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대안스님
아침이면
제일 먼저 마당을 확인하고 가는 것은
나무위의 새들이었다
저희들끼리
무리지어 마당 위를 날고 나면
동이 트기 전에 아버지가 그 마당을 가로질러
동네 고샅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마당으로 돌아오면
우리들은 아침을 먹고 그 마당을 지나서
학교를 갔다
온 종일 고추가 그 마당에서 마르고
할머니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서성였었지
어릴 때 학교를 마치고 마당으로 돌아오면
늘 상 어머니! 하고 불렀다
어머니는 그렇게 나와 마당 사이에 있었다
어머니가 없는 날은
온 집이 텅 빈 것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상장이라도 받아 오는 날이면
우리 집 마당은
활짝 핀 어머니 웃음으로 함박꽃이 되었다
세월이 가도 마당은 변하지 않았는데
상장은 점점 줄고
교육비는 점점 늘어나서
그 마당이 어머니와 나 사이에 근심스런 마당으로 변해갔다
큰 누이가 단정한 교복을 입고
돈 때문에 눈물을 보이며 울던 그곳도 바로 마당에서 였다
내가 집을 떠나서
소식을 단절하고
절로 출가 했을 때도 어머니는
그 마당을 지키며 사셨다
내 어릴 때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난 그 곳에서 사시면서
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마당을 지키는 것이
몹시도 힘들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절집을 돌아다니다가
고향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상추를 좋아 했던 걸 기억하시고
아침 밥상에 잔뜩 올려놓고 밥을 손수 차려 주셨다
목이 메어 들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먹으면서도
눈물이 낫다
그날 마당에서
차비라고 잊지 않고
두 손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쥐어 주었다
굶지는 말고 살라면서...
지금은 그런 어머니가 세상에 아니 계시니
나는 나의 하늘을 잃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 마당을 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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