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김선우
가령 이런 것
콩나물 시루 지나는 물줄기― 붙잡으려는―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오직 이 순간이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쭉 편다
지금 이 순간밖에 없이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 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야!
계간 『서정시학』 2011년 여름호 발표
*오늘 읽은 시
2015. 07.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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