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파리공원에서 수국
옹기전에서 / 정희성
나는 웬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 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섰다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차라리
실패한 것을 택하니
*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시이라서 찾아옴....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냄새/윤의섭 (0) | 2014.05.05 |
---|---|
어느 날 라디오에서/이규리 (0) | 2014.05.02 |
간화음(看花吟) /우한 박상현朴尙玄 (0) | 2014.04.29 |
분수/오운교 (0) | 2014.04.23 |
발톱 깎는 사람의 자세/유홍준 (0) | 2014.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