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민달팽이/허정분

향기로운 재스민 2014. 2. 25. 14:48

 

 

 

 

민달팽이

      허정분 

 

 

                                     
마루바닥에 뒹구는 둥근 대접 모서리에

잿빛 문양이 붙어있다 자세히 보니

아기눈썹만한 민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 느릿

잘못 든 생의 길을 오체투지로 밀고 간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마른 그릇 가장자리를

뿔 두개로 밀고 간 눈물겨운 노역에

손금처럼 말라버린 몸피가 아사직전이다

살기위해 끌고 온 길이 돌고 도는 고행이었다니,

상추 잎에 얹어서 풀밭에 놓아 준다

죽든 살든 운명이다

 

 




2014. 02. 25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의 체면/김종목 (1938 _ )을 읽고 나서/향기로운 재스민  (0) 2014.02.28
샛강에 서서/허정분  (0) 2014.02.25
[스크랩] 하회탈  (0) 2014.02.25
추일서정/김광균  (0) 2014.02.20
와사등/김광균  (0)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