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 시집『청담 晴曇』(一潮閣, 1964)
.........................................................
**어머님이 좋아하셨던 노래....
2016. 02. 06 향기로운 재스민
'문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순진〕떡/향기로운 재스민 김방주 (0) | 2016.02.23 |
---|---|
김남조 詩 모음 (0) | 2016.02.09 |
젊은 사랑 _ 아들에게/문정희 (0) | 2016.01.27 |
성병聲病에 걸리디/유안진 (0) | 2016.01.20 |
[스크랩] 七步詩 칠보시 (0) | 2016.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