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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만일/ 루디야드 키플링

향기로운 재스민 2015. 6. 19. 06:09

 

 

만일/ 루디야드 키플링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은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 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 생애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잠언시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열림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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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잠언시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덕분에 류시화가 기획해 내놓은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선물치고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잠언시집이 두어 권 있다. 3할쯤이나 읽었을까, 가슴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머리에서 받아들이기에도 너무나 벅찬 내용들이었다. 내가 읽은 분량만 잘 소화하고 실천했더라도 아마 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군자의 반열에 올랐거나 현인을 코스프레 해가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숱한 잠언의 가르침대로 지혜롭게 살아가기란 얼마나 불가능한 노릇인가. 그럼에도 가끔 소화불능의 벅찬 잠언들을 펼쳐보고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잠시 지리멸렬 혼란한 내 정신에도 일시적 처방이 되어주길 기대하며 두 분의 말씀을 불러들였다. 율곡 선생의《격몽요결》가운데 ‘아홉 가지의 몸가짐’과 이 잠언시다.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길은 이토록 지난하며 어른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정글북>의 작가이며 시인인 키플링의 조근이 친절하게 들려주는 지혜의 말씀에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율곡의 아홉 몸가짐은 첫째, ‘두용직(頭容直)’ 머리를 곧게 세우라는 의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늘 새로움이 보인다고 한다. 둘째, ‘목용단(目容端)’ 눈매와 눈빛을 밝고 곧게 하고 흘겨보거나 곁눈질을 말란다. 셋째, ‘기용숙(氣容肅)’ 기 싸움을 한답시고 함부로 기운을 뻗칠 게 아니라 안정된 기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넷째, ‘구용지(口容止)’ 물고기가 입을 잘못 놀려 미끼에 걸리듯, 사람도 잘 못 놀린 입으로 화를 자초하는 법이라 가르친다. 입구(口)자가 세 개가 모이면 (品)자가 되는데 입을 잘 단속함이 품격의 기본이다.

 

 다섯째, ‘성용정(聲容靜)’ 말을 할 때엔 분답해선 안 되며 조용하고 침착하라는 뜻이다. 여섯째, ‘색용장(色容莊)’ 힘들더라도 찡그리지 말고 얼굴빛을 밝고 씩씩하게 가지란다. 애써 웃는 얼굴로 긍정과 낙관이 부정과 비관을 이기도록 하란다. 일곱째, ‘수용공(手容恭)’은 손을 공손히 가지라는 뜻이며 여덟째, ‘족용중(足容重)’은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의미다. 갈 곳과 가지 말아야할 곳을 분별하라는 말이다. 마지막 ‘입용덕(立容德)’은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있으란다. 서있을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잘 아는 것도 ‘입용덕’이다.

 

 

권순진

 

 

Everlasting Divine Poetry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메모 : 다시 한번 읽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