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

과원果園의 초봄/이설헌

향기로운 재스민 2014. 2. 8. 20:22

 

 

과원(果園)의 초봄

 

이 설 헌

 

 

볕바른 산방마루 끝에 서서, 잘 보이는 앞산

얼음덩이 듬성듬성 몇 겹의 산봉우리의 허리를 센다

길어진 해 그림자 밭고랑을 들어내고

서서히 말라버린 앞 뜰아래도 햇살이 옮겨 다니며

겨울 냄새를 말린다.

 

깔리는 봄빛, 구석에 앉아있어도 나른한 계절

사람도 하늘이 기르는 식물이다

뾰족뾰족 내속에 돋아나는 연둣빛 잎들이

내 몸과 마음 쑤시기 시작한다.

 

시를 덮어두고

겨우내 쉬고 있던 호맹이 굉이자루 소스랑

광 뚜껑을 열자 하품을 하고

일 년 사계 내 손의 건반이 되어주던 연장들.

 

길 건너 과원 집 새벽닭이 울기 시작해

한집 또 한집 온 동네는 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방문 열면 안개가 먼저 들어오고

햇살이 온 마을에 퍼지면 서둘러 과원으로 나간다.

 

사투리 무딘 앞집 박 씨 할매 단 호박씨 한줌

내 허드레 주머니에 넣어주지만

밭둑엔 해묵은 걸음더미에 연장이 익어가고

아직 과원은 고요하다.

 

 

 

 

이설헌 시인

문경출생. 2005년  『문학세계』, 2009년  『농민문학』  시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및 문경지부 회원. 시집  『주흘산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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