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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떡/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향기로운 재스민 2016. 2. 23. 10:14

〔김순진〕

  떡


젊은 엄마를 장사지내던 그날

억수로 비가 내렸습니다

관을 넣을 관정은 사각의 우물이었습니다

밥이 모자라 늘 김치죽을 끓이던 엄마를

물 말은 밥을 너무도 싫어하던 엄마를

늘 떡을 소원하던 엄마를

기어코 물에 말았습니다

흠뻑 비 맞은 엉덩이가

함지박 같은 여자들은 서둘러 내려가고

몇 안 남은 남자어른들도 얼른 끝내고 내려가자며

회닫이놀음을 두 번이나 생략한 채

봉분을 올리고 평토제를 지냈습니다


어른들은 비 맞은 북어를 찢어 술을 마시고

떠억떠억 떡울음을 쏟아내던 어린 나는

그새 엄마를 잊은 채 비 맞은 떡을

맛있게도 먹었습니다



<복어 화석>   문학공원 김순진 시집에서...

그날 이후 소년의 가슴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화석이 들어앉았다


* 고려대학교 시 창작 평생교육원 교수님이면서

2013년 수필춘추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효과적인 시창작법"  출간

고려대 평생교욱원에서 학생수가 늘어 가장 인기가 많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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