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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聲病에 걸리디/유안진

향기로운 재스민 2016. 1. 20. 07:36

성병聲病에 걸리다

유안진

 

하느님

저는 투명인간인가 봅니다

바로 앞 바로 옆에 있어도 없는 듯이 여깁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빠

‘있다’고 ‘나’라고 주장하다가 지쳐 그만

성병(聲病)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초기 그리스도교도처럼

순교(殉敎)를 영광과 환희로 맞았던 초기기독교도처럼

명성을 영광과 환희로 맞이하고 싶은데

도저히 정복할 수 없어서 국교(國敎)로 삼아버린 로마제국처럼

제가 정복할 수 없는 명성(名聲)은

저의 종교가 되었나 봅니다

저의 하느님이 되었나 봅니다

 

정복할 수도 정복될 수도 없는

성병에 걸려서

스스로를 얼마나 속이며 기만했으며

꿈과 성병을 구별하지 못했던가를

선망과 조롱으로 우습게보았던 타인과 자신을

사람본래로 보게 눈 열어주십시오

죽는 순간까지도 해방될 수 없다는 그 성병을

저만은 반드시 살아서 고쳐서 잘 살아보고 싶습니다.

 

- 2009년 제7회《유심》작품상 수상작

 

 

*그런 마음이 들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다시 한번 더 읽습니다

 

2016. 01. 20  향기로운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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