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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문정희

향기로운 재스민 2013. 12. 25. 07:36

 

시이소오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둔중한 힘으로 지그시 내라앉았다가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 것일까

한없이 무거운 슬픔의 무게를

자꾸 땅으로 내동댕이친다

피 흐르는 무릎을 안고 버둥거린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짐승의 눈을 응시한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상처는 훈장처럼 늘어가지만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_ 「시이소오」 전문

 

 

_<카르마의 바다>  시집에서...

 

 

2013. 12. 25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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