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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슬픔/황동규

향기로운 재스민 2014. 1. 6. 19:26

 

 

 

더딘  슬픔

 

황동규

 

 

불을 끄고도 어둠 속에 얼마 동안

형광등 형체 희끄무레 남아 있듯이,

눈 그치고 길모퉁이 눈더미가 채 녹지 않고

허물어진 추억의 일부처럼 놓여 있듯이,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

중력(重力)마저 놓치지 않으려 쓸쓸한 소리 내듯이,

나도 죽고 나서 얼마 동안 숨죽이고

이 세상에 그냥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대 불 꺼지고 연기 한번 뜬 후

너무 더디게

더디게 가는 봄.

 

 

 

2014. 01. 06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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