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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받아 적다/복효근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1. 2. 07:51

 

 

 

멀리서 받아 적다

 

 

 

국화 마른 대궁을 베어버리려 낫을 들이대니

시들어 마른 꽃 무더기에서

뭉클한 향기 진동하다

 

서리 몇 됫박 뒤집어쓰고

잎부터 오그라들 적에

오상고절도 어쩔 수 없구나 했더니

아서라 시취(屍臭)까지 향기로 바꾸어내는 고집

그 꽃다운 오만 앞에서 낫을 거두다

 

인도하듯 다시 뱁새 몇 마리

그 그늘 아래 찾아들고

하, 고것들의 수작이라니

밤새 서설이 내려 꽃을 새로 피우다

 

애초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

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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