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두부(豆腐) 두부(頭部), 둔부(臀部)& 샌들/전하라

향기로운 재스민 2015. 6. 19. 07:34

 



 

Londo Marcando - Jan Mulder

 

 

 

 

 

두부(豆腐) 두부(頭部), 둔부(臀部)

전하라

 

 

일요일 저녁

무얼 해먹을까 생각하다가

지난 금요일에 사다놓은 두부가 생각났다

아차, 스스로의 둔부를 때리며

냉장고를 여니 두부는 쉰 냄새를 풍기고 있다

갇혀있던 그가 꺼내달라고 쉰 목소리로

절규하고 있었던 것이다

팔다리가 보이지 않는 두부(豆腐)는 모두

두부(頭部)로만 이루어져 있나 보다

콩은 으깨어지고 팔팔 끓여져서도

우리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지 않고 나만 생각해온 나의 두부

재빠르게 둔부를 움직여 슈퍼에서 새 두부를

사오며 생각한다

두부는 신선힌 셍각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샌들

전하라

 

집에까지 가야할 길은 아직 멀었는데

샌들 바닥 접착부분이 떨어졌다

지하철 의자에 앉아 있는 나는

누가 내 발을 쳐다볼까 조마조마하다

 

 

악어 한 마리 탈출을 강행했다

오랜 잠복을 끝낸 그가 사냥감을 덮치고  있다

단 한 번의 먹이를 챙겨주지 않은 내게

급기야 그가 사나운 입을 벌려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일 년에 한 번만 먹어도 살 수 있다는 악어가

사랑을 주린 끝에 늪을 박차고 나가

내 체면을 포식하고 있다

 

 

『발가락 옹이』 문학공원   전하라 시집에서....

계간 스토리문학 편집장

고려대학교 평생 교욱원 시창작과 졸업

 

 

2015   06. 19.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