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화

날 버려요/임희구

향기로운 재스민 2013. 8. 29. 07:46

한결추천시메일-2871 (임희구 作 /날 버려요)

         
Sunshine on The Mountain - James Last

 

   

                                                                            

 

 

 

 

 

날 버려요 

 

 

임희구

 

술 마시다가

삼겹살 자르던 가위로

병목을 조이려고 하니까

날 버려요 한다 

 

가위 갖고

병에다가

그러지 말아요

날 버려요 한다

 

아 자꾸 그렇게

장난치지 말아요

날 아주 버려요 한다

 

날 아주 버려버린 것 같다

 

임희구 시집 『소주 한 병이 공짜 』,《문학의전당 》에서

 

 

날 버려요라는 말의 의미는 가위가 빠지면 이별을 의미하고 어떤 도구가 등장하면 도구의 날카로운 날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임희구 시인은 가위의 날로 병목을 따며 뭉그러지는 날을 못맞땅해 하는 가계 주인의 말을 인용하여 재미있게 해학을 풀어내고 있다. 가위라는 도구 하나를 놓고 볼 때 가위보다 연약한 것은 가위가 썰어낼 수 있으나 저보다 단단한 것은 썰어내지 못한다. 다 자기 적수가 따로 있고 사용 용도가 있는 것이다.임희구 시인의 '날 버려요'에서  여러 의미로 해석이 되는 부분은 "날 아주 버려버린 것 같다"는 말이다. 술 마신 분위기를 버린 듯도 하고,...이런 기분도 날 아주 버려버렸다 말한다. 사람과 아주 해어졌다고 말할 때도 날 아주버려 버렸다고 말하고, 칼이나 가위 등의 날이 상한 것도 날 아주 버려버렸다 말한다. 우리 말 속은 이렇게 날 하나를 두고도 그 날이 어느 마음에 서 있느냐에 따라 날이 버려지고 세워지는 날을 갖고 있다. 삶도 때에 따라서 그런 날이 망가져 버리면 영영 세월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르지 못한다.

 

 

 

*한결 추천 메일  (스토리 문학)

 

 

2013. 08. 29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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