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1

안개속에 숨다/유시화

향기로운 재스민 2015. 12. 23. 06:48

 

 

 



 

 

안개속에 숨다

유시화

 

 


나무뒤에 숨는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것..
때로는 우리는


서로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 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뒤에선 누구나 孤獨(고독)하고


그孤獨(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것도
여럿인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머무를수 없는것..


時間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 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언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속에 숨는것..


나무뒤에 숨는것과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들꽃

 

2015. 12. 23  향기로운 재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