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대하여
김재진
한 줄의 편지 쓰고 싶은 날 있듯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있다.
견딜 수 없던 마음 갑자기 풀어지고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문득
이해되어질 때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저마다의 변명 속을
견디어가야 하는 사람들
땡볕을 걸어가는 맨발의 구도자처럼
돌이켜보면 삶 또한
구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세파에 부대껴
마음 젖지 않는 날 드물고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벼랑에 서보면
용서할 수 없던 사람들이 문득
용서하고 싶어질 때 있다.
- 시집『한번 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중앙M&B, 1998)
여우의 사랑
김재진
사랑한다는 말보다 쉬운 말은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낡은 말도 없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랑 앞에 다쳐 내 마음은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기 두렵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향하는 내 마음
달리 표현할 길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결코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말은
쉬운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낡은 말도 아닙니다.
누군가를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는 내 마음
습관에 길든 한 마리 여우입니다.
- 시집『한번 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중앙M&B, 1998)
*옥수수밭을 생각하며 ....
2015. 06. 02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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