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
떡
젊은 엄마를 장사지내던 그날
억수로 비가 내렸습니다
관을 넣을 관정은 사각의 우물이었습니다
밥이 모자라 늘 김치죽을 끓이던 엄마를
물 말은 밥을 너무도 싫어하던 엄마를
늘 떡을 소원하던 엄마를
기어코 물에 말았습니다
흠뻑 비 맞은 엉덩이가
함지박 같은 여자들은 서둘러 내려가고
몇 안 남은 남자어른들도 얼른 끝내고 내려가자며
회닫이놀음을 두 번이나 생략한 채
봉분을 올리고 평토제를 지냈습니다
어른들은 비 맞은 북어를 찢어 술을 마시고
떠억떠억 떡울음을 쏟아내던 어린 나는
그새 엄마를 잊은 채 비 맞은 떡을
맛있게도 먹었습니다
<복어 화석> 문학공원 김순진 시집에서...
그날 이후 소년의 가슴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화석이 들어앉았다
* 고려대학교 시 창작 평생교육원 교수님이면서
2013년 수필춘추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효과적인 시창작법" 출간
고려대 평생교욱원에서 학생수가 늘어 가장 인기가 많으시다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목월 시들... (0) | 2016.03.07 |
---|---|
상처 시 모음 (김재진의 '풀' 외) (0) | 2016.03.01 |
김남조 詩 모음 (0) | 2016.02.09 |
가정/박목월 (0) | 2016.02.06 |
젊은 사랑 _ 아들에게/문정희 (0) | 201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