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소오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둔중한 힘으로 지그시 내라앉았다가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 것일까
한없이 무거운 슬픔의 무게를
자꾸 땅으로 내동댕이친다
피 흐르는 무릎을 안고 버둥거린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짐승의 눈을 응시한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상처는 훈장처럼 늘어가지만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_ 「시이소오」 전문
_<카르마의 바다> 시집에서...
2013. 12. 25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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