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전윤호
나 같은 얼간이에게
사랑은 손톱과 같아서
너무 자라면 불편해진다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웃자란 손톱이 불편해 화가 난다
제 못난 탓에 괴로운 밤
죄 없는 사람과 이별을 결심한다
손톱깎이의 단호함처럼
철컥철컥 내 속을 깎는다
아무 데나 버려지는 기억들
나처럼 모자란 놈에게
사랑은 쌀처럼 꼭 필요한 게 아니어서
함부로 잘라버린 후
귀가 먹먹한 슬픔을 느끼고
손바닥 깊숙이 파고드는 아픔을 안다
다시 손톱이 자랄 때가 되면
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 시집『연애소설』(다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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