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 2

밥풀/권영삼

향기로운 재스민 2014. 7. 31. 16:27

밥풀

 

권 영 상

 

 

밥상을 들고 나간 자리에

밥풀 하나가 오도마니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깥을 나가려던 참에 다시 되돌아보아도

밥풀은 흰 성자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바쁜 발걸음 아래에서도 발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밟히면 그 순간 으깨어지고 마는 두려움,

그런 두려움도 없이

이 아침, 분주한 방바닥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나이 어린 성자의 얼굴로

 

 

-시집『밥풀』(미리내출판사, 1991)

 

'좋은 시'에서  유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