 수가 있으려니
마음의 창 / 김남열
* 과연 서술은 사심도 선심도 모두 표현 물 이제 우리는 한 두자
새긴 장르에 시각과 관심을 기울일 때
문애서 / 김남열
* 한번 가슴에 빠져나간 마음은 헛되이 가진 않는다. 많은 한숨을
치러야 하고 끝없는 후회의 값을 치른다.
내 나이 스물 한 살 때 / 하우스먼
* 잠든 아기의 잠을 깨우지 않는 손길로 부드럽게 정겹게 서로의
손을 잡기로 하자.
낮은 목소리로 / 김후란
* 뼈저리도록 생활이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푸른 별을 바라보자.
들길에서 / 신석정
* 누가 사랑을 위해 다리를 놓겠는가 흘러가는 물과 물 숨어드는
얼굴에 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의 땅을 버릴 텐가
타인의 땅에서2 / 강경화
* 그대의 빈 하늘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 사랑은 이미 이슬진 그리움이 아니다 눈부신 죄가 아니다
신록을 보며 / 유안진
* 제풀에 잠자도록 절대로 부러지지 않기로 약속을 한다
갈대에게 / 정두리
* 씻은 손입니다 다 버리고 그분께 갔을 때 허전한 빈손에 입맞춤
해 주셨습니다
씻은 손 / 김남조
詩語 모음15
* 초인종은 기다리는 사람의 몸에서 울린다
귀가 / 신달자
* 우리는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지 삶이란 움직이다가 잠드는 거야
우는 건 아니 야 우는 것 같이 우리는 가끔 서로 쳐다보았지
삶 / 배경란
* 몇 날 몇 밤을 비가 오는가 바다 만한 슬픔으로 누가 우는가 저토록
줄기찬 빗발이 되게 이 세상 마지막 날 같은 우울함이여
우기의 시 / 홍윤숙
* 길은 멀다 옥수수 넘어진 밭 그늘 까진 아직 한참 가야 한다
이리로 / 강은교
* 눈물 하나로 그 더운 것을 실어 낼 수 없어 저 혼자 불이 되고
재가되는 몸 달래도 듣지 않는 몸이옵니다
말하는 몸 / 신달자
* 백지에 동그라미 그리면 그 안에 내세 상이 있다
다만 하나의 빛깔로 / 신달자
*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꿈이라면 꿈을 꾸기 위해 나는 죽으련다
만날 때와 헤어 질 때 / 김용호
* 너와 나의 만남이 즐거움이라면 그 즐거움을 위해 수 천 번 해어지련다
만날 때와 헤어 질 때 / 김용호
*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진달래 꽃 / 김소월
*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 볼 별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리라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詩語 모음16
*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십자가 / 윤동주
*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 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마
바람의 말 / 마종기
*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얼굴 / 박인환
* 기도의 순간에는 늘 목이 메입니다 허튼 말이 너무 많았음에
입을 막을 만큼 참말이 더딘 까닭입니다
작은 기도 / 정두리
* 이제 어둠은 체포 영장 그 몸의 기울이기로도
나머지 햇살을 가늠 할 수 없다.
황혼 / 김명리
*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불안 사이
오늘이란 참 어설픈 허구가 있으니
하루살이 / 김승희
* 빈 주머니 속에서도 만지작거리며 가지고 노는 슬픔
슬픔 / 신달자
*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
한가지 서녘으로 잠기는 걸
서녘 / 김남조
* 실오라기 마음으로 맺어졌지요
바람이 툭툭 끊어 놓고 끊어 놓고 하지만
인연 / 김명리
詩語 모음17
*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편지 / 김남조
* 무너질 것 다 무너진 속살의 흐느낌 풀어 너의 발끝을 씻으며
너의 안에서 끝내 허물어지지 않는 집을 짖고 짖다
허문 나의 꿈을 바라보고자 한다
광야에서 / 신달자
* 세월아 얼마나 기다려야 약이 되어 주겠느냐
약 / 유안진
* 나는 교환의 가치도 없고 생산 가치도 없고 소비 가치도 없는
그리 하여 어디 가서도 교환이 안 되는 교환 불능의 순정이라는
자본만을 가진 한 마리의 저능한 바퀴벌레처럼
슬픔의 날품팔이 / 김승희
* 하늘이 못 주신 사람 하나를 하늘 눈감기고 탐낸 죄 사랑은 이 천벌
사랑초서44 / 김남조
* 우리는 외로운 두 개의 섬 처음에는 하나 이고 싶었던 두 개의 섬
두 개의 섬 / 안혜초
* 아름다운 너에게 밝게 떠오르는 너에게 아직도 남아 있는
너에게 나를 보낼 수 없을 땐 어떻게 하나 벽에다
그림 하나 그려야지 그것도 눈길로
그곳5 / 김혜순
* 마지막으로 불러 본 다음에야 더욱 사무치는 이름을
홍도 / 유안진
* 이별의 돌을 닦으며 고요하게 있자 높은 가지에서 떨어지려는 닢들이
잠시 최후의 기도를 올리듯
영원 그 안에서 / 김남조
詩語 모음18
* 눈물도 아닌 절망도 아닌 치욕도 아닌 오늘의 슬픔은 예쁘다
슬픔을 갖고 놀며 슬픔을 잊는다
슬픔 / 신달자
* 얼굴조차 잊었다 생각 수록 더욱 멀어 질뿐 빈 얼굴만 세월에 걸려 있다.
추억 / 김초혜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날 / 서정주
*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부재 / 김춘수
*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 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이별 노래 / 정호승
* 산 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해진 지평선을 넘어 간다
마지막 지상에서 / 김현승
*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을 말고 어디 내 생에서라도
다시 만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성정주
* 지금 온실을 떠나면 나는 겨울의 방랑인
겨울 나그네 / 황금찬
* 가야 할 때가 언제 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 / 이형기
*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낙화 / 이형기
詩語 모음19
* 근심이야말로 분명한 행선지 삶의 공허 앞에 비석처럼 세워진
확실하고도 고마운 하나씩의 이정표
근심을 주는 하나님께 / 김승희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편지 / 김남조
* 이상하다 우리 손아귀에 잡힌 것은 모두 우리만큼 작아진다.
우리들의 두려울 만큼 인색할 만큼
풍경 / 강경화
* 그대와 나 언 살을 하얗게 내 놓고 나란히 덮은
홑이불 함께 묻혀 오래 데운 피
눈보라 / 노향림
* 아 우리의 열정을 삶아 조금씩 죽여주고 있다네 정말 마지막
살인적인 구원이야 누구의 삶인지 누구의 하수인인지 나는 모르지만
삶 / 배경란
* 비바람에 흔들리고 눈보라에 숨죽이는 그래서 더 질긴 잡초 생명
잡초 / 선미숙
* 그리다 해를 닮아 꽃이 되어 버린 그 사연으로 정녕 사랑하는
나의 님을 맞고 싶다.
님의 행복 / 박성관
*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투명하면서도 질긴 삶 자신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가?
살면서 / 김용호
* 끝없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우리는 타인의 땅을 떠돌고 있다.
타인의 땅에서 2 / 강경화
詩語 모음20
* 종교의 계절은 깊어만 갑니다. 그대 나에게 종교가 되고 말았습니다.
11월 / 유안진
* 어둠이 바다에 선율 되어 흔적조차 희미해진 태양은 외로움에
길들여진 빨간 석류의 진실
노을 / 이종승
*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보면 우리가 영원토록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고백 / 최철식
* 목이긴 사슴 먼 산 보듯 먼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면 당신 계신 곳
바라보겠습니다.
향수 / 김용호
* 기대하지 않게 하소서 저희는 불현듯 그리워지나이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파듯이 버린 두레박에 맑은 물이 고이듯 늘 메마르게 하시고
뜻하지 않게 채우시는 이여
기도문2 / 강경화
* 지금은 오라 해도 아니 오실 이 지금은 간다 해도 오라 아니 하실 이
그런 당신과 나는 만남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 김용호
* 지는 꽃의 아픔을 누가 알겠는가 그 절정의 달가운 도취에서 떠나가는
아 떠나가는 내 이별의 아픈 낙조
가을 언약 / 신달자
* 끈적끈적 피부에 묻어 나는 하룻밤 흔적 지우며 잘 포장된 미련
겨드랑에 숨긴 채 흑암의 자식들 젖은 몸 구부려 덜고 있구나
일출 / 최봄샘
詩語
모음21
* 사랑이 만일 그대들에게 손짓하거든 거기에 따라 가시오
그 길이 비록 험하고
괴로울 지라도 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는
거기에 안기시오 날개 속에 숨긴 칼이 그대를 삼킨다 할지라도
사랑이 그대에게 말 할
때에는 믿어 주십시오
명상 / 갈릴 지브란
* 어쩐지 정류장마다 누군가 떨군 한 페이지가 펄럭거린다.
그것은 영영
읽혀지지 않고 정차 표 밑에서 어린 수녀처럼
여백 / 황인숙
* 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사랑굿 33 / 김초혜
*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코스모스 / 이해인
* 당신으로
인해 부디 나의 이름이 쓸모 있게 하십시오
사랑합니다 / 김남조
* 더 작아지지 않는 몸 바늘구멍에 디민다 비계 살을 빼야
한다
더욱 또렷해지는 의식
연습 / 최봄샘
* 당신의 삶을 내가 살 수 없고 내 삶을 당신이 살수는 없지만
당신의
아픔을 내가 고통받아야 하고 내 아픔을
당신이 고통받아야 한다고 우리 슬퍼하지 맙시다.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
김용호
* 닿으면 타서 죽는 고압선의 불길로 이 밤 너에게로 흘러가고 있다
겨울 연가 /
신달자
詩語
모음22
*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설일 / 김남조
* 저는 단지 이 까닭에서만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밤에 뭘하면서도
낮에 일을 하면서도
틈 나는 대로 음악을 듣는 답니다
음악 / 김용호
* 거리에 남아 있는 슬픔이 좌판 대에 진열되고 잠들지 못하고 돌아와
누운 이젠 없는 생명의 불꽃입니다
불면증 / 김성우
* 당신은 내 생에 그어진 가장 정직한 하나의 선 그리고
내
생에 찍혀진 가장 완벽한 한 개의 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 하늘은 왜 우리에게 햇살과 함께 자유를
주었는가
흐름에 대하여 / 문정희
* 밤새 허연 이빨 깨물며 이 세상 모든 먹물 다 마시느라 허공을
쥐어뜯으며 뒤틀리던
바다는 지금 옥동자를 낳는다
일출 / 최봄샘
* 밤하늘에 심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목련의 울음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기원 / 김용현
* 조화롭게 숲을 이룬 산과 보석보다 찬란하게 장엄한 암산을 사공이
노 젓는 나룻배가 오 가고
들판에 아이들이 즐겁게 논다
구름 / 안문주
* 그대가 있는 곳에 이렇게 와 보니 좋은 걸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또
오고 싶은 곳
아쉬움 / 김용호
詩語
모음23
* 나는 완벽한 그리움이 있어 좋다 내일도 오늘처럼 해와 달이
운행하는 하늘
아래 산 속에 많은 이름 모를 새들처럼 작은 입술 모아
휘파람을 불며 그리움을 노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 1 /
김용호
* 멀고 서름한 당신의 눈매가 나의 별이 될 줄은 몰랐다
편지 4 / 김초헤
* 우리들 마음은 자주 바다를
떠나온 갈 메기 같은 향수에 젖어
여름 나그네 / 홍윤숙
* 품어 안고 쓰러질 수 있는 것은 적개심뿐이다
바람 5 /
강계순
* 그리움을 버리려 더 그리운 곳으로 떠난 그대여 거침없이 부르며 오라
하산기 / 강경화
* 쓰러져 눕는
바람 한 자락도 한 개씩의 파편을 숨기고 있다.
사랑이여 / 강계순
* 나는 별들의 성그레 한 주시 속에 조건 없이 주어 버린
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고 없듯이 는 말고 잊기 위해 애쓰며 이제는 기대를 해도 될
아름다운 인연을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하렵니다.
석별 / 김용호
* 누가 저토록 크낙한 이름을 외치며 떠나가는가,
다가설 수도 물러 날수도 없는 거리를
두고 끝없이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떠나가는가 오신 곳이 어딘지 모르는
철길 / 문정희
* 나는 안다 내 문 앞에 그가
늘 기대어 있는 걸
로망스 / 황인숙
詩語
모음24
* 소설 같은 공백이 저립 된 순간 펜대를 움직이며 대상 없는
사연을 써 내려가는
내 모습을 누구에게 인가 보여 주고 싶다
대상 없는 사연 / 김용호
*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마다 바이블을 옆구리에 낀 채
생사의 현기증을
아프도록 배어 물며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간이역 / 김명리
* 그러면 가을 너는 남아 또
다른 타관의 빈 가슴을 적시 우리라
가을이 왔다 / 문정희
* 네가 내 옆에 있으면 나는 네 빈자리 같다
빈자리 /
김선영
* 종이 한 장 잘못 끼어 벽이 되고 담이 되어
해를 보내며 / 안혜초
* 떠나 보내며 어쩌면 외로울지
모르는 나의 그대여 나는 새 가되
그때 만나자
사랑굿21 / 김초혜
* 약속도 없이 태어난 우리 약속 하나 지키며 가는
것
그것은 참으로 외롭지 않은 일입니다.
편지 / 문정희
* 우수수 우수수 혼자서 마르는 풀잎이 제 몸입니다
겨울
풀잎 / 노향림
* 시시하고 미미하고 지지하고 데데한 비극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물을 건너 갈 수밖에 없다 맞은 편에서 병신
같은 죽음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비극 / 최승자
詩語 모음25
* 오 마침내 아름답게 번득이는 한
촉의 화살 되어 바람을 가르고
곧바로 그대에게로 가는 속력이 되었네
대장간에서 / 강계순
* 집을 생각하는 나그네들은
잠이 깊건만 집을 생각하지 않는
나그네들은 잠을 잃었다
여수 / 홍윤숙
* 이대로 시간이 못을 박아 주면 이 마음 영
이처럼 있겠지
인생은 하나의 참회
낙엽은 쌓여라 / 김남조
* 얼면서 커 가는 질긴 꿈 하나 지키기 위하여 까마득히 먼
뿌리에
전신으로 기대고 있었음을
동반7 / 강계순
* 어느 만큼 가다 보면 낯선 신발 하나로 우리의 길이 떠돌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으랴
물위의 신발 / 김승희
* 아무도 보태 주지 않아도 외로운 생리인 듯 그리움이 차면 달이
뜬다
겨울 연가 / 신달자
* 언젠가는 모두가 쓸쓸히 부서져 갈 한 잎의 외로운 혼임을
바다여 당신은 알고
있는가
바다여 당신은 / 이해인
* 기억하리라 암암한 밤중에 성냥 골 한 개비를 그어 댄 사람
고별 /
김남조
* 스스로 열쇠가 된 사람들이 제 몸을 비틀면서 겪는 사랑의 금빛 통증
나를 가두고 있는 문들이 내 몸의 열쇠로 환히
열리고 있다
열쇠를 찾아가지 않는 이유 / 백미혜
詩語
모음26
* 오랜 아픔의 장소인 가슴이여 묻노니
그대 어느 때부터인지 가만히 누르면
손끝에 울려오는 소리 영원히 잃어버린 첫눈 내리는 소리
오랜 아픔의 장소인 가슴이여 / 배경란
* 흔드는 손을 알고
있다 우리가 어느 날 바다를 떠나 올 때
새벽의 여명이나 낙향의 노을을 우리가 모두 뿌리 없이 흘러가는
물결이며 시시로 부서져
가는 포말임을 서로는 아는 것이다
바다를 위한 메모 / 홍윤숙
* 다만 우리가 끝났을 때에야 우리 삶의 밑둥우리에서 새 아기
울리는
힘을 볼 것이네
서울 사랑 / 고정희
* 물러나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차는 나를 끌어다 줄 것이고
나는
가차없이
일어나 걸으며 부푼 햇살 속으로 흔적 없이 섞이어 해어질 것이다
기차를 타고 / 정두리
* 아아 다른 일은 모두
끝내고 지금은 슬픔에 내가 바쁩니다
별후 / 김남조
* 사랑과 눈물과 절망은 뒤에 처져서 더 충실히 절망케 하라
새벽
산책 / 신달자
* 텅빈 공간 양면에 가죽옷 입고 개미허리 같은 가냘픈 허리를 가진 너
각양 각색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 내는
너는 마술사 아닌 소리사
장구 / 김영아
* 아름다운 꿈과 소망이 있는 한 너는 금전적으로 계산 할 수 없는
행운의
여신이 너를 행복하게 할거라는 확신을 갖고 살아라
자신에게 주는 말 2 / 김용호
詩語 모음27
* 언덕 밑에 살포시 내려앉은 햇살
작은 연못에 향긋한 아침 향기
시골 풍경 / 오세철
* 꺾어 버린 꽃잎을 감추고 검게 탄 순정을 가리고 가슴 빈 황제들을
위해
오늘도 검은 색의 융을 친다
밤 색시 / 선미숙
*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 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 / 정두리
* 마지막이라 하지 않고는 산다고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수가 없다
소곡 /
김초혜
* 어디선가 조용히 끄덕이며 문을 닫는 내가 있다 쓸쓸한 눈매로 잠잠히
지켜보는 당신이 있다
누군가 이 겨울에 /
홍윤숙
*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감고 입술 대는 밤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 네가 네게로 오는 거리와 내가 네게로 가는 거리가 다르듯 내가 네 곁에
머물다 돌아서는 시간과 네가 내게서 떠나가는
시간이 같지 않다
속 벽암록 14 / 신동춘
*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 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민들레의 영토 / 이해인
* 나이 삼십이 넘으니 이제 보이는 것 모두가 재 개봉관 같애
사랑도 미움도
번뇌마저도
재 개봉관 / 김승희
詩語
모음28
* 우비 잃어 내 가슴 젖는 날은 젖은
그대로 너의 꿈속 지리한 장마로나
가리
폭우 / 김명리
*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꽃 / 신달자
*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 인 것
저무는 날에 / 김남조
* 찬비에
젖은 꽃잎이거나 마른 잎새거나 모두 제 무게만큼
지는 소리와 흔적이 있음을
해남 연서 / 김경미
* 사랑이 떠난 후에
알게 모르게 허물어진 몸
조각 달 / 유안진
* 견뎌 낸 슬픔도 지나고 못 견딘 슬픔도 지나고
모두 물처럼
흘러갔는데
이 바람 속에 / 김남조
* 세상에서 가장 고운 것은
하얀 반창고를 만신창이로 붙인 내 사랑
내가 찾는
별은 / 김승희
* 삶은 차례를 잇는 해후 이별 또한 해후 오늘은 이별과 만나고 있다
전혀 말도 없기론 첫
만남이다.
연금술 / 김남조
* 인연 비록 엇갈린 길목이었다 해도 걷고 걷다가 가랑잎으로 누우리라
남산 길 /
유안진
詩語
모음29
* 창가에 흐르는 빗물은 내 맘속에 눈물인가 은행 이파리 팔랑 날아와
창가에
부딪친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추위가 이 도심을 찾아 들겠지
삶 / 김영아
* 아픔을 안고 숨져 간 커피 색 낙엽 위로 치적
비가 내린다
겨울비 / 오세철
* 누울 곳 없는 바람이 앙상한 가지 끝에 휘파람만 걸어 놓고 지나간다
만추 /
선미숙
* 매일매일 나를 운 지 십 수년 저 세상 것까지 이 세상에서 다 울어
버린대도 눈물은 또 그리움일
것인가
사랑굿 159 / 김초혜
* 다 쏟아내고 형체도 없이 맑은 향기로 운명으로 서로의 살 속에
스며 가는 한 방울의
물
한 방울의 물 / 신달자
* 아아 까맣게 잊고 싶은 내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위하여 거리를 헤맨다
건망증 /
유안진
*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마주 불러 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잠시 만난 우리 오랜
이별 앞에 섰다
후조 / 김남조
*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
전생의 업을 다 씻지 못해 돈번 사람 돈으로 갚고 힘센 사람 힘으로 갚아라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으니 눈물로나 갚아야지
죄 /
선미숙
詩語
모음30
* 떠나자 퇴색됨의 서글픔 안고 떨어진 낙엽 달래러
가을여행 /
선미숙
* 남쪽에서 다가올 향훈 속에 껍질로 사 매여 있는 속살을 움직이는 그대가
살아 있는 소중한 생명이라면 몸을 비벼
껍질을 째고 새 삶을 추구 할 수
있도록 그대 원하는 몸짓에 이 몸 거저 맺기겠습니다.
흙 / 김용호
* 그대를 이렇게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걸 아직 고개도 돌리지 않았는데
그저 한정 없이 바라만 보고 싶은 내 마음을 그대는 아는지 ?
아쉬움 /
김용호
* 형태도 없는 황홀한 사랑을 받았기에 내게 더욱 더 그러하나 봅니다
그대는 나의 등대였고 그대의 나의
샛별입니다
그리움 2 / 김용호
* 그러나 모든 기억하는 자들의 머리 위로 밤은 오고 나는 나의 별에
잠시 걸터앉아
흘러온 길과 흘러갈 길을 바라본다
시간 위에 몸 띄우고 / 최승자
*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 겨울밤 우는 추위에 기나긴 말없는 어둠은 시작 되도다
어떤 겨울 밤 /
배경란
* 살아온 만큼만 기다리기로 해요 세월이 그냥 지나치기로소니
흙에 심은 뿌리 죽는 법 보았나요
박흥숙전 /
고정희
* 꿈에도 보듬지 못하는 우리 사랑 그대여 어느 길로 들어야 마주칠 것인가
그대여 자꾸 작아지고 있다 우리의 저울대는
기울고 기울어
이제는 수평을 이룰 수는 없는 것인가 바라 볼 수 없는 나의 님이여
비가 / 신달자
詩語
모음31
* 내 마음 왜 이러느냐 한 줄기 바람에도 꽃보다 예민하게 뒤집히고
끊임없이 이는
아황빛 먼지처럼 사로잡히니
내 마음 왜 이러느냐 / 배경란
*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님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만나겠지요
편지 / 이해인
* 사랑은 착각일까 야망도 허깨빌까
눈물 안경
쓰고 보면 사는 죄 죄다 허깨비 노름
허깨비 / 유안진
* 그의 속마음이 하찮은 부분에서도 빛나고 있는 전시장에서
보면
되돌릴 것은 내 그림자뿐이다
소품 / 정두리
* 사랑이 나로 눈멀게 하는 밤엔 세상은 오직 한 빛깔 면사포 부신
눈빛
이 꿈결에서는 천벌 받을 일마저도 축복 받아 마땅할지라
눈 내리는 밤 / 유안진
* 둘은 서로 맹렬하게 병을
옮기는 입맞춤을 나누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혹은 운명이라고 부르고 있구나
꿈꾸는 병 / 김승희
* 쌓아 버린 육신의 기름
덩어리 억지 육수로 뽑아 내며 도심 속의 낙원 위를
허무가 달린다
또 다른 풍경 / 선미숙
* 너무 행복한 웃음에도 너무
기막힌 슬픔에도 파도는 쉼 없이 춤을 춘다
파도 / 선미숙
* 치악산 껴안고 몸부림하는 저 안개 온 밤 내내 어두워도
부족한 아쉬움인가
원주 땅 / 오세철
詩語
모음32
* 입술 깨물며 삭이는 운명 잊고저 눈감아 돌아서면 무성한 그리움
비밀의 꽃 /
오세철
* 어느 날 갑자기 백발과 동무해서 콧잔등에 날렵하게 앉아
나와 친구 하잔다
돋보기 / 김영아
*
소녀야 오늘밤은 어디서 잠을 잘라노 회색 가면 화장 긴 머리 가발
벗어버리고 솜털 보송 한 홍안 얼굴 세라복 교문으로 가야지
않겠니
소녀의 방황 / 김영아
* 사는 게 서럽고 버거울 때마다 마른 삭정이 같은 가슴에서
한 사람을 생각한다
해빙
/ 김영아
*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지 마라 내 꿈의 집엔 네 자리가 없다
어둠의 노래 / 신달자
* 나는 끝낼 수
없는 한 장의 편지를 이 밤에 쓴다
편지 / 홍윤숙
* 해어지는 연습 없이 사랑했는데 너와 내가 목메어 돌아서는
길목
이별은 기도의 출발
이별 소곡 / 이해인
* 숱한 남성을 짝 사랑한 후에 가을 수풀 되어 버린 내 머리
터럭
흙먼지 날리는 사막 같은 가슴
그 어디쯤서 그대는 발견되었는가
청년 그리스도께 / 유안진
*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그리움이 시작되어야
하리
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
詩語
모음33
*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고독 / 문정희
* 어디에 있느냐 나쁜 사람아 이 마음은 바늘과 실로 기워 낼 재간이 없구나
바느질 /
유안진
* 견디고 견딘 그 나머지의 피곤 오늘은 안식을 불러 주시고 편안한 긴 잠에
사랑도 쉬게 하옵소서
아베마리아
사랑도 쉬게 / 김남조
* 백지 한 장 보냅니다 열흘 밤 열흘 낮을 마주하던 백지
점 하나 찍지 못한 이 마음
보냅니다
편지 / 신달자
* 아침 태양은 머슴아이 계집아이 머리 쓰다듬다
쉬엄쉬엄 논둑을 걷는다
원주 땅 /
오세철
* 하늘이 흰머리라도 잘라 내는지 종일 싸락눈만 흩날리고 일흔 넘은
외상 쟁이 할머니 또 빈손으로 염색하고 갔을 뿐
벌써 일주일째
빗도 가위도 솜씨도 모두 녹이 나겠네
늙은 미용사의 하루 / 김경미
* 살아 보고 싶어라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아니 되기 위하여
동상 / 유안진
* 떠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 보다 더 친하다 떠난다는
말은
떠나지 않아도 마음을 가르는 칼인 것을 안다
탈출의 노래 / 신달자
*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른다
씻은 구슬 같은 마음 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길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마지막
장미 / 김남조
詩語
모음34
* 누구에게나 한 때는 춥고 어두웠다 빈 내장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빈혈과 아무
것도 내 것은 아니었다
대개 잘 흐르는 강가 음악실 구석 자리마저도
어린 시절 / 구순희
* 저희는 그 무엇이고자
하나이다 날마다 헛된 이름 아래 사라져 가면서도
이처럼 아름답게 설레이며 그것이 영원히 헛되지 않기를 바라느니
기도문 2 /
강경화
*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 다섯이면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비망록 / 김경미
* 여인들이 어울리는 감미로운 낭만이 흐르는 뱃 사장에 모래가 발목을
붙들 듯 한 꼭 그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간이역에서 기적 소리를 울리고
떠나는 기차같이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어떤 이별로 인해 비대해진
아픔을 견디면 살아
본적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 김용호
* 내가 여는 만큼 더 앞서 너는 열려지고 내가 가는 만큼 더 앞서
너는
깊어지니 그대여 우리의 바닥은 우리 가슴 안에 있다
늪 / 신달자
* 내 안에는 세계 지도보다도 더 많은 길이
있어
악몽 / 문정희
* 두 팔에 집채같은 밤을 함께 안아요 어디서나 우리들의 언어는 빛이었어요
사는 법 6 /
홍윤숙
*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두게 해 다오
밤 편지 /
김남조
詩語
모음35
* 사랑이란 글자가 아직도 주어가 되느냐 ? 자리를 바꾸어 놓아도
목적어가
되느냐 ?
추위 / 유안진
* 한 서 너 번 산부인과에 가본 여인들은 알 것이다 우리들의 옷이
결국 무엇
이였던가를
산부인과 / 김윤희
* 그래도 나는 못 버린다 먼지뿐인 사랑 모래뿐인 시
애가 / 김명리
*
가출을 할까 출가를 할까 이것은 나의 영원 한 테마이다
평화일기2 / 김승희
* 미처 사랑까지 못 가서 꺼져 버리는 용기 없는
바람 무늬 그처럼
물거품 / 유안진
* 고통이여 그대와 나는 부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그대와 나이기에
산다는 것은
자꾸만 범죄의 욕망을 닮아 가지 않습니까
시계 풀의 편지 2 / 김승희
* 눈 오는 구석에 홀로 서 눈과 함께 녹아
그대 가슴에 내 모습을 새기고 싶다
눈 / 김초혜
* 창문을 여시고 그대는 내 가슴에 손을 넣어 물을 퍼
내셨습니다
도망하고 싶어 집을 나서면 그대는 어느 곁에 슬며시 다가와
창문을 여시고 내 가슴 속 물을 길어 가셨습니다
사랑에
관하여 / 김혜순
* 나의 눈물이 그대의 눈물을 마시고 나의 슬픔이 그대의 슬픔
모질게 짓밟아라
행자의 노래 /
김윤희
詩語
모음36
* 아 한 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대 /
정두리
* 사랑이 떠난 후에 알게 모르게 허물어진 몸
조각 달 / 유안진
* 내 육체와 정신의 어느 틈서리에 펄럭이며
피어나는
이 불씨는 무엇인가
애가 / 김남조
* 내가 그 누구의 굳은살을 뚫고 파릇이 돋아날 것만 같아요
돌아오는
길 / 황인숙
* 나는 마음 착한 소녀처럼 인내라는 험준한 여인을 섬겨 왔습니다
하나의 약속을 / 홍윤숙
*
사랑에도 꿈에도 난 늘 낙제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삶은 더한층 눈부시고 내 것이 아닌 연인을 바라 볼 때처럼
울고 싶도록
더욱 다가들고만 싶은가
낙오 / 김승희
* 너는 내게 있어 흐르는 물이 아니었다
소용돌이였다 그래서 나는 네가
좋다
시간2 / 문정희
* 짙은 외로움의 멍울이 가슴께 까지 바다 빛으로 물들어 가는 /
내 마음의 깨울 수 없는
들녘
내 마음 들녘 / 노향림
* 그대를 조금씩 단념하면서 적막을 보태어 살다가 보면 설움도
나를 놓아주리니
사랑굿
111 / 김초혜
詩語
모음37
* 누구를 사랑한 일도 없는데 봄이면 꼭 실연을 당한 것만 같아/
정말 두려운 건
삶이란 꼭 언제나 반듯이 어제의 무덤 위에서 살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지
재개발 지역에서 / 김승희
* 한 마리쯤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할 수도 있다 쥐가 새가 다 안다 하여도
그까짓 것쯤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신생대에 속한 사람 /
김승희
* 오래 기다린 목소리끼리 가장 따뜻한 빛으로 하나를 이루고 불신이 없는
풀의 이름으로 만나 우리는 강물처럼 흐르며
가자
이제 우리는 / 구순희
* 야윈 어깨 위에 야윈 어깨 위에 한 장 가랑잎 같은
당신의 손길을 얹어
주소서
가을의 기도 / 홍윤숙
* 우리에게 하기 어려운 말이 생긴 것은 아무래도 정직하지 않다 함을
뜻하는 것일
게다
봉함 엽서 / 정두리
* 삶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 사슬 같은 인연들을 잘라 내고 적토마
타고 떠나고 싶다 질기디
질긴 질경이 같은 삶은 내 끝없는
노력과 눈물을 바쳐도 대답이 없으므로
도피 / 김영아
* 한해가 다 가는 여기쯤에
지난날들을 주름 잡아 놓고 다사 다난했던
기억들을 오색 구슬에 엮어 기억 저편에 묻어 두고 싶다
그리움 / 김영아
*
무질서 한 사고와 잡념들이 묻혀진......그저 불빛만이 스쳐 가는
검은 파도를 숨소리로 잠재운다
꿈의 바다 /
오세철
詩語
모음38
* 우리가 뿌려 놓은 꿈들은 허공을 떠돌기에 더 소중하고 쉽게 잡히지
않기에
모두가 꿈을 꾼다
허공 / 선미숙
* 하루가 저물 듯 우리의 삶 이렇듯 저물어 갈지니 사랑하는 사람아
저무는 두마음
노을로나 타올라 그대와 섞이고 싶어
연심소묘 / 신달자
* 멎지 않는다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 줄지 않는다
당신을
향한 나의 배고픔 우리가 시간의 허리를 동여맬 수 없는 까닭은
우리의 손목이 가는 탓이 아니라
나의 시간이 당신 없는 곳에서만 가고
있기 때문에
나의 시간은 / 김명리
* 저처럼 종종 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비 /
황인숙
* 애인이여 그대 옆에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 그대 옆에 무심히
떨어지는 낙엽 내 무엇으로 그와 바꾸랴
거리에서
/ 신달자
* 세상에서 제일 추운 무덤 가에 허리 구부리고 피어 있는 할미꽃의 둘레/
이곳에 이르면 언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꽃이란 이름은 또 얼마나 슬픈 벼랑인가
할미꽃 / 문정희
* 바람 불면 들풀처럼 낮게 누워요 아 그리고 혼만
깨어 혼만 깨어
이 겨울 도강을 해요
사는 법 2 / 홍윤숙
* 눈물은 눈에서 흐르는 게 아니었다 마음에서 흐르는 게
아니었다
눈물은 살이 녹아 몸 전체에서 흐르는 것이었다
눈물 / 신달자
詩語 모음39
* 추억은 영원히 말 할 게 못된다
너와 말 할 게 못된다
비밀의 노래 / 신달자
* 네 이름에 이어진 건 여기 잠들어라 가을의 가슴 안에 쉬어라
가을 잠
/ 김남조
* 그대 내게 오지 않음은 만남이 싫어 아니라
떠남을 두려워함인 것을 압니다
사랑굿 1 /
김초혜
* 나는 주로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지만 때로는 미움의 힘으로도
더욱 잘 살아간다
물을 찾아서 15 /
김윤희
* 차라리 죄 하나 못 벗을 죄 하나 가슴에 짖고 마지막 목숨을 파계하는
꽃으로 질까
파계 /
홍윤숙
* 수많은 사랑 버린 뒤 사랑은 온다 수많은 믿음 버린 뒤 믿음은 온다
사랑의 폭력 / 천양희
* 사랑하는
게 어떤 가고 묻는 다정한 이여 확실하게 알지 못함으로 해서
생겨지는 오해의 덫 덫의 해만 없다면 야 사랑 하는 거야
해를 보내며 /
안혜초
* 아름다움은 갈갈이 찢어지고 나는 살고 있는 것입니까
나는 견디고 있는 것입니까
묵상 7 /
천양희
* 떨어져 뒹구는 아픔 위에 짓 밟혀야 하는 고통을 안고서 파라다이스를
향해 오늘도 붉은 색의 가면을 쓴다
밤
색시 / 선미숙
詩語
모음40
* 없어서 못 나누는 세상이 아니라 있고도 나눠 가지지 않는 세상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그는 누구인가 ?
불쌍한 시인의 최후 1 / 김용호
* 오래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실낱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서 였습니다
아무 것에도 무게 지우지 않도록
비망록 / 김경미
* 이제 나 다신 너 없이 살기를 원치 않으마 진실로
모든 잘못은
너를 돌려놓고 살려던 데서 빚어졌으니 네 이름은 고독
고독 / 김남조
*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는 그리움의
질긴 밧줄
평강공주 / 강계순
* 남은 말이 있다 어느 얼음 진 최종의 날에까지 독 묻은 버섯처럼
곱고 슬프게 눈떠
있을 네게 못 다준 목숨의 말 한마디
남은 말 / 김남조
* 하루살이처럼 불 속에 뛰어들거나 죽음인 줄 알면서 눈 딱 감고
열 옥의 거센 불에 몸을 던져 볼거나
사랑 / 신달자
* 만남이 이별이 되어서야 영원한 것을 / 잠시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져도
이 땅에 남는 것은 사랑 한 줌
사랑 한 줌 / 김소엽
* 한 빛으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더라도 지난 흔적으로
만나자
이제 우리는 / 구순희
* 우리들 속마음 속사정도 때로는 이렇게 바꿔 타며 사는 건데
지하철을 타다가 /
유안진
詩語
모음41
* 너의 이름 부르면 길이 열린다 / 유일한 나의 삶은 사랑하는 것 죽는
것
부활의 아침 / 이해인
* 그대 증오 비정의 독이 저 비같이 나를 찌를 지라도/
달디단 사랑의 흰 젖같이
녹이리라
비 / 배경란
* 눈을 감으면 화안히 떠오르는 이가 있습니다/ 꼬옥꼬옥 입을 다물어도
입안에 감도는 간절한
이름이 있습니다
묵도 / 유안진
* 이 슬픈 오른손으로 나 여기 살아 오늘 무엇을 더 적으랴
이사가던 날 /
김승희
* 갯벌의 부드러운 조직체 같은 닿아도 상처가 되지 않을/ 사랑 할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약속 없이 먼길을 왔다가 못
만나고 / 정직 한 아쉬움만
남겨두고 바람처럼 그냥 갑니다
무작정 / 김용호
* 우리들 한 번쯤 바람이 되어 바람처럼
부서지고 싶었던 꿈을 보아요/
처음 배운 사랑 이예요 사랑의 미친 바람이에요
밤새는 줄 모르는 늦바람이에요
11월의 바람 /
홍윤숙
* 내가 너를 만나기 전에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의 형체 일뿐
너를 만나서 /
김소엽
* 못내 춥고 그리운 날엔 사람 하나 지어 눈맞춤 하리라
눈사람 / 유안진
*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도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그대 / 정두리
詩語 모음42
* 죽음을 죽어 보고 싶게 하고 사랑을
사랑하게 하고 괴로움을
괴로워하게 하고 죄를 죄 되게 한 대신 젖은 눈을 한번만 주십시오
편지 6 / 김초혜
*
보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여
단추를 다는 이 시간
단추를 달 듯 / 이해인
* 어쩌면
아버지 받침대를 잃고 담쟁이덩굴이 밑으로 자지러드는 건
그곳에 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추락은 가벼워 / 황인숙
* 긴
세월의 동안 곁 하여 주어서도 긴 세월의 끝까지 곁 하여 줄 것이어서도
아니다 지금 만났기 때문이다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없기
때문이다
밀회 / 신동춘
* 모두들 나에게 숙제를 내주고 있다 이별하는 사람은 이별의 숙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미움의
숙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제를
평화 일기 4 / 김승희
* 죄를 정화하며 사랑하는 지혜를 촛불은 알 거야 죄와 사랑이
피와 살처럼
짝지어진 사람의 숙명을 촛불은 민망히 여길 거야
촛불 11 / 김남조
* 그저 그의 기운이 다할 때를 그의
기분이 풀릴 때를 기다리면 되리라
내가 참아 내면 되리라
소서 / 정두리
* 사람은 사람을 기다릴 것이 아니요 사람은
사람을 기다리게 할 것도
아니옵니다
기다리는 밤 / 김남조
* 울고 사랑하고 불타오르고 한탄하는 아아 인생은 위대한
예술
파도를 보며 / 유안진
詩語
모음43
* 누가 저 어둠 뒤에 숨어 꽃들의 희망을 흙으로 덮고/
다시 하얗게 바랜 새벽의
시체를 널고 있는가
하지제 / 홍윤숙
*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치 더 가까워도 /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 주는
마음
별을 보며 / 이해인
* 대답하지 말아라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는 것으로 놓아 보내라
파도는 부서지고 안개는 녹는다
파도는 모래밭 이상을 올라오지 않는다
바람의 대답이여 / 김선영
* 구르기로 작정하면 한없이 굴러가지만 그러나 육체는
흘러가도
마음은 흘러가지 못하며
무제 1/ 최승자
* 나는 이미 깊은 슬픔에 길들어 이제 그 없이는 그래요
나는
보석도 아무 것도 아니 예요
보석의 노래 / 문정희
*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러로 떨고 서 있는지
겨울 포플러 / 홍윤숙
* 사랑과 사랑 아닌 것을 눈물과 눈물 아닌 것을 절망과 절망 아닌
것을
거느리고 새벽길을 걷는다
새벽 산책 / 신달자
* 내 안의 반은 기다리고 다른 반은 늘 달려갔었지 다만 어느
쪽도
얻은 것이라곤 없다
뜨거운 눈발 / 김남조
詩語
모음44
* 늘 불렀던 이름으로 부르지 말 것 / 친애하지 말 것
새 주소 / 문정희
* 신이 한가지만을 주신다 하면 나는 역시 한 남자를 갖겠다
범부의 노래 3 /
김남조
* 한 생애 잠시 타오르던 불꽃은 쓰러지고 주소도 모른 채 떠날 채비를 하듯
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
잊는다는 일 하나만 보석으로 닦고 있다
바다 앞에서 / 문정희
* 바람이여 옷섶에 숨어 대신 울어 준 고달픔 멎어라 내 몸
일으켜 기어이
맞을 신비한 기쁨 오늘은 당도하리니
바람에게 / 신달자
* 내 푸르른 닢 아프게 다 지우고
떠나갔다
겨울 나무 / 신달자
*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죄 곁에 있는 것 같은 내 믿음 철없고
아직은 피 더운
나인가요
차를 마시며 / 유안진
* 반은 하늘의 뜻이고 반의반은 저의 탓이고
그 나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라
사락
눈 ./ 김명리
* 서로가 사랑했고 서로가 배반했다/ 비로서 들리는 가슴 안 강물소리/
강가에는 함께 서도 이별 할 수밖에
없다
강물 소리 / 유안진
* 오 친구여 오랫동안 어둠으로 무거운 친구여 내가 오늘 내 어둠 속으로
순순히 돌아와 보니
우리들 어둠은 사랑이 되는구나
우리들 어둠은 구원이 되는구나 공평하여라 어둠의 진리
서울 사랑 /
고정해
詩語 모음45
* 계단은
올라가는 것이거나 내려가는 것이지만 어느 쪽으로
가야만 피난이 되는지 알 수 없을 때
피난 계단 / 김승희
* 기막힌
사랑이란 기막힌 죽음에서만 태어나는가
겨울연가 / 유안진
* 가려 주고 숨겨 주던 이 살을 태우면 / 그 이름만 남을
거야
온몸에 옹이 맺힌 그대의 이름만
사리 / 유안진
* 오늘 내 영혼을 당신에게 연다 마지막인 허락은 이래야만 함인 줄
알았기에
오늘 / 김남조
*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요만큼의 외로움이야 그냥 저냥 그런 대로
참아 내고 있는
것임을
쓰지 않는 일기에서 29 / 안혜초
*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대 /
정두리
* 찾아간 슬픔은 나를 기다리지 않고 앞서 떠나고 / 비로소 혼자 남은
녹지 않은 나의 슬픔
슬픔 /
김윤희
* 그대 생각을 했건만 매운 해풍에 그 진실 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겨울 바다 / 김남조
* 어떤 욕망의
얼굴 가린 핏방울이 처음 우리를 만나게 했었든 간에 지금 너는
내 몸을 이루는 질퍽한 조직체
난로 가에서 /
백미혜
詩語 모음46
* 그 사내는
왜 자꾸 떠나려 하는지 어디에고 뿌리 내리지 못하는지
떠나는 연습만으로 끝나는 그 사내를 볼 때마다/
북풍의 언덕을 쳐다보면 오히려
내가 떠나고 싶다
떠나는 연습 2 / 구순희
* 응시의 눈물 한 방울 속엔 혁명이 없었을까 새벽 이슬 한 방울 속에
우주가 휘어지듯 나는 그런 눈물로서 지나간 나를 학인 하고 싶다
80년대 / 김승희
* 나는 반만 창을 열고 내다보리라
창 뒤에 숨어서 내다보리라
저 먼 타관의 가을 한때를
북촌 정거장에서 / 홍윤숙
* 내 불행의 원인중 15는 신의
잘못이고 그 나머지 14%는 타인의 잘못이고
그 나머지 13%는 원인 모를 까닭이고
그 나머지 73%는 내가 불러들인
것이다
내 생각에 / 김용호
* 내 행복의 11%는 신의 성은이고 그 나머지 10%는 타인의 관심과 배려이고
그 나머지
16%는 원인 모를 행복이고 그 나머지 63%는 나의 욕구와
신념으로부터 얻어진다고 여겨진다
내 생각에 / 김용호
*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 꽃 혼자 힘으로 일어 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음을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그대 / 정두리
* 청춘은 우리 뒤에 조금씩 망설이며 멀어져 갔고
인생은 차츰 차단한
광석으로 굳어져 갔다
바다의 기억 / 홍윤숙
詩語
모음47
* 진실로 무엇을 더 바라리 마지막 시절에 꿈같은 처음으로 사람
하나의
그 항구에 나도 왔음을
가을에 / 김남조
* 하나의 슬픔과 헤어져서 또 하나의 슬픔을 만나기 위하여 길
떠나가네
슬픔 / 김윤희
* 너의 생명이 무엇이면 어떠리 너의 고향이 아무 데면 뭐하나
죽어야 할 만치 슬픔이 있다는
점으로 넌 무작정 내 마음을 끈다
무제 / 김남조
* 너 흘러 세상의 꼭대기 닿거든 구만리 폭포수로 희게 돌아
오거라
서울을 위한 향두가 / 고정해
* 늦가을 하오 철 늦은 내 사랑은 그대가 밟고 가는 길 위에
전신으로 드러눕는
풀잎인 것을
동반 13 / 강계순
* 어느 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 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를
찍게 해 다오
밤 편지 / 김남조
* 차운 밤 밀물 소리 살포시 안개 속을 오시는 당신 위해 남은 목숨
빛이 되는
사랑이여
당신을 위해 내가 / 이해인
*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찔레 /
문정희
* 만만하게 보아 넘긴 죄로 가끔씩 나는 벌을 받게 되나 보다
월하 일기 / 정두리
* 문득 어디인가
기억이 없다고 내리는 눈을 누가 만나서 그대 가슴에
기억을 달아 줄 것인가
새해의 눈 / 노향림
詩語
모음48
* 어디까지 흘러가서야 가슴팍에 무릎 꺾으며 주저앉을 수
있을까
청둥오리 / 정두리
* 한 가지 일을 견딘다는 게 어쩌면 한 바다를 건너는 물길만 같구나
고독이란 이름의 /
김남조
* 보라 그대여 가장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절절한 피의 색깔 이제는
숨길 수 없는 목에 찬 그리움을
가을 연가
/ 강계순
* 이 봄 우리의 사랑 어느 곳에서도 싹 터 오지 않는다
비가 / 신달자
* 난수표 같은 절망은 자금 회전이
안됩니다 이 곳에선 희망만이
현금 유통되고 있어요
나는 밤마다 거울 속에 물을 준다 / 김승희
* 유정도 무정도 머물기만
하면 엉겨 붙는다 마음에도 물건에도
본래 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속벽암록 29 / 신동춘
*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멀리 있기에 / 유안진
* 이 시선은 확실한 그의 것 조롱을 기울이는 그의 손
나뭇잎은
달빛에 메트로놈처럼 떠돈다
달밤 /황인숙
* 그대여 저승길 어디메 맞바람 치는 작은 마룻방 하나 우리 이름으로
얻을 수 있다면
겨울 연가 / 신달자
* 삶 좀 먼 곳에 종지부로 놓고 싶다
살아 있는 증거 하나도 없을 /
노향림
詩語 모음49
* 그
여자 늑골 아래 흉가 한 채 있다네
그 여자 늑골 아래 / 황인숙
* 부부로 연 맺어 자식 낳고 살은 지 십 수년
미주알
고주알 말 할 수 없어도 등 돌리고 누은 허리
찬바람 불어 품속에 안은 자식 어찌 그리 애달는지 ?
삶 / 김영아
*
봄은 아름드리 소망 바람결에 가득 싣고 시골길에서 방실대는 날
봄맞이 / 오세철
* 안개는 한 동안 물 속에 살다가 기온이
영하로 내릴 쯤
새벽에 승천을 하는가 보다
물안개 / 오세철
* 언제나 너무 귀한 꿈은 분하리 만치 싸게
팔린다
화분을 사는 봄날 / 김승희
* 안녕 이란 말도 못한 채 기다리라는 말이 이별가 일 줄이야
이별 /
선미숙
*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을 이어 놓고 그 만큼 많은 꿈들이 일어나
어제도 오늘도 좇고 있는 길
길 /
선미숙
* 성에 낀 유리 창 목 부러진 형광등 불빛도
차츰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빈집 / 노향림
*
가장 너른 하늘을 보기 위하여 가장 너른 땅이 필요 한건 아니다
나뭇잎 하나에 / 황인숙
* 세월은 제멋대로 가고 사람은
제멋대로 그립고 인생은
자주 물기 없는 선홍의 단풍
나묵의 시 / 김남조
詩語 모음
50
* 나의 삶 가득 모우고 또 모아 무지개 끄는 황혼의 텃밭
가꾸며 살고
싶다
내 삶 가득 황혼 텃밭 / 강신복
*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누가
외출을 하는가.
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문은
없다. 바깥에서
들어가 그것을 잠그기 위해
사람들은
문을 만든다.
신용선 / 문
* 바다에서 돌아왔을 때나
미처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돌아왔을 때도
사람들은
무언가를 닫기 위해 문을 사용한다.
신용선 / 문
*
그러나 스스로 몸을 연 자물쇠 속에서
나는 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열쇠구멍을 만난다
비무장지대 순찰길에 지뢰를 밟았을
때처럼
열쇠구멍에 열쇠를 맞추기까지
긴장과 흥분 속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만
열려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박제천 /
열쇠
* 한강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지하철이 가끔씩 지상으로 올라서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윤제림 / 지하철에 눈이 내린다
* 사람들은 혼자가 되기 위해
사면에 벽을 세우고
그 안으로 들어갈
문을 만든다.
신용선 / 문
* 이별을 알려 주시려거든 아예 만나지 말아야 했습니다
당신 생각 /
최제순
* 내가 가진 열쇠로는 열려지지 않는
책상 설합의, 비밀상자의, 뮤직박스의 열쇠구멍
나를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있는 꽃들의, 나무들의 열쇠구멍
나를 독촉하는 하늘의, 구름의, 바람의 열쇠구멍
박제천 / 열쇠
*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 본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대를 사랑 한 것은 아닙니다.
서른해 / 구광본
* 이 새벽 마치 도둑같이 스며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 마음
더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서 버리려는 이 희망을 너는 알리
집의 개2 / 김윤희
*
시래기 타래들이 20층
허공에 있는 것이 신기해선지
겨울 햇살도 씨익 웃다 가고
바람도 장난꾸러기처럼
그 몸체를 마구
뒤흔들었다.
강우식 / 老人日記·21―시래기를 삶으며
* 슬퍼하지 않으며 꿈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가을 / 최제순
* 나는 늘 열쇠구멍에 열쇠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새벽 두시의 내 집 현관에서
나야, 나야, 아무리 불러대도
열쇠구멍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는다
절망 속에 담배를 두어 대쯤 피워물고, 이마의
땀을 훔칠 즈음
보다못한 자물쇠가 열쇠를 덥썩 손으로 받아들 때가 많다
박제천 / 열쇠
* 끓는 노을에 몸 던지는
까마귀 한 마리 운다
김민 / 귀
* 내 눈앞에서 시글시글 유혹이 놀다가도
내가 사는 날까지 / 최제순
*
오늘은 고요히 눈이 내리고
왠지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 주던
시랙국 생각이 간절하여
배추잎, 무청들을
푹 삶아서 푸르게
살아난
잎새들의 겉껍질을 벗긴다.
강우식 / 老人日記·21―시래기를 삶으며
* 장독을 안고 돌아 연분홍 접시꽃 예쁘게
피고 지난가을을
맛 보여 줄 된장 간장 구수한 냄새 피울 때
추억 / 최제순
* 씨앗 몇 톨 움켜쥐듯
내 입술은
피어나는 꽃잎이 된다
끝하며 앙 다물어지는 입술과는 달리
마앙 하며 벙긋이 벌어진 입 속으로도
무언가 다시 들어올 것만
같다
김선호 / 희망을 자주 발음하는 이유
* 악몽에서 깨어나니 양철지붕마다 금빛 햇살
김민 / 늦잠
* 투박한 여인 내 목소리처럼 굵은 열무김치를 횟감에 싸서
한입 털어 넣고 7월의 태양과 씨름하며
바다 바람 가득
비린내 실려 오는 항구에 서성인다
증동리 가는 길 2 / 최제순
* 희망하고 길게 발음을 한다
판도라의
상자와
못다한 사랑
새벽하늘의 별 하나가 내 앞을 스친다
누가 내게
“희망적이야”라고 말을 해도
내 입끝은 6월의
모란꽃만큼 벌어진다
김선호 / 희망을 자주 발음하는 이유
* 어떤 보이지 않는 눈에 우리 또한 아름다울 수
있을까
김민 / 자벌레
* 원두막 깨 홀랑 벗고 논에 숨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설익은
참외 수박 서리하던 추억의 원두막
잡초가 터를 잡았다
고향 2 / 최제순
* 하늘은 백지장이다
뜰 안의 채송화들이 빨간 물감통을 던지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허공 중에서
물감통이 터진다
하늘이 후르륵 물감들을 들여 마신다
이나명 / 나는 투명 유리창 안에 갇혀
있다
* 희망 희망 하다보면
잿빛 울타리를 벗어난 내가
장미정원에서 열린 파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고
포물선을
그리던 주식이
수직 상승하기도 한다
김선호 / 희망을 자주 발음하는 이유
* 목이 없고 팔 다리가 잘린 빨간
원피스 차림의
내 몸이 투명 유리창 안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이나명 / 나는 투명 유리창 안에 갇혀 있다
* 낱알을
송두리째 시집 보낸 허망한 들녘에 허수아비 짖어진
옷처럼 / 밀짚모자에 누렇게 앉은 희망
아무도 몰래 드르렁드르렁 잘들 게 할 때
가을밤 / 최제순
* 투명 유리창 안에도 하늘은 백지장이다
뜰 안의 채송화들이 빨간 물감통을 던지고 있다
하나 둘
셋 넷… 허공 중에서
터진 물감통이 땅 위에 탁 탁 떨어져 뒹군다
이나명 / 나는 투명 유리창 안에 갇혀
있다
詩語 모음
51
* 호롱불 밑에 떡고물 펴진 광에서 먹어보면 알겠지
묵은 조청에 찍어보면
생각나겠지
도구텅 / 최제순
* 지지직 샥샥 아궁이에 끄렁불 혓바닥 낼름거릴 때
시루부침 뜯어먹고 싶던 막내아들의
바램
북서 계절풍에 빨갛게 귀가 얼면
두부 / 최제순
* 고봉밥에 실가리 넣고 끊인 피장 국 한 사발
지난밤의 속을
무던히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피장국 / 최제순
* 내 고향 어릴 적 아이들은 무릎이 헤진 고리땡 바지를 입고
코를 입으로
빨아먹으며 팔팡놀이 새금팔이 놀이 고무줄 놀이했었다
고향 아이들 / 최제순
* 밤을 부를 때 양동이 따라 출렁이던 꿈
굴뚝연기로 피여 올랐네
샘 / 최제순
* 긴 여름날 무강을 삶아 참을 데우며 조루로 물을 주고
햇고구마 발갛게 달릴 때
고삐 잡힌 소시기의 혓바닥 낼름
휘둘러 댔다
고구마 / 최제순
* 검산 마을의 달도 밝고 도덕도 앞 바다의 푸르른 꿈
게 잡던 뻘 땅
새금파리 소금 만들던 태평염전 어이 잊을 수가 있는가
증동리 2 /
최제순
詩語 모음
52
* 십리 길 백리 길도 멀다하지 않으며 힘들면 이웃집
짐빨이
자전거라도 빌려 달려 보고 싶다 / 그러나 정녕 내가 걸어야
할 길은 아스팔트 밑에 잠들어 있다
시골 길 2 /
최제순
* 내 고향 아제는 긴 턱수염에 검은 입술을 하고 앞산에 서서
지팡이를 흔들며 아무도 모를 소리를 질렀다
고향
아제 / 최제순
* 머리가 터지면 장독대에서 된장을 발라주고
배탈이 나면 익모초를 갈아 억지로 먹이고
부스럼이 나면 이
고약을 바르고 짜던 그 할아버지가 그립다
할아버지 / 최제순
* 책보 속에 벤또 딸그락 딸그락 발걸음 가벼울 때 골목길을
막고
배급탄 우유까리 강냉이 한줌 뺏어먹고 친구를 보냈지라우
성 / 최제순
* 지시락 밑에 새끼줄 매던 어머니의 시커먼
콧구멍은
광에서 꺼낸 누룩술 만큼 짙은 향기 뱉어내고
부뚜막에 앉아 감재술을 들이키는 형의 입맛은
아버지의 힘겨운 땀방울을
모르는 듯 입가에 꽃이 피고
지붕 이으던 날 / 최제순
* 김치 깍두기 안주 삼아 곱부 술 비우는 아버지
고운 며느리
치맛자락 붙잡고 흉보는 어머니
술상 / 최제순
* 내 고향 논 길에 오물짝 주물짝 찌그러진 양은 냄비 하나
뒹글고
있었다 / 녹슨 리어카 골목 바람에 빈 바뀌 돌리며
담벼락에 기대고 있을 때
현실 / 최제순
詩語 모음
53
* 사랑이라 아니해도 좋으고 그리워하지 않음이라 해조 좋으니
친구 / 최제순
*
광활한 도시의 한 사람으로 살고자 하던 쓰라린 꿈들
하나하나 주워 다시 모아도 음지에 쌓인 비천한 오물일 분이다
바닷가에서 /
최제순
* 농부들 바지가랭이 걷어올리고 논둑에 서서 희망의 바람을
마실 수 있는 곳 / 흙 냄개 아지랑이 냄새 물 냄새 코끝에
잠드는 곳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 / 최제순
* 세상에 내 놓을 것도 없이 주름살만 먹은 나이 /
거울에 비친 나를
보노라니 듬성듬성 살아온 날들이 박혀있네 /
찌들린 삶의 결실 손에 핀 괭이가 나를 슬프게 하고
나이 / 최제순
* 새벽
이슬 덜어지듯 나를 슬프게 한 일들 잊어야 하고
내가 해야 할 일 / 최제순
* 남은 것이라고는 용달차로 이사만 수십
번
상처뿐인 호마이카 장롱과 희망을 잃은 가슴뿐
꿈 / 최제순
* 사랑한다 말하는데 진실을 외면하면 화가
난다/
정직을 말하는데 거짓이라 하면 화가 난다/
영원이라 말하는데 순간이라 하면 화난다
사람들이 화난 이유 /
최제순
詩語 모음
54
* 월급봉투에는 부조금 축의금 보험료 국민연금을 공제하고
백 만원이 넘어 보는 게
소원 이였으며 월급 봉투가
내 손에 쥐여 지던 날 생전 월급을 모르는 아내의 손을 잡고
어머니 아버지의 엑스라이 내복 한 벌을 사고
아이들 데리고
놀이공원 못 갈 망정 생 라면이라도 실컷 사먹게 용돈을 주고 싶었다
어느 놈 생각 / 최제순
* 월급 봉투
그리운 아내를 생각하며 전셋집 월세 집 조그만 방에서
육성회비 납부 마감에 초조해 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더덕더덕 편지 통에 쌓인
세금 독촉장 아- 정말 세상에 분노하며
나는 가슴 짖어지게 외치고 싶었노라
나 2 / 최제순
* 길 건너 소아과 병원엔
아이들이 득실득실 엄마는 배꼽티를 입고
안경 쓴 의사는 바쁘다/
길거리에 제복 입은 사내들 범칙금 통고서 부치기에 재미를
느끼고
달리는 차량들 새치기에 바쁘다
서울 무법자 / 최제순
*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살아야 한다면 더러운 양심을 가져야
한다/
이 세상에서 정말로 살아야 한다면 더러운 꼴을 보아야 한다
세상에서 살려면 / 최제순
* 해가 달처럼 떠 있는
안개 짙은 아침 내가 삶에 연연하는 건
지금 길가에 핀 코스모스 꽃잎 나풀거리는 모습
내일도 모레도 보고 싶기 때문이야
최수경
/ 묻어둔 사랑 향내 있겠네
* 응달쪽 깊은 꼴짜기엔 잔설이 남아있어도 해오는 건너 산에
진달래가 한창일 때쯤 오래도록
배어있어도 좋을
봄 향기를 온몸에 묻히러 가야겠다
최수경 / 봄인가
詩語 모음 55
* 나뭇잎은 온몸에 열꽃 피어 임의 바람
강에 뛰어 들어
살빛 햇덩이 삼키고 거친 숨소리 강둑 돌아
희망 / 송량해
* 눈물 강 건너온 곰삭힌 인연이여, 산뜻한
이름으로임의 품안에서
신의 섭리 노래하리
주홍장미 / 송량해
* 어둠의 줄기 속으로 빛가슴 눈감고 사랑깁 한 올 한
올
꽃잎가슴 색무늬로 날개 단다.
난초 / 송량해
* 그대 가로수에 원대한 야망을 키워주는 청옥 빛 물줄기
되어
뿌리 적셔주는 달콤한 샘물이고 싶다.
뭔가 주고 싶다 / 송량해
* 강물처럼 봄바람으로 흐르는 그리움 향기처럼
가슴으로 스민다
그리움 / 송량해
* 꽃 가슴 바람나던 날 호젓한 산사 은사시나무 아래서 흐르는 꽃구름에
미래를 다짐했던
시냇물. 구멍난 나뭇잎과 사랑 놀음에 빠졌다.
산사에서 / 송량해
* 어미 잃은 실바람 새끼 잃은 회오리바람 안식처 잃은
떠돌이 바람
강 / 송량해
* 오염된 내 영혼 청수로 헹구려 그대와 감정 포갠다
그대 만나면 / 송량해
*
어둠은 하늘빛에 누워 노래를 불렀다 꽃구름 노래 진주 낳는 조개의
삶을 그리는
바다 사랑 /
송량해
詩語 모음
56
* 철쭉가슴 뻐꾸기 소리에 애간장 녹이고 연두 바람
목련의 하얀 색 가슴에
뛰어든다
봄바람 / 송량해
* 하늘물 젖은 가슴 마주대고 오고가는 비익조 농담 금 그은 날
오래도록 세운 염원 순결
바위 위에 이끼 색 난다
숙원 / 송량해
* 아지랑이 아롱대는 눈어림에 남아 있는 이슬이 여인의 눈물 같아
선뜻 손
내밀어 만져지지 않는데
최수경 / 민들레
* 춘 설은 비 같은 눈으로 계절을 밟고 좋은 시를 만나면
내 마음 꽃밭을 서성이다
시샘이 도사린 채로 꽃 한 송이 훔치고 싶다
최수경 / 꽃샘
* 서둘러 잎 틔운들 서둘러 꽃 피운들 열매 맺어 익은
일
어차피 이룰진대 /
세상사 모든 일 순리대로 흐름에야 영원히 앞 설이 있고
영원히 뒤 설이 있을까
최수경 /
순리
* 소쩍새 우는소리 들리는 여름밤에는 너른 마당에 멍석 깔리고
금방 진 더운 옥수수 한 소쿠리 노랗게 담겨
있었지
최수경 / 여름밤의 단상
* 봄이 향기 품어 은밀히 나를 유혹해 오월의 신록이랑 눈맞춤하고 싶어
나는 바람난
여자처럼 몰래 나간다
최수경 / 바람난 여자
詩語
모음 57
* 진홍빛 철쭉인가 저만치 보이는 산 꽃이 눈부신 자태로 손짓해도
고개를 떨구고 너를
볼 수 없음은 황사 때문이 아니야
최수경 / 삶
* 꽉 막혀 버린 내 귓속으로 새로운 봄이 오는 소리 어느새 젖어
버린
내 눈으로 또 다른 봄이 오는 모습
최수경 / 후회
* 길섶에 이름 없는 야생화 달빛 속에 애잔한 미소 머금은
채
작은 꽃잎에 하얀 선 그려 놓고 노오란 꽃을 안겨 주니
한 점의 외로움은 한아름의 그리움이 되어
최수경 /
수경화
* 마당 한 쪽 끝 피워 논 모깃불에선 쑥 탄 내음 솔솔 날릴 때
별똥 뿌린 수평선 끝 하도 멀어 죄 없는 개똥벌레
불만 떼어내
떨어져간 별을 대신 했지
최수경 / 여름밤의 단상
* 매일 오르내리는 산모퉁이 긴 장마에 패인 언덕 몸
사려 조심해도
오늘 어떤 사람 헛 딛어 곤두박질 넘어지는 모습에 함박 터지는
웃음을 참는다 금방 햇살 부서질 듯 환한
길목에서
최수경 / 약수터
* 간간이 기억 저편 잔상에 얼굴 붉어지던 그땐 밤 꽃향기 짙게 배어든 채
어스름 사이로 연한
바람에 묻어나는 보리 내음
최수경 / 이맘때
* 수마 할퀴고 간 자리 넋 잃고 앉아 기가 막힌 수재민은
실어증을
앓고
최수경 / 북에서 온 홍수
詩語 모음
58
* 허우적이다 화가 난다 너를 견고한 관속에 담아
백 개의 자물쇠로 잠그고
싶다
최수경 / 헛소문
* 반쯤 열린 차창 밖 어디쯤에서 날려 오는지 아카시아 향
그냥 온몸으로 마신다
최수경 /
귀가길
* 기다림에 허기진 날들 맥없이 다가오는 먼 산
귀신처럼 따라붙은 그리움 이별이길
최수경 /
이별이길
詩語 모음
59
* 논두렁 섶 억새 풀숲사이로 들바람 아쉬워 오가며
마른 잎새 흔드는
소리야
최수경 / 가을 여정
* 봄부터 찾아 헤맬 때 가을꽃이란 걸 몰랐던 것처럼
수경화 너의 향기를 기억하지
못함이야 꽃송이 작아 향기 없었나
아니 속에 묻어둔 사랑향내 있겠지
마셔도, 마셔도 그 향기에 취해 죽어도 좋을.....
최수경
/ 묻어둔 사랑 향내 있겠네
* 거둠 없이 타는 사연 온몸 불살라 흔적 지우고픈 백야
최수경 / 촛불, 전문
*
정겨운 가을 풀내음이 나의 온몸으로 파고드는 건
봄부터 주고받는 사랑 탓이야
최수경 / 가을 1
* 갈대 잎 서걱이는
소리 어설프게 들려올 때
슬픈 가을 앓이도 그 또한 나의 몫이거늘
최수경 / 가을 3
* 갈잎 뒤에 숨어 초라함에 기댈
자릴 구걸해보는 헛손질
이별의 예견도 없이 너는 가는가 가을아 사랑아
최수경 / 낙화
* 지울 이유 없는 얼굴이 있고
마른 꽃 닮아 질긴 그리움 있고
그 속에서 긴 하루 작은 쉼터를 낚는다
최수경 / 마른 꽃
詩語 모음
60
* 새까만 밤을 가르는 차창밖에 보이지 않는 겨울 풍경이 스친다
저 위엔 겨울 가뭄에
목타 하는 은사시 나무가 있겠지
최수경 / 시린 날
* 내 귀한 추억은 난도질당하고 쏟아지는 햇살에 난 그만 모서리
친다
또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최수경 / 무
* 텅텅 소리 나도록 비어있는 가슴에 바테리를 부착시키고
허기를
충전하기 위해 의미를 만들고 불을 지핀다
* 오늘 밤 먼 곳에서 최후까지 빛나는 별이여 다시 고이기 시작한
깊은 곳의 암울을
향하여 떨어져라
별을 향하여 / 김윤희
* 당당히 독립 정신 붓에 올려 글을 짖고 열렬히 독립 만세
입에 담아 외치기는
우리의 할아버님네 못해 본 일이니라
3.1절 / 최남선
*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것이 평화라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가고 싶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언제 가지라도
내려가는 계단으로 그대에게 닿고
싶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며 / 김승희
* 세상은 세상대로 나는 나대로 / 맘대로 사는 터에
무엇이 무섭겠소/
피는
듯 지는 인생이니 무서울 게 무어에요
습작 / 주요한
詩語 모음 61
*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의 인생엔
미지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나는 커다랗게 열려진 황혼의 괄호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꿈꾸는 기분에 잠겨 있다
낯선 고향
속으로 / 김승희
*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북청 물장수 / 김동환
* 요즈음은 서로 보여 줄 것이 없으므로 외로움이나 아픔을 기르며 그림처럼
말없이 앉아
있기 물주는 일로 소일합니다
이름들 / 노향림
* 나 보기에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다
진달래 꽃 /
김소월
* 눈물 고여 오는 세월일지라도 너처럼 유순히 기도하며 살고 싶다
도라지 꽃 / 이해인
*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초혼 /
김소월
* 사랑하면 무엇이나 주고 싶어진다 평생 받치며 살고 싶어진다
당신은 이 마음을 알 수가 있는가
고별 /
김남조
*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하 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내 마음 아실 이 / 김영란
詩語 모음
62
* 어느 날 우리는 당신 앞에 가겠지 바람처럼 햇살처럼 살다가
한줌 바람 되어 한줌 햇살 되어
어느 날 우리는 / 김소엽
* 오륙도 다섯 섬이 다시 보면 여섯 섬이 흐리면 한 두섬이
맑으신 날
오륙 도라 흐릴락 맑으랴 하매 섬인 줄 몰라라
오륙도 / 이은상
* 사람을 버리느니 사람에게 버림받게 하소서
사람들이 사랑 할 때
내가 먼저 사랑하게 하소서
사랑초서 47 / 김남조
*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노을은
누구의 입김입니까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해바라기 연가 / 이해인
* 나는 하나의
희미한 물음표 어느 하늘 덧없는 공책 위에 신이 쓰다 버린
모호한 문장처럼 영원히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나는 하나의 병든 물음표
신의
연습장 위에 / 김승희
* 남향 하늘 아래 비단 풀어 춤추는 해변 밤마다 사슬로 엮는 소망
아침 열리면 두 동공 가득 비릿한
물 내음 저승까지 동행 할
아슴한 벗이여
고향 바다 / 오세철
詩語 모음
63
* 너는 참 이상한 몸이 되어 섬뜩섬뜩 살 속에 와
박히더라
참 이상한 이름 / 홍윤숙
* 가다가다 힘에 겨워 쉬어 가도 되련마는 야속한 당신은
그것을 못합니다
세월
1 / 선미숙
* 일찍이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길이로
넓이로 흘러가는 동안 나는 깊이로 흘러가는
것뿐이라고
산산하게 / 최승자
* 완성 될 줄 모르는 편지는 너에게 도달되지 않고 공간에 머무르면서
우체국으로 접수 될
줄 모른다
마지막 편지 / 김초헤
* 죽음은 몸과 마음을 갈라놓지만 그대와 나 죽음도 건너 뿌리도
없어도 꽃을
피우리
사랑굿 42 / 김초혜
* 나는 사랑하기 위해 상처 입으로 그대에게 간다
두려움 / 배경란
* 너
없는 길은 우는 것이 길이였다 어쩌자고 꿈 하나 붙들고 있었는지
꿈 버리고 더 무거운 새는 몸이 모두 울음이다
소쩍새 /
신달자
* 그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낯설음이 기어 들어와 상처 입혀도
전혀 서두르지 않고 비로소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하지 않는 것과 사랑 받지 못한 것을
군도 / 강경화
詩語 모음 64
*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이별의 노래 / 정호승
* 우산도 없이 축축이 젖은 마음 떨며
사라진 어둠과 내 사랑의 일박을
감산 낡은 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일박 / 신달자
* 죽을 때 마지막으로 입술에 묻힐
저마다 하나씩의 짙은 물감 같은 이름
저심 / 김남조
*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 해내고
어찌
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바라본다
사슴 / 노천명
* 순결한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죄를 지었다
해도 크레졸을 푼 물에
깨끗이 담가 다시 순결해지는 것은 더 아름답습니다
아가가 있는 풍경 / 김승희
*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 너는 나의
변증법이다 포박된 줄을 끊으면 사랑도 되고 미움도 되고
단단한 미지수도 되면서 끝내 의문 부로 남는다
사랑굿 22 /
김초혜
* 나도 남에게 기쁨이 되고 싶다 사랑이 되고 싶다
우리 모두 한 마음 가족이 되게
기쁨과 사랑 /
김후란
詩語 모음
65
* 다시는 못 만날 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 쳤던가 하고
그 사람에게 / 신동엽
* 사람이 죽으면 꿈도 따라 죽는다 언니의 꿈과 어머니의 꿈
그리고
그 요란스럽던 오빠의 꿈마저도 별 수 없었다
속 벽암록 39 / 신동춘
* 여명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생의 감각 / 김광섭
*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은 또 꽃이 되어
내 마음
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둔 밤을 밝힙니다
가신 이에게 / 이해인
* 겨울은 머플러만큼 따사로운 햇살 안고 가슴에 서려
오는
생애처럼 회상의 가슴으로 젖어 든다
가 버린 세월 / 이종승
* 아름다운 인연은 타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사실로 믿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3 / 김용호
* 나는 너를 부르지 않는다 너를 위해 아무 것도
기억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은 항구와 배 그리고 황량한 겨울뿐
이별을 위하여 / 강경화
詩語 모음 66
*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뜻 있음의 좋은 결과를 위해
무엇을 했냐고 뜻 있음의 좋은 결과를 위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냐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2 /
김용호
* 강물이 끝없이 흐른다 하여 우리 더불어 누리지 못하고 헤어져 흘린
눈물만큼 끝없이 아프게 흘렀으랴
싶으니
간절한 소망 / 추영수
* 잊지 못할 그 얼굴 그대 가슴에 포개고 내일은 곡주 되어
술잔 가득히 추억에
저린다
가 버린 세월 / 이종승
* 모양새 없는 감정을 쑤셔 박기 위해 애쓰며 어디론가 떠나렵니다
무제 /
김용호
* 너는 한 남자의 행복을 위해 나는 한 여자의 행복을 위해
감정의 온도를 체크하며 저울질하지 않는 그 누구
이상을
능가하는 사랑을 해보자
여년을 위하여 / 김용호
* 아아 사랑이 못 되어 그리웁고 안타까운 아지랑이는
피어나고
서러운 달빛이 젖어 드는 그대 가슴 그곳이 내 사는 이 땅 이
하늘 아래 있습니다.
그리운 주소 /
유안진
* 당신은 나에게 부끄러운 여자가 되지 마십시오
나도 당신에게 부끄러운 남자가 되지 않겠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4 / 김용호
詩語 모음
67
*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때엔 그사이로 세월이 지나고 있었다
어느 겨울 스케치 /
김소엽
* 문득 뒤돌아보면 그대 찬란했음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제 같은 오늘 / 오세철
* 이제는
어디에도 결부 식힐 수 없는 쥐어 뜯어버리고 싶은
나의 극단의 운명 그 동안 삶을 사랑했으므로 불의 기운으로
빛의 부스러기로
사라지고 싶다
폐목 / 김용호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김현승 / 가을의 기도
*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감 / 허영자
* 가난이란 미늘에 물려 하얀 실을 감는 얼레처럼 세월이 약이다 는
말만을 믿고 어떻게 잘 되겠지 하며
부절 여루 같은
희망을 뱅뱅 감으며 살았지요
가난 때문에 / 김용호
* 작은 골목 담 벽에 기대서서 그대 목소리 더듬는
밤에
짧은 여백이나마 수줍은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
어제 같은 오늘 / 오세철
* 억수로 혼란 상태로 무척 힘든 그리움의
시간을 보냈던
나를 그렇다할 이유를 붙이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야 합니다.
당신 곁에 / 김용호
*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강물 /
천상병
詩語 모음
68
* 여명의 힘찬 울림을 들으며 무거운 세상 기댈 곳을 찾아
약수 한 바가지 떠 위로를
마신다
약수터에서 / 오세철
*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세월이 가면 /
박인환
* 홀로 갇힌 빈방 지난해 기억들만 쌓이고 숨소리 들리지 않는
전화기 모습 몹시 처량하다
12월 31일 / 오세철
*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새해 아침에 /
이해인
* 친구야 우리 늙어 감을 서러워 말고 살은 만큼 아름다운 풍경처럼
고운 흔적 남기자 꾸나
풍경 /
김영아
* 진실 된 이성적인 사랑의 미경험자로써 사랑한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첫 사랑 / 김용호
* 사랑은
무형이 아닌 유형입니다 서로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각자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함께 지닌 그대와 나
이제 갈 수 있는 나라 승차권을
준비합니다
예정된 사랑 / 오세철
* 사랑은 한줄기 바람입니다 꽃밭으로 지나가는 바람 천년의 세월을
영롱히 빛나는 이슬
위에 입맞춤하는 아주 즐거운 바람입니다
예정된 사랑 / 오세철
* 내가 그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꽃 / 김춘수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소재는 당신 곁에 있다를 공부하다/향기로운 재스민 (0) | 2013.05.30 |
---|---|
바람의 영토/이원용 (0) | 2013.05.29 |
포란의 계절/김미나 (0) | 2013.05.23 |
진달래 춘경(春景) 지 성 찬 (0) | 2013.05.21 |
시 깊게 읽기 에서.... (0) | 201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