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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을 보며/임영석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0. 16. 07:22

 

 

 

초승달을 보며

 

임영석

 

 

 

 

 

괄호도 아니고 반 괄호로 달이 떠서

어떤 말의 의미들을 풀어줘야 할 것인데

앞 문장 깊은 여백에 품은 글이 사라졌다.

 

 

내 나이 다서 살에 죽었다는 아버지는

콩깍지 속 콩들처럼 칠남매를 남겼지만

어머닌 육십 평생을 반 괄호로 살았다.

 

 

괄호()로 묶어내도 쭉정이가 많을 건데

어떻게 칠남매를 혼자서 키웠는지

반 괄호 달빛을 보니 그 의문이 풀린다.

 

 

둥그런 달빛 속을 파고 든 저 그림자

제 몸을 다 내주고 그림자로 채운 마음

서로가 품고 품어서 반 괄호가 되어 있다.

 

 

불혹의 내 나이도 반 괄호가 되었지만.

 

 

 

 

임영석 <스토리 문학> 부주간이며 (주) 만도 노동자로 일을 하며

           2011년 제 1회 시조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이중 창문을 굳게 닫고>, <사랑 엽서>, <나는 빈 항아리를 보면 소금을 담아놓고 싶다>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 <배경>, <고래 발자국>

 

 

 

2013. 10. 16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