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그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러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 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 도룬(Thorn): 폴란드의 도시 이름. 1231년에 건설된 고도(古都)로서, 뒤에 프로이센에 병합되었다가 제 1차 세계대전의 결과 폴란드에 귀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