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슬픔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2014. 01. 06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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