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물을 주면/조영서

 

 

 

 

 
Like Wind - S.E.N.S                

 

 

 

 

오늘의 詩 - 꽃밭에 물을 주면, 조 영 서.

 

 

 

    꽃밭에 물을 주면

                   조   영   서

나는 피곤할 때 꽃밭에 물을 준다.
더러는 늦잠에서 깨어나 물을 주면······
세상사 깨닫기 미쳐 이른 것들도 어둠을 비집고 눈을 뜬다.
새삼 꽃들도 앞다투듯 피어난다.
마치 신기하게 말문을 연 어린것의 눈에
넘나드는 선명한 기쁨 같은 것이 햇물을 이룬다.
나는 은혜로운 빛을 안는다.

꽃밭에서,
바닷속 깊은 고요을······
봄비젖은 북악의 산울림 같은
여운을······
(한 평(坪) 땅에 담은 하늘은 무한하다)
그때부터였던가
일상(日常)을 보는
우수(憂愁)진 나의 눈에도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있음은,
충혈된 피로감이
차츰차츰
회복되어가고
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