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란
장미에게
향기로운 재스민
오늘
점심을 같이 먹자는 당신의 전화는
모처럼 목소리가 맑은 것 같이 느껴져서
반가웠다오
가끔씩 창문을 열고는 당신네 거실에 불이 켜져있나
없나 살피며, TV 를 보고 있나 책을 보나 하면서...
작은 애가 카나다로 돌아갔을까 짐작해보면서 말이오
무릎이 아직 덜 나아서 걷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무언가 만나서 모처럼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당신의 마음에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서 컴. 앞에 앉았다오
점심 식사를 하고나서 영화관이라도 갈까 했는데
다리가 아파서 집으로 돌아오자고하니 좀 아쉬웠지만 말야
얘기 중에 나눈 말 가운데서 다시 정리해보면
내 생각은 이렇다오
차츰 차츰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면서는 느끼는 세밀한 마음이 들거라는 생각이라오
그냥 지금처럼 당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잠이 안오는 조용한 시간에는 마음에 드는 시 구절이라도
외워 보면서 말이오
집에 돌아와서 나도 당신이 알고 지낸다는 문경 시인의 시 한편을
읽어 보았다오
때때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지만, 다시 주저앉으며 변화를 좀 겁내기도 하면서 말야
거울 쳐다보며 흰머리카락 늘어나는 걸 어이 없어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지내면서 어느 사이에 여기까지 왔나 싶으면
우울증 비슷한 증세도 생기며 깜빡 깜빡 하면서....
당신은 참 대단해
그 나이에 장학금 받으며 두번째 전공을 끝냈으니
다시 한번 졸업을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어
심부름 시킬일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해주길.....
2014. 02. 08 향기로운 재스민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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