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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전에서 / 정희성

향기로운 재스민 2014. 5. 1. 06:39

 

 

 

 

 

목동 파리공원에서 수국

 

옹기전에서 / 정희성

 

 

나는 웬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가 좀 빈 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섰다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차라리  

실패한 것을 택하니  

 

 

*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은 시이라서 찾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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