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등뒤/조은

향기로운 재스민 2014. 5. 26. 07:47

등 뒤/ 조 은

 

 

등 뒤가 서늘하다

뒤처져 걷는 네가

울고 있다!

 

파장이 느껴진다

들먹거리는 어깨가 느껴진다

눈물이 양식인 듯

입 속으로 자꾸 흘러들어간다

네 말은 끊길 데가 아닌 데서

끊어진다 

 

너는 검은 웅덩이처럼

세상을 밖으로만 끌어안았다

내가 그 속을 보았다면

우린 벌써 끝났을지도 모른다

 

나는 숨을 고르고

수면을 때리는 돌멩이처럼

기습하듯 뒤를 돌아본다

 

얼굴 가득

바위의 이음새 같은 주름이 접힌

너는 눈물을 감추려

얼른 등을 보인다

 

네 등 뒤도

서늘할 것이다

 

 

- 웹진『문장』2008년 9월호

 

 이렇게 슬픔이 잘 익은 시, 너무 잘 익어서 다디단 즙이 확 터져 나올 것 같은 시, 온몸으로 단맛이 핏줄을 따라 짜릿하게 스며들 것만 같은 시를 오랜만에 읽어보는 것 같습니다.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서, 제 마음 말고는 숨 막히는 슬픔을 처리할 길이 없을 때, 소월 같은 시인은 슬픔을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키웠지요. 끝내 터뜨리지는 않고 터지기 직전까지 탱탱하게 키우기만 했지요. 감염력이 큰 그 자학적인 슬픔의 아름다움으로 현실의 고통을 즐기려고 했지요.

 얼굴을 맞대고는 도저히 쳐다볼 수 없는 커다란 슬픔. ‘등 뒤’로 느껴도 그 격렬함이 온몸을 뒤흔드는 슬픔. 그것은 마음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맑아지는 환희의 순간의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김기택 시인)

 

* 시와 시와 카페에서.....

 

 

2014.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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