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e Of Time - Robin Spielberg
가죽나무를 사랑하였다/ 문태준
지난여름 나는 가죽나무를 사랑하였다.
늘 어둡고 눈이 침침하던 나무를 사랑하였다.
지난여름 나는 가죽나무를 사랑하였다.
나무에서 둥지를 틀던 검은 소리들을 사랑하였다.
말라붙은 우물처럼 알몸으로 그녀가 우는 것을 사랑하였다.
매미의 뱃가죽보다 많이 주름진 그 소리들을 사랑하였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해 본 바 없이 나는 가죽나무를 사랑하였다.
- 시집『맨발』(창비, 2004)
*가죽나물은 먹는 잎사귀이다 (겉절이나 삶아 무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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