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이영춘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바람 센 언덕을 가 보아라
들풀들이 온기종기 모여
가슴 떨고 있는 언덕을
굳이 거실이라든가
식탁이라는 문명어가 없어도
이슬처럼 해맑게 살아가는
늪지의 뿌리들
때로는 비 오는 날 헐벗은 언덕에
알몸으로 누워도
천지에 오히려 부끄럼 없는
샛별 같은 마음들
세상이 싫고 괴로운 날은
늪지의 마을을 가 보아라
내 가진 것들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한 순간.
*스토리문학 85 에서 메인 스토리
춘천의 대표 여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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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저 쪽 뒷문
어머니 요앙원에 맡기고 돌아오던 날 천 길 돌덩이가 가슴을 누른다
"내가 왜 자식이 없냐!" 절규 같은 그 목소리 돌아서는 발길에 칭칭 감겨 돌덩이가 되는데
한때 푸르르던 날 실타래처럼 풀려 아득한 시간 저 쪽, 어머니 시간 속으로 내 살처럼 키운 아이들이 나를 밀어 넣는다면
아, 아득한 절망 그 절벽... 나는 꺽꺽 목 꺾인 짐승으로 운다
아, 어찌해야 하나 은빛 바람결들이 은빛 물고기들을 싣고 와 한 트럭 부려 놓고 가는 저 언덕배기 집 생의 유폐된 시간의 목숨들을
어머니의 시간 저쪽 뒷문이 자꾸 관절 꺾인 무릎으로 나를 끌어당기는데
_2011 <시와사람>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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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특집 자선 대표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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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글오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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